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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조약 서명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지난달 31일 '환경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선 공식 후보자 명단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문제 전문가 후보가 4명이나 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1974년 프랑스 대선 이래 매 대선 때마다 한 두 명의 환경문제 전문가 후보가 끼어있긴 했어도 이번처럼 4명이 한꺼번에 후보로 나선 적은 없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대선후보 리스트에 들어가려면 500명의 사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들이 아직 그 사인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아직 최종 리스트에 오른 것은 아니다. 현재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 수는 총 45명에 이르고 있다.

4명의 환경전문가 후보 출마 계획

@BRI@올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환경문제 전문가 후보는 다음과 같다.

우선 녹색당의 도미니끄 보와네를 들 수 있는데 그녀는 리오넬 조스팽 국무총리 시절인 1997년에서 2001년까지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1995년에 이미 대선에 출마한 바 있다.

두 번째로는 '갑21'의 꼬린 르빠즈를 들 수 있는데 그녀는 알렝 쥐페 국무총리 시절인 1995년에서 97년에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역시 2002년에 이미 대선에 출마한 바 있다.

세 번째 인물로는 1988년 대선에 출마했던 '독립환경운동'의 앙뜨완느 베슈터이고 네 번째 인물로는 '환경세대'의 프랑스 가메르를 들 수 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5번째 환경문제 후보가 등장할 뻔 하기도 했다.

TF1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몇 년 째 '우스아이아 나뛰르'라는 모험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프랑스인들에게 친숙한 니꼴라 윌로가 얼마 전까지 대선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었다.

자끄 시라크의 측근이기도 해서 대통령의 환경문제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하는 윌로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윌로가 출마할 경우 10%의 지지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특히 환경전문가 후보들을 긴장시킨 적이 있다. 결국 지난 1월 22일, 윌로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힘으로써 환경문제 후보들을 안심시켰다.

방송진행자 니꼴라 윌로의 '환경조약'

윌로는 자신이 제작하는 '우스아이아 나뛰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프랑스 국민들과 정치인들에게 새로이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자신이 작년 11월 7일 작성한 '환경조약'에서 다음과 같은 5개의 중요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1) 지속적인 환경문제를 담당할 부총리를 둠으로써 환경문제를 정부의 주요 이슈로 삼게 하기
2) 탄소에 대한 세금 부과하기
3) 질 좋은 농업시장 제공하기, 특히 학교나 회사 급식을 상품의 농산물과 지역농산물로 대체하기
4) 시민들로 하여금 경제성장과 환경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토록 하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5) 경제발전과 환경문제의 상호 연관성과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이미 50만의 프랑스인들과 여당의 사르코지, 사회당의 루아얄, 프랑스민주연합의 바이루와 위에 열거한 4명의 환경 후보, 공산당의 뷔페, 최근에 대중운동연합을 탈당하여 '공화국이여 일어서라'는 신당을 창당한 뒤퐁-에냥, '실천에 옮기는 프랑스'당의 고베르나토리 등 대선후보 10명이 이 환경조약에 서명한 바 있다.

10% 이상의 표를 획득할 것으로 보여 현재 대선 후보 중 3-4위권으로 분류되는 국민전선의 르펜은 사인을 거부했는데 그에 의하면 국민전선이 자체 제안하는 환경프로그램으로 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윌로는 지난 1월 31일 최근에 파리에서 개봉한 원시예술 박물관에서 대선후보들의 사인을 공식화하는 행사를 가져 언론의 관심을 샀다. 그는 1월 29일에서 2월 2일까지 파리에서 열렸던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이라는 회의 시점을 적절히 이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여 이런 식으로 가다간 2100년까지 1.8도에서 4도까지의 온도상승이 예상되고 그로 인해 바다의 수위가 18cm에서 59cm로 상승될 것이라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난타하는 태풍의 피해 등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런 차원에서 2일에서 3일까지 자끄 시라크의 주관으로 '국제환경 관리를 위한 파리 국제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불꺼진 에펠탑 지난 1일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5분간 불끄기 행사로 인해 어두워진 파리의 에펠탑(오른쪽).
ⓒ AFP=연합뉴스
주요 후보 너도나도 "환경을 생각하자"... 그러나

이 날 열 명의 대선 후보들은 '환경조약'에 서명한 시민들과 NGO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관중 앞에서 연설을 하였다. 각자에게 주어진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환경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안하기에는 부족했으나 이들 각자가 환경문제에 민감하다는 걸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처음으로 발언을 한 루아얄은 '탄소 세금 부과와 환경문제만을 전담할 부총리 위임'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했고 덧붙여 '프랑스를 환경문제에 가장 앞서는 나라'로 만들자고 의견을 피력했다.

마지막에 발언한 사르코지는 할애된 15분을 초과한 유일한 후보로 앨 고어 전 미부통령이 제안한 '환경문제 G20' 개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성장을 무시한 채로 자연보존만을 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바이루는 "대통령이 국제단체에 환경정책을 강요해야 한다"며 그러나 "개발도상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에너지 소비는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참 대선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후보들의 연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녹색당의 브와네는 사인만 했다고 해서 환경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전제하고 "몇몇 후보들은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지 사인하는 제스처만 보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환경세대'의 가메르도 다른 대선 후보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히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환경문제를 고심하는 70여개의 협회들은 지난 1일 저녁 7시 55분에서 8시까지 5분간 각 가정의 전기를 모두 끔으로써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운동을 벌인 바 있다.

밤에 환하게 불을 밝히는 에펠탑도 5분간 어둠속에 잠적했고 시민들의 참여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끝났지만(전기소비의 1%만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징적인 작은 운동으로 환경문제가 해결될 전망은 없어 보인다.

지구 온난현상 문제가 대두된 지 어언 20년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도 강구되지 않은 채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대선활동에서 거론되고 있는 환경문제 논의도 두 달이 지나 대선이 끝나면 다시 벽장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태그:#녹색대선, #프랑스, #루아얄, #환경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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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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