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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동구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 대왕암이 보인다
ⓒ 박석철
5·31지방선거에서 정몽준(울산 동구)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이 동구 대왕암공원내 울산교육연수원 부지에 정주영 박물관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어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왕암공원은 일산 해수욕장과 연계된 울산12경 가운데 가장 경관이 좋은 곳으로, 교육연수원은 공원내에 들어서 있다. 이 연수원 부지는 1947년 독지가에 의해 교육청에 기부돼 현재 울산교육청 소유다.

울산 동구청 공보담당자는 6일 "대왕암공원내 연수원 부지를 확보해 정주영박물관, 해양박물관, 조선(배) 박물관 등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구청은 언론에 연수원부지 매입 타당성을 홍보하는 한편 지난 3일에는 대왕암공원 조성방안 토론회를 여는 등 여론 작업에 돌입했다.

동구청 공보담당자는 6일 연수원 부지의 땅값과 이에 따른 예산 확보 등을 묻는 질문에 "구청장 공약사항"이라며 "땅값은 부동산에 문의하라"고 말해 추진 배경에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연수원 부지는 전체 3만4000여평이며 이중 해양수산부 땅을 제외한 교육청 소유는 2만5000평 정도. 이 곳은 공원 지역이라 평당 가격은 12만원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땅값이 비교적 싸다.

이 지역은 현대중공업과 인근에 있다. 동구청이 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는다면 땅 매입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 연수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경관이 좋다
ⓒ 박석철
동구청과 현대중공업 합작?

현재 동구청은 관광자원화를 위해 대왕암을 공원화해야 하는데 교육연수원 부지가 대왕암공원의 중심에 있어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동구청이 마련한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동구청의 의중이 6명의 토론자와 발제자에 의해 그대로 드러났다.

현직 시의원, 동구 의원, 전 동구의회 의장,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 등 발표자들은 모두 연수원을 공원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인 이철영 울산과학대학(이사장 정몽준) 교수는 "동구지역 특성을 살려 조선역사 박물관과 해양수족관을 두루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건립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 연수원 부지는 대왕암공원의 중심에 있어 공원의 기능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완성도 높은 공원계획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인 현대중공업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현대중공업에는 한 해 수십 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어 대왕암공원 내 울산교육청 연수원 부지에 조선 역사박물관이 건립되면 동해권 해양관광 그린벨트화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송시상 시의원은 "현대중공업을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조선사 박물관과 폐선을 활용한 선상체험관을 만들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업적을 주제로 한 뮤지컬 공연 등을 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교육계는 "10여년 이상 표류돼 오던 대왕암공원화가 왜 연수원 때문이냐"며 불쾌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막상 연수원 주인인 울산교육청은 어이없다는 입장이다.

울산교육청 담당자는 "경관이 좋아 연수원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했고, 공원법에 따라 이제 청소년문화원으로 신축하려 하자 동구청이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며 "동구청이 무리하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울산강북교육청 K아무개 전 평생교육과장은 "고인인 기증자가 후학 양성을 위해 교육적 용도로 땅을 기증했는데 이곳을 공원부지로 사용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연수원 관계자는 "교육연수원도 시민에게 개방해 관람하게 하면 훌륭한 공원이 된다"며 "굳이 연수원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까닭이 뭐냐"고 말했다.

▲ 대왕암공원 입구 오른쪽이 연수원, 왼쪽이 소나무 숲이다
ⓒ 박석철
천혜의 동해절경, 교육연수원

기자가 6일 직접 찾은 대왕암공원 내 울산교육연수원 앞에는 푸른 동해바다와 대왕암, 몽돌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공원내 소나무 숲은 1km가량 이어지며 장관을 이뤘다.

대왕암공원은 그 면적이 29만여 평에 달하며 소나무숲을 지나면 푸른 바다에 대왕암이 신비롭게 솟아있다. 대왕암은 신라의 문무왕비가 죽어서 문무왕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바위에 잠겼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

또한 1906년에 세워진 울기등대도 이 곳의 명소로 통한다. 공원 입구 3만4000평 부지에 있는 교육연수원은 해방 직후인 1947년 지역 독지가 이종산씨가 후학양성을 위해 동구지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인 수산중학교를 지었던 곳이다.

연수원 부지에는 이를 기리는 추모비와 인근에 고인의 묘지가 있다.

이후 학교는 고인의 뜻에 따라 교육청에 기부됐고 교명이 바뀐 방어진중학교가 인근으로 이전하자 학생수련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난 98년부터 교사연수 등을 위한 교육연수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시사울산 발행인이며 이 기사는 sisaulsan.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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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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