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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지난달 17일 프랑스 남부도시 툴롱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프랑스 대선을 80여일 앞두고 유력한 대선후보가 여당의 사르코지와 야당의 루아얄로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들 간의 신경전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특히 사회당의 루아얄의 일거수일투족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뭔가 비판거리를 찾을 수 없을까 마냥 눈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루아얄의 실수만 기다리고 있는 언론

드디어 루아얄이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1월초 중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실수로 'bravitude'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만리장성의 장엄함을 말하기 위해 'bravoure'란 단어를 사용할 자리에 'bravitude'라는 있지도 않은 엉뚱한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자 모든 미디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루아얄은 불어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난 25일에는 'RMC Info' 라디오에 출연한 루아얄에게 프로그램 진행자가 현재 프랑스에 몇 대의 원자력 잠수함이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루아얄이 "하나, 둘, 아니 7개"라고 허둥지둥 대답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실제로 프랑스 원자력 잠수함은 4개이다.

루아얄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 의원인 고드프렝은 루아얄이 동반자인 올랑드와 함께 산 파리 근교의 블론뉴의 집을 개인자격이 아닌 SCI(la Societe Civile Immobiliere, 시민부동산회) 자격으로 산 것에 대해 비난하기도 했다.

SCI 자격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면 개인 자격으로 구입할 때 보다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에 루아얄-올랑드 커플이 올랑드 부모와 같이 시민부동산회를 조합해서 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루아얄은 자신이 재산세로 내는 세금은 862유로로 본인은 내야 할 세금은 다 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더불어 루아얄은 자신의 재산을 공개했는데 현재 루아얄 커플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90만 유로로 그 중에 35만5800유로가 개인소유 자산이라고 공개했다.

루아얄이 재산신고를 하자 다른 당의 후보자들도 다투어 자산을 공개했다. 최대맞수 사르코지는 2006년도 소득이 113만7천 유로로 재산세로 낸 금액이 1988유로라고 공개했다. 프랑스에서는 소유한 재산이 75만 유로를 초과할 때 재산세가 부과된다.

대선 후보 중 가장 부자로 알려진 국민전선의 르펜은 자신의 재산 밝히기를 꺼리고 있는데 현재 소유하고 있는 고급저택만 해도 645만 유로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면에 33세로 가장 젊은 대선후보인 혁명공산결사당의 브장스노는 가장 가난한 후보로 신고됐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동반자와 반반으로 같이 구입했는데 은행에 매달 환불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현재 그의 재산은 3만7천 유로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는 더불어 자동차 푸조106을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이용하고 있는 자전거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우체국 소유라고 밝혔다.

여, 루아얄의 측근-동생 신상조사

▲ 지난 14일 프랑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사르코지.
ⓒ AP=연합뉴스
루아얄의 강적 사르코지도 직간접적으로 그녀의 대선활동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 예로 내무부 소속의 'RG(일반정보담당부)'가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 전 대변인이었으며 최근에 사회당에 환경조언자로 투입된 브뤼노 흐벨에 대해 자세한 개인 신상조사를 한 바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루아얄의 남동생인 앙뚜완느 루아얄도 얼마 전에 RG의 방문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앙뚜완느가 25일자 르몽드에 밝힌 바에 의하면 RG가 자신이 작년에 범했던 사기와 사회재산 악용에 대해 자세히 조사함으로써 자기 누나의 위치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프랑스령의 캬라이브해에 있는 마르티니끄 섬을 방문하고 있었던 세골렌 루아얄은 "국가가 한 대선후보를 위한 당파조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31일자 프랑스의 대표적 비판지 르 캬나르 앙셰네에 의하면 RG가 1월 초에 루아얄-올랑드 커플의 재산을 조사했다고 한다.

후보 탈락한 사회당 베테랑들까지 비토분위기

이렇게 미디어와 여당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루아얄이 그렇다고 해서 같은 사회당의 주요 멤버들에게 후원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프랑스 텔레비전 <카날플뤼스>의 정치 풍자방송인 '기뇰(인형극)'의 한 장면이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진행자인 PPD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로랑 파비우스, 조스팽 등 사회당의 베테랑인 일명 '사회당의 코끼리' 세 명을 초대했다.

이들에게 현재 대선활동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당 후보 루아얄을 변호하는 말을 해달라고 하자 먼저 스트로스-칸이 고개 숙여 신발 끈을 맴으로써 답을 피했고 조스팽은 차를 길거리에 아무렇게 주차해 놓아 지금 가보아야 한다며 바쁘게 퇴장을 해버렸다.

혼자 남은 파비우스에게 PPD가 재촉하자, 그는 "내 입에서 루아얄을 변호하는 말을 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말하고는 폭탄을 터뜨려 자살해버리고 만다.

17일에는 같은 방송사인 카날플뤼스에서 사회당의 대변인인 아르노 몽뜨부르그가 실언을 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루아얄의 단점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루아얄에게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그녀의 동반자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현재 사회당의 제1서기인 올랑드를 지칭하는 말이다.

루아얄과 올랑드는 오래전부터 한 집에서 살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결혼한 상태는 아니어서 동반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들 사이에는 4명의 자식이 있다. 이 해프닝으로 인해 루아얄은 몽뜨부르그에게 1개월간의 업무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BRI@일부 사회당의 열성분자들도 루아얄에게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38세인 교사 마리는 "난 루아얄에게 표를 던지지 않겠다, 그녀가 제안하는 것도 또 그녀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29일자 <리베라시옹>에 말했다.

마리는 사회당원이긴 해도 오히려 중도우파연합인 프랑스 민주연합의 바이루를 찍을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현재 사회당의 꽤 많은 사람들이 마리처럼 루아얄보다 바이루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하고 있는데 스트로스-칸의 측근들이 이에 해당한다.

사실 사회당 후보가 지금까지 이렇다 하고 내놓고 있는 공약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루아얄은 참여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현재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데 2월 11일 이후에야 이 모든 의견을 종합해서 선거공약을 내놓겠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빨리 구체적인 선거공약을 내놓아야 한다며 재촉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까지 내건 몇몇 선거공약은 우파에서 내놓고 있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사회당의 코끼리'들은 그녀가 좀 더 좌파적인 공약을, 좀 더 정치적이고 전문적인 공약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떨어지는 지지율... 재기 가능할까?

최근의 IPSOS 여론조사에 의하면, 루아얄의 인기도가 지난 1주일 사이에 3% 하락한 26%, 사르코지가 35%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결선까지 갈 경우 사르코지가 이길 확률이 54% 루아얄 46%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루아얄이 '사회당의 코끼리'라고 불리는 쟁쟁한 베테랑들을 제치고 사회당 후보로 선출되었던 것은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강점임과 동시에 약점이다)과 다른 후보들 보다 미약한 경력 등 약자의 입장이라서 상당수의 호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루아얄이 이제 대선경쟁에서 다시 강력한 파워를 지닌 여당후보 사르코지와 맞닥뜨리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언론의 입방아에 찧이고 있어 다시 이전의 희생양의 위치로 되돌아간 것 처럼 보인다.

과연 루아얄은 희생양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바로 그 이유로 원래 약자의 입장을 변호하기를 좋아하는 프랑스 국민의 호감을 다시 사게 되어 결국 승리를 얻게 될 것인가.

아니면 최근 계속 인기도가 상승하고 있는 프랑스 민주연합의 바이루 같은 제3자가 급부상 할 것인가. 프랑스 대선은 이제 석 달도 채 안 남았다.

태그:#루아얄, #왕따, #사회당,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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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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