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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저작권 소송이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 모습.
ⓒ 컬처뉴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이하 비사발)에 대한 저작권소송이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작가에서 배우(무용수)까지 여러 분야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는 공연예술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사발의 저작권논란은 이 공연의 제작사인 SJ비보이스가 <비사발> 공연에 참여했던 연출가 문주철과 비보이그룹 고릴라 크루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업무방해, 명예훼손을 했다며 지난해 11월 말 서울지검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BRI@SJ비보이스 최윤엽 대표는 “지난 2005년 <비사발>의 원작인 <프리즈>를 제작사인 JS픽쳐스에 1억원을 지불하고 저작권을 샀기 때문에 그 저작권은 SJ비보이스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주철씨는 “<비사발>은 <프리즈>를 모티프로 삼아 내가 시놉시스를 만들고 고릴라 크루 등과 함께 구성한 작품이기 때문에 <비사발>의 저작권은 현재의 공연을 완성한 우리 측에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프리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 배우 이근희, 팝핀현준을 주축으로 고릴라 크루 등이 참여해 2005년 8월 2주간 공연된 작품이다. <비사발>은 이를 토대로 SJ비보이스측이 제작자로 나서서 문주철 연출로 고릴라 크루가 참여해 만든 작품으로 2005년 12월부터 1년 남짓 공연을 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SJ비보이스는 출연진을 교체해 공연을 진행해 왔다. 문주철, 고릴라 크루는 지난해 12월 부산과 2월 2일 국립극장에서 별도로 <비사발> 공연을 추진했다가 SJ비보이스 측의 항의로 취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저작권 논란은 사실 공동창작이 많은 공연계에서는 늘 잠재하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익스피어의 작품 등 고전을 재구성한 작품에 대해 그것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대개 이 같은 경우는 비평적 논란으로 그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작가의 신작 대본 혹은 시놉시스를 놓고 연출과 배우가 공동창작으로 공연대본을 완성했을 때, 이 공연대본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 90년대 중후반 소극장뮤지컬의 장을 열었던 <사랑은 비를 타고>도 제작자와 작가 연출
ⓒ 컬처뉴스
실제 작가의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공동창작과정을 거쳐 완성된 공연대본이 개인 희곡집에 수록되면서 연극동네에서 말이 오가기도 했다. 이번 <비사발> 저작권 논란도 이러한 공동창작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공동창작의 경우 저작권은 누구에게?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연계에서는 공동창작에 참여한 이들 각자의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다.

연극평론가 노이정씨는 “원칙적으로 공동작업을 통해서 나온 것은 공동으로 귀속되는 것이 맞다”면서 “작품을 만들 때, 작품에 대한 기여 정도가 모두 다른 만큼 일정한 틀을 만드는 것보다 당사자들끼리 서로의 권한을 인정,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극단 작은신화의 김동현 연출가는 “공연선진국이라고 말하는 유럽에서는 아이디어는 누구로부터 발생되었고 초고는 누구, 완성공연대본은 누구, 그리고 다른 연출가의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릴 경우 ‘재연출’이라고 밝히는 등 창작물에 대한 창작과정에 누가 어떻게 참여했는가를 세분화하여 밝힌다”면서 “우리도 저작권을 세분화해서 명기하는 원칙들이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법적인 측면에서 처음부터 공동창작을 하는 작품과 달리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을 공동창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극단 노뜰의 원영오 연출가는 제작사와 계약할 때, 처음부터 작품의 텍스트만이 아니라 연출권까지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제작시스템이 점차 자본화되어가고 체계화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아직도 감정적인 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작품을 만들 때, 그 과정을 문서화하는 등 자료를 남겨서 창작단계에 대한 기록을 투명하게 남기는 것이 후의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원영오 연출가는 “이러한 저작권 문제를 포함한 작품제작과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인력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즉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저작권 문제라든가 기록, 펀딩 등 실무적인 부분을 상담해주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연제작사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승락 대표는 “<비사발> 외에도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작가와 연출가, 배우 사이에 작품 권한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대부분 작가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창작이란 것이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권리를 어떠한 방법으로 얼마만큼 인정할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승락 대표는 “배우와 연출가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만들고 기획한 제작사도 권한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제작사들의 권리는 작가나 연출가에 비해 약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미 법정분쟁으로 치달아가고 있는 <비사발> 저작권 논란이 법정에서 어떠한 결론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법의 판단과는 별도로 공연계도 공동창작으로 완성되는 공연예술의 저작권에 대한 합리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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