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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정당들은 수명이 짧은 편이다. 대통령 임기인 5년을 넘는 정당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정당들이 이처럼 단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정치인들이 지조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당에 대한 한국 정치인들의 충성심이 약해서일까? 어느 나라 정치인이든 간에 자기 이익을 앞세우기는 다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지조나 충성심만을 갖고 한국 정당의 구조를 논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들은 항상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정당만큼은 계속 바뀌고 있다면, 정치인이 아니라 정당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경제적 측면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BRI@월급이 잘 안 나오는 일터에 사람들이 붙어 있기가 힘들듯이, 돈이 돌아가지 않는 정당에도 사람들이 붙어 있기가 힘들 것이다. 한국 정당의 구조적 문제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정당의 재정 기반이 튼튼하면, 리더 자신도 정당을 함부로 해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원들도 쉽사리 리더를 따라 새로운 둥지로 옮겨 가기가 힘들 것이다.

기존 정당이 새로운 정치환경에서 버티기 힘든 최대의 원인은 바로 정당의 재정구조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정치환경 변화라는 외풍을 막아 줄 재정구조가 당내에 없기 때문에 정당이 쉽사리 명멸(明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고보조금이 정당들에게 어느 정도 숨통을 트여 주고는 있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의 액수는 선거결과라는 '외풍'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을 받던 정당이라도 선거에서 대패하면 국고보조금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선거에서 한번 대패한 정당일지라도, 때로는 그 진보성이나 정강·정책 등 때문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은 정당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정당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당을 통해 소수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점과 관련하여 한국 정당들과 대비하는 정당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중화민국(대만)의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이다.

한국 정당과 대비되는 중국국민당, 장기 존속하는 이유는?

▲ 중국국민당 당사. 타이뻬이 소재.
ⓒ 출처 : 위키페디아백과 대만판.
흥중회(興中會)-동맹회(同盟會)-국민당(國民黨)-중화혁명당(中華革命黨)을 거쳐 1919년에 손문(孫文)에 의해 설립된 중국국민당은 근 100년의 역사가 있는 정당이다. 국민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정당이 지금까지 존속한 것 자체가 신기하고 경이적인 일이다.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는 모택동의 공산당 군대에 패해 1949년에 대만으로 쫓겨갔다. 한국의 정치환경에서는 총선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대패한 것만으로도 정당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경우에는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정당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선거도 아닌 전쟁에서 대패해 사실상 나라를 잃고도 국민당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국민당의 장기집권은 지난 2000년에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천수이볜이 총통에 당선됨으로써 종식되고 말았다. 한국에서는 장기 집권자가 암살당하거나(박정희와 민주공화당) 혹은 독재자가 퇴임하면(전두환과 민주정의당) 그 정당 자체가 와해 되기 쉽다. 그런데 국민당은 대만에서만 50년 가깝게 장기 집권하다가 권력을 잃었는데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국민당 설립 이후 세계질서가 2차례(1945년 이후, 소련 붕괴)나 바뀌었음에도, 올해 87세의 국민당은 사람 나이로 치면 내년에 미수(米壽, 88세)를 맞이할 정도로 장수를 과시하고 있다.

그럼, 국민당이 그처럼 오래 존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당원들의 충성심이 강해서일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의 재정구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민당의 재정구조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재정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에 정권 상실의 충격을 이기고 여전히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맹자> 양혜왕(梁惠王) 상(上)에 나오는 '사(士) 계급이라면 항산(恒産)이 없어도 항심(恒心)을 가질 수 있지만, 일반 백성은 항산이 없으면 항심을 가질 수 없다'(無恆產而有恆心者,惟士為能。若民,則無恆產,因無恆心)는 말에서 시사되는 바와 같이, 국민당에는 항산이 있기 때문에 그 당원들도 항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은 과거 한국의 여당과 대비되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한국의 여당은 정권을 잃은 후에 새로운 환경하에서 자금을 모으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차떼기 정당(2002년 대선 당시)이라는 불명예까지 쓰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당은 정권 상실 이후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금전 사고'를 치지 않고 그 내부에서 자금이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럼, 국민당은 어떤 재정구조로 되어 있을까? 국민당의 재정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에서 이를 두고 '괴수(怪獸)'라고 비판을 가할 만큼, 국민당은 다른 나라 정당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재정구조를 갖고 있다.

국민당의 재산은 흔히 '당산(黨産)'이라고 불린다. 한국 정당에서도 국고보조금이나 당원 회비, 정치자금 등을 통해 당의 재산을 형성하지만, 국민당에서 직접 회사를 경영하거나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당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당산 3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당영사업(黨營事業)이다. 당영사업은 국민당이 관리하거나 투자하는 기업체의 사업을 가리킨다. 당영 기업의 원조는 1947년에 설립된 치루(齊魯) 기업이다. 국민당이 대만으로 쫓겨간 이후에도, 이 회사는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신속한 발전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1998년에 국민당 투자관리위원회가 공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민당에 소속된 7대 투자회사(중앙투자공사 등)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회사만 해도 66개나 되었다. 그 외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업의 수는 200개를 넘었다. 그리고 2005년 8월에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당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금융부문을 포함하여 총 107개였다.

둘째는 국민당의 해외자산이다. 이는 당 혹은 개인 명의로 해외에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으로서 주로 대륙에 있는 재산을 가리킨다.

셋째는 국민당의 부동산이다. 일본제국주의의 부동산을 접수했거나 혹은 국유토지를 염가에 매입했거나 또는 대만의 지방정부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들이다. 2006년 4월 대만 <금주간>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당 회계장부에 있는 소유 건물은 총 114채에 시가 100억 대만화폐(약 3028억원)이고 토지는 10여 만평에 이른다.

그리고 2005년 8월 통계에 따르면, 국민당의 자산 규모는 총 799억 대만화폐(약 2조4194억원)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는 국민당의 당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가운데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규모를 액면 그대로 믿기가 힘들다. 아직도 국민당 당산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00년간 축적된 당산 있기에 외풍에도 계속 당을 지키는 당원들

위와 같이 근 100년간 축적된 당산이 있기 때문에 국민당의 당원들은 외풍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당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항산이 국민당을 지키는 주요 요인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항산이 있으면 항심이 있다는 <맹자>의 말처럼, 국민당의 항산은 국민당 당원들의 항심을 지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물론 정당이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민당의 재정구조에는 고찰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한국의 정당이 국민당처럼 직접 사업을 경영하게 되면, 아마도 한국에서는 칭찬보다는 비판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정당 기업이 정치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올 것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무슨 장사까지 하느냐는 조롱도 나올 것이다.

그럼, 중국국민당은 어떻게 회사까지 직접 경영할 수 있었을까?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중국의 역사 속에서 그 기원을 찾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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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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