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월 초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어느 지하철 역 부근의 일명 '모텔 골목'. 현란한 네온사인 사이로 인형체험방 간판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조금 뒤 성인용품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쪽에는 작은 글씨로 '인형체험 성인전용'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컴컴한 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자 다시 한 번 '성인전용'이라는 글자가 강조하듯이 쓰여 있었다.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한 뒤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확산되는 인형체험방

▲ 인형체험방 관련 인터넷 카페. 1월 31일 현재 카페는 폐쇄된 상태다.
리얼 돌(Real doll)은 2002년 미국의 아비스사가 영화의 특수 메이크업에 사용하는 고급 실리콘으로 만든 것이 시초다. 사람의 실제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인형체험방은 일본에서 시작해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비디오방처럼 제한된 곳에서 컴퓨터로 성인 동영상을 보며 리얼 돌과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유사성행위 업소다. 시간당 2만5000원을 내면 된다. 현재 50~60여 곳 정도가 전국에 퍼져 있다.

예전에는 여관에서 손님에게 유료로 인형을 대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밀실로 이루어진 곳이 대부분으로 대개 체인점 방식으로 퍼져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인형체험방으로 사업등록을 할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 인형체험방은 성인용품점으로 신고를 하고 체험방 영업을 겸하고 있다. 대부분 체험방에서 한쪽에서 성인용품을 팔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인용품점은 세무서 신고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한 자유업종이다.

리얼 돌은 개인 소장이 아닌 영업용으로는 수입이 불가능한 제품이다. 인형체험방에서 사용하는 수입 인형은 불법 수입품. 단속으로 모두 압수 당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직접 리얼 돌을 제작해 개당 130~150만 원의 가격으로 납품되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인터넷에서 '리얼 돌' 혹은 '인형체험방'으로 검색을 해봤다. '인형체험방'은 법적으로 성인물로 취급되므로 인터넷에서도 성인 인증 검색어가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대부분 포털 사이트들은 성인 인증 절차를 요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었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 가입자 수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A포털 사이트의 B카페. 물론 카페에 들어가는 데도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카페 가입자 중에는 리얼 돌을 직접 구매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인형체험방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곳에서도 법적인 문제나 인형체험방의 다룬 기사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마침 창업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고 연락처도 공개되어 있었다. 지난 14일 기자는 창업자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모 업체 사장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사장은 지금 다른 사람과 상담 중이라며 자세한 이야기는 전화로 하기 힘드니 한 번 찾아오라며 길을 알려줬다.

"성병 위험도 없고 단속에 걸리지도 않아요"??

▲ 리얼돌 체험방을 홍보하는 한 카페.
약속한 날짜인 1월 17일, 사장이 알려준 인형체험방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문이 잠겨 있었다. 전화를 걸어 문이 잠겨 있다고 하니 한 층 위로 올라오라고 알려준다. 그곳 인형체험방은 나라별로 나눠져 있었다.

각 나라의 이름이 적힌 방 7개와 사장실, 창고 등의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의외로 환한 조명과 깔끔한 디자인의 가구 등이 눈에 띄었다.

대개 인형체험방은 성인용품점을 같이 운영하는데 이곳은 입구에 성인용품이 진열되어 있지 않았다면 인형체험방으로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카운터에 돈을 내면 콘돔과 자위기구를 준다. 각 나라 이름이 적힌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컴퓨터와 침대가 보인다. 침대 위에는 '체험'을 위한 인형이 놓여져 있고 침대 아래에는 성인용품 자판기가 놓여져 있었다.

일본 방에 들어가면 교복을 입은 여자 인형이, 인도 방에 들어가면 밸리 댄스 복장을 입은 여자 인형이 누워 있었다.

아래는 기자와 업소 J사장이 나눈 대화다.

사장 "이런 거 처음 해보시나요?"
기자 "네. 처음입니다."
사장 "어려운 거 없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기자 "창업하면 얼마나 벌 수 있나요?"
사장 "어떻게 하느냐, 목자리가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1200만원 이상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기자 "한 달에요?"
사장 "한 달에 1200만원 정도 이상 소득이 있고, 용품을 팔면 조금 더 추가되고, 그렇죠 뭐…"
기자 "그럼 창업 자금은 얼마나 들어요?"
사장 "인형에 따라 다른데… 보통 싼 걸로 한 100만원 정도짜리로 하면 4000서 5000만원이면 인테리어까지 하고요. 조금 괜찮은 인형 쓰면, 한 5000만원에서 6000만원 정도 예상하시면 됩니다."
기자 "관리는 어떻게 해요?"
사장 "쉽습니다. 얼굴은 화장 좀 예쁘게 시켜 주시고, 나머지 부분은 소독약으로 싹 닦아서 페로몬 향수 같은 거 뿌려 주면 아주 좋습니다."
기자 "성병에 걸리거나 법적으로 문제될 뭐 그런 건 없죠?"
사장 "당연하죠. 콘돔 끼고 일회용 가지고 하는데 성병은 걸릴 수가 없고요. 법적인 문제는 동영상을 (직접 컴퓨터에) 안 깔고 사이트에 회원 가입해서 (손님들한테) 아이디랑 비번 알려 주면 돼요. 그럼 걸릴 것 하나 없습니다."


J사장은 자신있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기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J사장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남규 교수(순천향대 천안병원 비뇨기과)는 "하나의 인형을 여러 사람이 사용하다 보면 위생상 문제도 있고 성병에 걸릴 위험성도 높다"고 말했다.

법적인 부분도 마찬가지다. 정석헌 교수(순천향대 경찰행정학)는 "음란물을 보여 주는 것뿐만 아니라 리얼 돌 자체도 음란물로 규정돼 음화반포죄가 성립이 되며, 단속 대상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성인 사이트도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한 것이 아니라면 정보통신이용촉진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고작 벌금 100만원... 인형체험방 규제 조치 시급

▲ 다양한 리얼돌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
2004년 9월 성매매 특별법 이후 성과 관련한 신종업소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김정배 전북경찰청 여성기동수사대 반장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변태적이고 변종적인 (유사 성매매) 업종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규제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정석헌 교수도 "터키탕, 증기탕, 스포츠마사지, 대딸방 등이 빠른 속도로 사회에 침투하고 있다"며 변종 성매매업의 철저한 단속을 강조했다.

인형체험방 여직원 말에 따르면 대부분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궁금해서 찾아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느냐고 묻자 "대학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단골이 돼서 일 주일에 다섯 번 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인형체험방은 최근 들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른 업소들과 달리 인형체험방은 성매매 특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또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공공장소에서 음란물의 배포, 판매, 상영을 금지하는 음화반포죄(벌칙 1년에 징역1년, 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될 뿐이다. 그마저도 보통 100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인형체험방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정석헌 교수는 "단속근거법률이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이므로, 동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업종변화의 추세에 맞게 정비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작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는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이 직접 리얼 돌을 들고 나와 인형체험방 실태를 고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지역에 인형체험방이 증가하자 성인인형방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는 인형체험방을 조속히 폐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태그:#리얼돌, #인형체험방, #리얼돌 체험방, #인형 체험, #성인인형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