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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신경정신병원 중 최초로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였다.
ⓒ 천선채
'정신병원'이라고 하는 말에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먼저 할까. 감금, 감시, 구타, 창살 등이 아닐까. 가끔씩 언론이 정신 질환자 치료 병원에서 발생하는 구타나 탈출 사고 소식 등을 전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하여 환자의 인권을 우선시하고 감금과 창살을 없앤 신경정신병원이 있어 상식의 허를 찌른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에 있는 성안드레아 병원(원장 양운기). 90년 개원 당시부터 '환자 인권'이란 개념을 도입해 치료 시스템을 개발한 병원이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감금과 창살이 없는 정신과 병원을 세우기까지에는 선구자의 고민이 매우 컸을 듯하다.

마침 성안드레아 병원은 지난 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58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다.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인권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정신과 병원이 인권상을 받는 소중한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취재하게 된 것은 지난 주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의 얘기를 듣게 된 것이 동기였다.

친구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이 이번에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게 되었다고 자랑하면서 그럼에도 언론이 정신과병원을 부정적으로 보도하여 일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동시에 털어놓았다.

▲ 병실에 창살이나 감금 장치가 없다.(왼쪽)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감시 카메라 대신 전자 장치의 빛으로 환자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 천선채
참석했던 친구들이나 나나 정신과 병원이 으레 그런 것 아닌가 여기는 판에 인권상을 받는다는 것이 내게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감시와 감금과 창살이 존재하는 곳에 인권상이라.

7일 성안드레아 병원으로 가는 길은 완전한 겨울 풍경이었다. 낮은 산기슭에 군데군데 쌓인 눈, 휑한 들판. 그런데 친구 만날 겸해서 찾아간 병원은 봄빛이었다.

병을 치료하는 환자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정신병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기에는 이보다 더 따듯한 봄빛은 없는 듯했다. 창살이 없다. 복도는 넓고 실내는 밝았다.

이곳 원목실 신부님은 스스럼 없이 환자 방을 열어 보이고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감시 카메라가 오히려 이곳에는 없었다.

▲ 울타리가 없으니 오히려 환자들의 이탈 욕구가 없는 듯하다고 말하는 친구 이재학.
ⓒ 천선채
"하느님의 손길이 사람을 통해서 전달되고 약이나 치료보다도 함께 어울리면서 환우들이 점차 나아져 갈 때 '저것이 정말 사람살이의 모습이구나'하고 깨닫습니다"라고 이상윤 신부는 말한다.

인권·개방·순환 시스템·자유 의사결정권 등 이 병원을 설명하는 표현은 여럿이었다. 병원에는 분명 막힘이 없어 보였다. 편안하게 공기가 흐르고 큰 창문에 하나 가득 산의 모습이 들어왔다.

"직원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환우들의 권리를 우선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직원들이 그만큼 더 움직이고 신경 써야 하죠. 급여도 적은데 종교적인 신념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듭니다."

신부님의 말을 듣고 보니 문득 친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끔 만나는 동창회에서 술 한잔 하며 수다를 떨고 해도 나는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을 몰랐다. 별일 없이 모임에 얼굴 비추면 으레 잘 지내려니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친구는 그런 나의 상투적 삶의 허를 깨는 현장에 살고 있었다. 환자의 인권을 실현하는 병원을 찾아갔다가 친구의 소중한 모습을 덤으로 가슴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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