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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투동굴 내부
ⓒ 김훈욱
2월 1일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힌두교의 축제인' 타이푸삼(Thaipusam)'이다. 축제의 기원는 어느 축제나 대부분 전설에서 시작되는 특징이 있듯, 타이푸삼 또한 힌두교의 전설에서 유래된다.

그런데 타이푸삼의 기원이 되는 전설을 이야기 하기 전에 바투 동굴에 대해 먼저 알아 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왜냐하면 전해지는 이야기는 전설일지 모르나, 전설의 소재가 되는 곳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알라룸프에서 자동차를 타고 그 유명한 겐팅으로 30분 쯤 가면 왼쪽에 황금색의 큰 조각상이 있고 뒤로 거대한 석회암의 산이 버티고 있는데 여기가 바투 동굴이다.

여기에는 타이푸삼의 주인공인 물루간의 동상이 있다. 이 동상을 지나 가면 동굴에 이르는 까마득한 높이의 돌계단이 앞을 막아 선다. 동굴로 가려면 무려 272개의 가파른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야 한다. 그러나 마지막 계단에 도달하면 그동안의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축구장을 넣어도 될 만큼 넓고 100m가 넘는 높이의 동굴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바투 동굴 내부는 전체가 힌두교 사원으로 조성돼 있다. 100m 정도 걸어 안쪽으로 들어가면 화산 분화구처럼 하늘로 거대한 구멍이 뚫린 자리에 힌두교 제단이 여럿 보인다.

영국 식민지 시절 엄격한 계급사회를 벗어나 고무농장 일꾼으로 이주한 인도인들이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찾았는데, 이제는 해외토픽에 소개될 만큼 유명한 힌두교의 성지가 되었다고 한다.

타이푸삼은 어떤 축제인가?

▲ 계단을 오르기 위해 준비 중인 고행자들
ⓒ 김훈욱
독립 50주년을 맞은 말레이시아는 올해를 관광진흥의 해로 정하고 범국민적으로 관광객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첫 번째 이벤트에 해당되는 축제가 타이푸삼이라 정부에서도 예년과 다르게 집중 홍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타이푸삼이란 어떤 내용의 축제일까?

세계 어느 민족이나 그들 고유의 축제가 있고 그 축제는 신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중심이 되지만 대부분 춤을 추고 노래하며 노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 점에서 타이푸삼은 분명 다른 의미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춤을 가장 잘 추는 민족의 하나인 힌두교도들의 축제라고 하여 춤을 추며 노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이 사람들은 타이푸삼을 맞으면 춤을 추는 대신 자신의 몸에 바늘을 꽂거나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고행을 한다.

▲ 물루간의 동상 앞을 지나는 고행자
ⓒ 김훈욱
이 축제 또한 힌두신화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힌두교의 많은 신(神) 중 스리 마하마리암만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남 카나바다는 똑똑하지만 게을렀으며 차남 물루간은 순수하고 우직한 성격이었다.

어느 날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두 아들에게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세 바퀴 돌고 오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고 성실한 차남 물루간은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고행을 떠났으나 장남인 카나바다는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었다.

집에서 놀고만 있는 카나바다를 본 스리 마하마리암만이 꾸짖자 카나바다는 재빨리 어머니 곁을 세 바퀴 돌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어머니라고 말하였다. 이 말에 감동한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카나바다에게 권력을 물려주었다.

한편 차남인 물루간은 오랜 세월 지구를 세 바퀴 도는 고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모든 권력은 이미 형에게 물려진 뒤였다. 이런 상황에 상심한 물루간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바투 동굴에 들어간 후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 우유통을 이고 동굴에 올라 온 힌두여인
ⓒ 김훈욱
뒤늦게 어머니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경솔한 행동을 한 자신을 반성하고 물루간을 만나기 위해 바투 동굴을 찾았으나 물루간은 1년에 한 번씩만 만나 주었다. 그 날이 바로 '타이푸삼'이다.

타이푸삼은 타이와 푸삼의 합성어인데 타이는 1월 15일~2월 15일까지의 한 달을 말하며 힌두교에서는 이 기간을 신성한 달로 여긴다. 그리고 푸삼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란 뜻이다.

그들의 고통체험

타이푸삼이 되면 참배를 위해 272계단을 올라 이 동굴에 이르는 진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 수만 명의 신도들이 노천에서 밤을 새우며 기도를 하고 낮이 되면 전국에서 백만 명 이상의 참배객이 모인다고 한다.

고행자들은 자신의 뺨과 혀에 긴 바늘을 꽂거나 등에는 맨 피부에 낚시 바늘을 꽂아 오렌지를 매달고 272계단을 오른다.

일반 신자들도 계단을 오르는 고행을 하는데, 머리를 완전히 깎은 다음 노란색의 옷을 입은 다음 맨발로 계단을 오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젊은 부부는 어린애기를 막대기에 걸친 포대기에 담아 함께 어깨에 메고 오르면서 자녀가 무사히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카바디'라는 고행을 위해 별도로 만들어진 구조물을 어깨에 메고 가는 신자들은 아주 정교하게 장식한 금속이나 나무 아치의 카바디를 어깨에 메고 철사 혹은 못으로 카바디와 자신의 몸을 연결하고 있었다.

▲ 등에 낚시바늘로 연결된 오렌지를 단 고행자
ⓒ 김훈욱
그리고 여성과 어린이는 우유통을 머리에 이고 올라가는데 이 또한 동굴 안에 있는 작은 물루간 상을 샤워하기 위함이다.

처음 찾는 사람들은 다소 엽기적인 이런 모습에 놀라고 이들 또한 과장되게 고통스런 표정을 짓기 때문에 무척 놀라게 된다. 또 한 가지 색다른 것은 이날 수많은 거지들이 모여 그 중요한 축제장에 일렬로 앉아 있는 풍경이다.

이렇게 모인 거지들을 쫓아내지 않고 작지만 일일이 돈을 나누어 주는데, 고통을 나누고 사랑을 베푸는 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타이푸삼'은 말로 아부를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는 의미도 있고 자신 또한 세 치 혀로 남을 현혹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자신의 마음 속에 각인시키는 날이다. 즉, 남의 고통을 체험하면서 참회와 감사를 통해 자아를 찾으려는 신성한 축제가 '타이푸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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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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