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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국경 넘으려면 한국어 시험을 봐라!"

최근 핀란드 당국이 버스와 자가용으로 핀란드 국경을 통과하는 한국 유학생들과 여행객들에게 한국어로 시험을 보게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 교민과 유학생들이 대부분 거주하고 있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그는 핀란드와 인접해 있어 이들은 여행이나 비자문제로 핀란드 국경을 육로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 여권을 위조하여 러시아를 거쳐 핀란드 그리고 유럽연합으로 빠져나가는 중국인들의 불법사례가 많아지자 가짜 한국인을 가리기 위한 대책으로 핀란드 국경에 '한국어 시험'이 등장한 것이다.

"당신 중국인 아니냐?"

3주전 사업차 러시아에 온 윤아무개씨는 동료와 함께 러시아 비자연장을 받기 위해 동료와 함께 핀란드로 가는 길에 국경에서 황당무계한 일을 겪었다.

차에서 내린 윤씨는 국경검문대 앞에서 여권(신여권)을 제출했고, 국경 수비대원들은 여권을 확인한 후 중국인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며 여권을 가지고 어디론가 자리를 옮겼다.

약 30분후 한국어 시험을 봐야한다는 국경수비대원의 말에 윤씨는 황당하기만 했다. 한국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갑에서 주민등록증과 각종 문서들을 꺼내 보여줬지만, 국경수비대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시험지를 가져왔다.

계속 버텨봤자 국경수비대원들과의 관계만 불편해질 것 같자 윤씨는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황당함에 웃음만 나왔지만 시험지를 받아들고 지정해준 책상에 앉아 막상 시험지를 보는 순간 긴장감이 다가왔고 시험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읽어나갔다.

유치원 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였지만, 국경검문대 안에서 그것도 외국 국경수비대 요원의 감시(?)하에 보는 시험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그냥 웃을 만한 상황은 아닌듯 하다.

러시아에서 4년째 공부중인 유학생 정아무개양도 3년전 에스토니아로 여행을 가던중 국경에서 한국어 시험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새벽녘 살을 에는듯한 추위속에 국경수비대의 손전등 불빛아래 답을 작성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한편으론 재밌기도 했지만, 정양 또한 긴장감에 불안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최근 핀란드를 4번이나 다녀왔는데, 자신은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어 시험은 보지 않았고 대신 국경수비대원들의 각종 질문과 긴 여권 검사절차에 오랜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국경에서 보는 한국어 시험문제는?

다음은 2주전 윤씨가 핀란드 국경에서 봤던 한국어 시험은 총 8문제였는데 그 일부는 다음과 같다.

1. 역대 대통령들의 이름을 나열하시요.
2. 경부선 구간은?
3. 긴급사고시 거는 전화번호는?
4. 한국의 제2의 도시는?


정양이 3년전 에스토니아 국경에서 치렀던 한국어시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다음중 가수가 아닌 사람은?
1. 주현미 2. 나미 3. 이태지 4. 이미자

-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한국 야구 선수는?

- 다음 동요의 빈칸을 채우시요.

나리 나리 개나리 ( ...................... )

@BRI@ 윤씨는 시험을 치르고 다시 1시간 이상을 기다렸고 이후에도 몇가지 질문(방문 목적, 경비 여부 등)을 더 받았다고 한다. 결국 국경을 통과하는데 무려 3시간 이상이 걸렸다.

정양의 경우에는 즉석에서 답을 확인하였는데, 주관식은 그림 대조하듯 답안지와 시험지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고 한다. 버스에 오르자 30분 이상을 기다린 승객들에게 미안해 이후 여행이 너무나 불편했었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의 한국여권 위조사건으로 인한 이런 자국민 불편사항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외교적 조치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은지 핀란드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해보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현재 핀란드 국경에서 한국어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것을 몰랐다"며, "중국-러시아-핀란드로 이어지는 육상통로를 이용하는 중국 여권위조단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한국어시험, #핀란드, #한국인, #국경수비대,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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