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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 펴냄)
ⓒ 시사모
언론학도로서 가장 많이 들어본 언론계 이슈는 아마도 편집권 독립이 아닐까 싶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편집권의 독립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었지만 2007년 신 자유주의를 살고 있는 지금, 광고에 예속된 언론은 이제 자본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하려한다.

새로운 적과의 투쟁의 일선에서 총대를 맨 <시사저널> 기자들, 그들을 만나러 12일 밤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기자로 산다는 것> 출판기념회 및 시사저널 노동조합 후원의 밤'엔 김근태·정동영·노회찬·천영세 의원 등 낯 익은 국회의원들과 각종 언론사 기자들, PD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투쟁의 자리에서 쓴 원고

<시사저널> 기자들이 농성장에서 직접 원고를 쓴 <기자로 산다는 것(호미 펴냄)>은 기자들의 애환과 사람 냄새를 담고 있다. 사회자는 "주간지 기자들이라 그런지 책도 한 주 만에 낸다"며 무게감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안병찬 교수(<시사저널> 전 편집국장, 경원대 신방과)는 축사에서 "편집국장을 하던 시절 기자들이 차마 지면에 싣지 못할만한 기사들을 써서 당황한 적이 많았다"며 "<시사저널> 친구들은 골 때리는 친구들"이라고 그 열정을 칭찬했다.

재밌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임종인 의원이 YTN에서 방송된 돌발영상으로 YTN에 소송을 건 상황이었는데 그 날 YTN 표완수 사장이 전 <시사저널> 기자의 자격으로 참석한 것. 임 의원은 축사 때 "YTN사장님이 내가 좋아하는 <시사저널> 전 기자셨으면 화해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좌중에게 박수를 받았다. 화해의 자리는 언제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장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자본과 광고주에 대해서 투쟁하는 것은 어려운 싸움"이라며 "실질적 후원을 해달라"고 말해 기자들의 간지럽던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사람들도 덩달아 시원한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사회를 맡던 최광기씨가 센스를 발휘해 권영길 위원의 신문인형을 급경매에 붙였다. 그는 권 의원에게 "자기 인형이 남에 집에 있는 걸 생각해보라"며 후원을 유도했고, 이에 권 의원은 "백지 수표로 사겠다"고 답해 좌중들의 박수세례를 받았다.

그들이 있어 나는 든든하다

식이 끝나고 나오면서 본 <시사저널> 기자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이 힘든 과정에서도 어떻게 저렇게 웃으면서 투쟁할 수 있을까.

24명의 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언론사 <시사저널>이 초거대 기업 삼성에 맞서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펜을 잡고 진실을 쓰고 싶다는 일념아래.

회의가 끝나고 뒷풀이에서도 <시사저널> 얘기만 한다던 그들, 파업 중에도 기사를 쓴다는 그들, <시사저널>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회사라고 말하는 그들이 총대를 매주어서 나는 참 든든하다. 이 시대에 독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 기자들 표정이 너무 밝다구요? “우리의 마지막 기념 사진이 될 지 모른다”고 말하면서 일부러 덕수궁에 나가 찍었습니다.
ⓒ 시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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