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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북경에 첫눈이 왔습니다.
ⓒ 윤영옥
며칠 전 북경에는 첫눈이 내렸습니다. 눈 내린 다음날은 바람이 더욱 거세지요. 이럴 때 한국이었으면, 방바닥 뜨끈뜨끈하게 해놓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하루 종일 동굴 생활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식 생활을 하는 중국에서 따뜻한 방바닥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라디에이터와 냉온 겸용 에어컨은 방안 공기만을 데워줄 뿐이지요. 한국 사람에게는 온돌이 최고인데 말입니다. 안 그래도 가슴시린 타국 생활, 손과 발마저 시려옵니다.

그렇다고 마냥 서러워(?)할 수만 있나요? 향수(鄕愁)를 달래는 최고의 방법! 입맛에 맞는 익숙한 음식을 먹으면 되지요. 음식 천국 중국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손쉽고도 효과 만점인 방법입니다.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간식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군고구마와 군밤이지요.

이건 좀 우스운 얘긴데, 저는 중국에 가서 고구마와 밤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냥 다른 나라에 가면 우리 음식은 먹을 수 없을 거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지요.

게다가 저는 시골에 사는 사촌동생이 '언니는 서울 사람이면서 왜 이런 걸 이렇게 좋아해?'라고 할 정도로 밤과 고구마, 옥수수를 좋아합니다. 오죽하면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이 삶은 고구마와 삶은 밤이었겠습니까. ‘이제 중국 가면 이런 거 못 먹을 텐데 어쩌니?’하며 안타까움 가득한 표정으로요. 그날 걸신들린 듯 고구마를 먹다가 체해서 아주 난리를 쳤지요. 그런데 더욱 가관인 건 그 다음날 공항에도 그 고구마와 밤을 싸가지고 와서 먹었다는 겁니다.

그 야단법석이 기우에 불과했음은 중국에 와서야 깨달았답니다. 이곳에는 한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싸고 질 좋은 고구마와 밤과 옥수수가 가득했으니까요.

음식천국 중국에서 만난 군고구마, 군밤, 옥수수

ⓒ 윤영옥
이제 하나씩 말씀드려 볼까요?

요즘 제가 거의 밥 대신 입에 달고 사는 군고구마. 일단 군고구마를 파는 아저씨의 자태(?)부터가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드럼통은 옆으로 뉘어놓고 서랍식으로 홈을 만들어 고구마를 올리고, 아래쪽에 불을 때서 익히지요.

중국에서는 드럼통을 세워놓고 통 중간쯤에 철망을 만들어 고구마를 올려 익힙니다. 한 번에 익힐 수 있는 고구마의 양이 더 많지요. 군고구마 리어카 근처에서 나무 타는 냄새도 나지 않고 장작도 보이지 않아, 어떻게 불을 때는 지가 심히 궁금합니다. 중국의 군고구마는 무게를 달아서 팝니다. 보통 한 근에 2위안에서 3위안 정도 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500원 정도면 커다란 군고구마를 배불리 먹을 수 있습니다. 아~ 다시 군침이 도네요.

제가 군고구마를 사러 하도 많이 가서, 학교 앞 군고구마 아저씨는 저를 ‘오랜 친구(老朋友:라오펑요우)’라고 합니다. ‘늙은 친구’ 절대 아니에요.

겨울을 즐겁게 해주는 또 하나의 별미, 바로 군밤입니다.

ⓒ 윤영옥

군밤도 한국의 군밤과는 조금 다릅니다. 커다란 솥에 작은 돌을 가득 넣고 달구어 그 작은 돌의 열기로 밤을 익힙니다. 어떤 곳에서는 설탕물을 함께 넣고 구워 달콤한 맛이 나기도 합니다. 다 익은 군밤에는 기름을 발라 놓는데, 이게 싫으면 그냥 기름을 바르지 않은 것을 달라고 하면 됩니다.

중국 군밤은 정말 신기하도록 껍질이 잘 벗겨집니다. 얼굴과 손에 숯검정을 묻히지 않고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지요. 이 역시 무게를 달아 판매하는데, 밤의 크기에 따라 한 근에 8위안에서 10위안 정도 합니다. 끼니를 때울 수는 없어도 약간 출출할 때 간단히 요기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옥수수는 계절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입니다. 처음 중국에 와서 학교에만 있다가 다 같이 외출을 할 일이 있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삶은 옥수수를 보고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내내 중국 음식만 먹다가 처음으로 먹은 우리 음식이었습니다. 그때 같이 드셨던 분도 중국 와서 여태껏 먹은 것들 중에 제일 맛나다고 감격스러워 했었지요.

ⓒ 윤영옥

지하철 역 앞이나 각 유명 관광지 앞에서 옥수수 파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답니다. 대게는 옥수수를 삶아서 스티로폼으로 만든 박스에 담아놓고 파는데, 간혹 불에 굽는 군옥수수도 있습니다. 삶은 옥수수는 1~2위안인데 비해, 군옥수수는 그보다 1위안쯤 더 비쌉니다. 그런데 맛은 솔직히 삶은 옥수수가 더 나은 것 같아요.

길거리 음식 ‘양고기꼬치’ 강추

ⓒ 윤영옥

보너스로 한국적인 군것질거리 말고 중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길거리음식 하나! 양고기꼬치를 추천합니다. 한국은 양고기가 흔치 않지요. 하지만 중국에서는 양고기를 아주 즐겨 먹는답니다. 꼬치 말고도 산양육(涮羊肉:슈안양러우)라고 부르는 양고기 샤브샤브도 손꼽히는 겨울철 요리입니다.

양고기꼬치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밤이 되면 양고기꼬치를 파는 노점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좁고 긴 직사각형의 틀에 숯으로 불을 피우고 그 위에 고기를 굽습니다. 고기 위에는 갖가지 향신료를 뿌려 양고기 냄새를 없애줍니다. 그 향신료 냄새를 싫어하시는 한국 분들도 계십니다만, 중국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먹거리니 경험 삼아 한번 드셔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여름에는 이 양고기꼬치 노점 주변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를 펼쳐놓아 맥주를 함께 팔기도 합니다. 여름에만 생기는 노천 주점이지요.

이 양고기꼬치는 사막 지대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특색 음식이라고 하는데, 사진처럼 그 지역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곳도 있답니다. 한족과는 생김이 전혀 다르지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눈매가 참으로 예뻐요.

먹을 것 얘기만 계속 하다 보니 또 배가 고프네요.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물가가 싸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음식값은 저렴하지요. 싸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건 중국 생활의 유일한 낙입니다.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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