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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말 <이중간첩 이수근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이씨의 처조카 배경옥(69)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38년 만에 '이중간첩 이수근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15일 "지난달 전원위원회를 열어 인권침해사건인 이수근 간첩 조작의혹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며 "중앙정보부(중정)는 이수근을 위장간첩으로 조작해 처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월간조선> 등 언론매체들은 1980년대 말부터 중정 직원들의 증언을 빌어 '이수근은 이중간첩이 아니었다'고 보도해왔으나,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해 '중정의 조작'이라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 "이수근, 중립국 가려고 탈출"

@BRI@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은 귀순자의 생명권이 박탈된 비인도적, 반민주적 인권유린 사건으로 평가된다"며 "국가는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감금, 자백에 의존한 무리한 기소 및 증거재판주의 위반 등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이수근을 간첩으로 인정한 수사와 판결은 일부 자백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자백은 가족들의 면회가 금지되고 변호인 조력이 없는 상태에서 장기간 구금과 구타, 강요 등에 의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수근 간첩조작의혹 사건'은 1967년 3월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부사장 이수근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위장귀순한 뒤 국가기밀을 탐지, 암호문을 발송해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해 한국을 탈출한 혐의로 체포된 직후 처형(1969년 7월)된 사건이다. 이수근의 처조카 배경옥씨는 간첩방조 혐의로 20년간 복역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과거 중정 자료와 직원들을 면담 조사한 결과 "중정 직원들이 이수근은 간첩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다"며 "중정에서는 위장귀순 여부를 신문하고 판단관 회의를 거쳐 자진귀순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이수근한테는 간첩에게 필수적인 암호명이나 난수표 등도 없었고, 북한으로 보내고자 모스크바 교회로 발송했다는 비밀편지 또한 난수표에 의해 암호화된 것도 아니었으며, 국가기밀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67년 당시 이수근이 운전기사나 감찰실 직원들의 동향감시가 심했기 때문에 외부활동이 어려웠고, 따라서 국가기밀 탐지행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봤다.

특히 출국 당시 제3국 생활에 필요한 도구(영한사전, 한영사전)를 소지했고, 홍콩 도착 후 직접 마카오와 구룡반도를 경유해 주중북한대사관으로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제3국인 캄보디아 행을 고집했던 것은 이수근이 중립국에서 살려고 했다는 점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서둘러 사형집행... 생명권 박탈한 건 심각한 절차적 하자

무엇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중정이 이수근과 처조카 배경옥씨에 대해 영장발부 없이 11일간 불법구금한 채 조사했다"며 "최초 진술서 등을 수사기록에서 제외했고, 검찰은 일부 자백 외에 보강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기소했으며, 법원은 일부 자백에 의존해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면서까지 유죄 판결했다"고 적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불법구금이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 규정에 명시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진실화해위원회는 "종범에 불과한 공범들조차 1심 판결에 불복해 그 실체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극형인 사형을 선고받은 이수근이 항소의사를 밝힌 직후 스스로 항소를 포기하고, 또 공범들의 항소심 재판이 열리기 전에 서둘러 사형을 집행해서 생명을 박탈한 점은 절차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가는 확정판결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피해를 구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등 상응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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