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대한항공 점보스가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힐스테이트배 2006~2007 V-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세트스코어 3-0(28-26,30-29,31-29)으로 제압하며 시즌 11승째를 따냈다. 1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연파한 후 기세가 한풀 꺾였던 대한항공으로서는 다시 '3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2년차 징크스' 강동진, 눈부신 활약으로 승리 이끌어

 강동진이 부진을 털고 오랜만에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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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트스코어는 3-0이었지만 세 세트 모두 듀스까지 가는 엄청난 접전이었다. 세트 막판에 집중력을 발휘한 대한항공이 모든 세트를 따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대단한 명승부였다.

전날까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에게만 5연패를 당하며 '3강'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대한항공을 '재이륙'시킨 일등공신은 2년 차 왼쪽 공격수 강동진이었다.

강동진은 한양대 시절부터 탄력 있는 스파이크와 안정된 수비, 강한 승부근성을 갖추며 '리틀 신진식'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게다가 강동진은 신진식(188cm)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신장(193cm)까지 좋다.

지난 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강동진은 2005~2006 시즌에서 득점 5위(431점), 서브리시브 8위(61.5%)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오르며 도하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강동진은 대표팀 훈련 도중 오른손 부상을 당하며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손에 붕대를 감고 2006~2007 V-리그 출전을 강행했지만 2라운드에서 무릎 부상까지 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던 강동진은 보비와 신영수에게 주공격수 자리를 내줬고, 무릎 부상의 후유증으로 수비까지 흔들리며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잇따른 부진으로 '신형 엔진' 김학민에게 주전 자리까지 위협받던 강동진은 5일 현대캐피탈전에서 19득점을 올리는 최고의 활약으로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강동진은 이날 서른 번의 공격을 시도하면서 53.3%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고, 공격 범실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두 개의 서브 득점으로 현대캐피탈의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고, 2세트에서는 후인정의 후위 공격을 1인 블로킹으로 막아내기도 했다.

강동진이 더욱 빛난 것은 수비에서였다. 강동진의 무릎 부상 경력을 알고 있는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의식적으로 강동진을 향해 서브를 때렸지만 67.5%(28/40)의 안정된 서브 리시브 성공률로 현대캐피탈의 작전을 무색케 했고, 13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를 기록하며 대한항공에게 '끈기'를 불어넣었다.

현대캐피탈, 2위 수성 '빨간 불'

대한항공은 강동진의 눈부신 활약 속에 보비(24득점)와 신영수(18득점)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가 오랜만에 위력을 뿜었고, 주춤했던 김영래 세터의 토스워크도 다시 살아났다.

반면에 현대캐피탈은 1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장신 군단'의 위용을 뽐냈지만 고비마다 송인석과 박철우의 공격 범실이 나오면서 지난 1월 28일 삼성화재전 이후로 시즌 두 번째 세트스코어 0-3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또한 주전 센터 윤봉우가 3세트 중반 발목 부상까지 당해 현대캐피탈로서는 그야말로 '상처뿐인 패배'였다. 대한항공과의 승차가 한 경기로 좁혀진 현대캐피탈은 오는 1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를 남겨 두고 있어 2위 수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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