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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지역 아파트 단지.(항공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저는 건축 감리(공사를 설계도면대로 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역할)를 하는 사람입니다. 건축 설계를 10년 정도 했고, 감리를 한 지는 5년 정도 됩니다. 서류상으론 13년 정도 됩니다. 건축 설계사무소에 근무할 때 아파트 건축에 참여했고, 이후 빌딩·백화점·병원 등을 감리했습니다.

제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파트 건축원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얼마나 금액을 부풀리는지 말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생각을 품게 된 것은 올해 7월 건설기술교육원이 주최하는 건설기술인 교육에서였습니다.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라 건축 토목 기술자들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가상의 프로젝트를 갖고 사업타당성을 분석했습니다. 토지와 건물 규모·성격·지역 등이 정해지면 그것을 갖고 건물짓는데 드는 비용·공사비·분양가를 계산하는 수업입니다.

한 반에 70명씩 총 세개 반으로 구성됐고, 한개 반은 10명씩 한 조를 이뤄 7개조로 이뤄졌습니다. 제가 속한 조에는 설계하는 사람, 시공하는 사람, 부동산하는 사람, 토목하는 사람, 감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최소 대리급에서부터 차장급까지 경력자들이 모였죠.

33평 아파트 하나 팔면 1억 1370만원 남는 셈

이 자리에서 우연히 아파트 건축원가 이야기가 나오게 됐습니다.

말을 꺼낸 분은 국내 대규모 건설회사에 다니는 차장님(40대)이었는데, 그 분에게 전해들은 아파트 건축비 원가가 상상외로 낮았습니다. 그 분은 자기네 현장이 토지비용을 제외한 평당 건축비 원가가 210만원(실행가- 설계·감리·광고·세금 등을 제외한 실제 투입금액)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아파트를 짓고있던 곳은 한 광역시였고, 아파트는 TV에서 광고도 자주 하는 유명 브랜드였습니다. 그 지역에선 최고 수준의 아파트였죠.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아파트 분양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민간 아파트의 경우 분양면적이 33평 아파트(전용면적 25.7평)일 때 토지 지분은 9~12평 정도 됩니다.

33평 건축비 평당 원가가 210만원이라면 총 건축비 원가는 6930만원입니다. 그 곳의 토지원가는 약 400만원 정도라고 하니 12평 정도를 곱하면 4800만원입니다. 건축비와 토지원가를 더하면 1억1730만원입니다.

이 지역에서 올해 2006년 6월에 입주한 아파트의 분양가는 평당 700만원으로 약 2억 3100만 원입니다. 차액이 1억1370만원 정도 됩니다. 사업기간은 2년 6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기획부터 유지관리 초기까지 최소 3년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아파트회사 '1급비밀'

교육을 마친 뒤, 또다른 건설회사 아파트 회사 차장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 분 말씀이 2006년도에 입주를 시작한 잘 지은 고층 맨션아파트 단지의 건축원가(실행가)는 평당 220만원이라고 하더군요. 역시 한 광역시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220만원 하는 건축비가 분양할 땐 대폭 뜁니다. 지방에선 평당 분양가가 700만원에서 1200만원, 서울 가면 평당 1400만원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울의 평당 분양가가 18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평당 건축원가(실행가) 가격은 전국 어느 회사가 공사해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평당 10~20만원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제가 10년 이상 건축일을 해왔지만 그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을 들은 바도 본 적도 없습니다. 땅값 차이가 변수라면 변수죠.

모델하우스·광고비·설계비·감리비·세금 등이 있지만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진 않습니다. 대신 건설사와 시공사가 가져가는 영업이윤이 분양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파트 회사에 속설이 하나 있습니다. 60%만 분양하면 안정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앞에 예를 든 아파트도 그 도시에서 겨우 60%정도만 분양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거뜬히 버티고 있는 것은 이런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가자료, 우리모두 정보공개 요구합시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가 이 이야기를 의대 교수하는 선배에게 하니 그 선배는 신기하답니다. 왜 엔지니어·건축인들은 수십 년 동안 자기가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침묵했느냐고요. 자기반성과 책임 없이, 자기 성찰의 과정 없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고분양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책임회피요 직무유기라고 덧붙이더군요.

건축원가라는 것은 아파트회사 1급 비밀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사회가 조금만 신경 쓰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퇴근시간에 술집 안주거리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제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우선 아파트 원가에 대한 자료를 모아봅시다. 예를 들면 파주 운정 신도시, 마포구 상암, 은평 뉴타운, 판교 신도시 등 우리 주변에 자료들이 있습니다. 클릭 한 번에 자료가 수집되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우리 모두 행정정보공개를 신청하여 관련 자료를 입수하여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정보공개법이 있습니다. 간혹 활용하기는 하지만 비공개 조항이 너무 많고 공개권자의 자의적인 판단 여지가 많습니다. 시민이 정보공개법에 의거 청구하여 필요한 정부 정보를 신청하여 얻기란 힘들지요. 우리나라에서 필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내부자와 공무원의 공개, 그리고 국정감사법과 감사원법으로 보장된 접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정감사로 주공. 토지공사, 광역시·도를 감사할 수 있고, 자료제출 공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국세청을 통해 토지실거래 관계에 대해서 조사할 수 있습니다. 또 감사원을 국감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의해 피감기관을 직무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역할을 안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국회의원에게 민원을 통해 감사를 요구하고 결과를 공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은 개인 자격으로 혹은 단체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 또는 비공개로 신청 가능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집단을 우리의 손끝으로 움직이게 합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조금 줄이고 실생활 운동을 합시다.

90% 이하의 주택보급률, 그 숫자에 담긴 삶은

요즘 회사마다 원가 절감 경쟁이 치열합니다. 설계사무소간에도 좋은 안을 내기 위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분양가는 내려가지 않고 올라갈까요. 최소한 수도권에서만은 소비자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투기세력 가수요세력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팀(PF팀)의 자료에 의하면 전국 주택보급률은 평균 100%이지만 서울 경기수도권은 90% 이하입니다. 선진국 기준은 130%입니다. 서울 경기지역은 주택보급률이 아직도 열악합니다.

전 지역이 도시화되어 있는 곳에 90% 이하의 주택보급률. 이 숫자 안에는 100만이 넘는, 적지 않는 집값을 지불하고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지하방 생활자, 옥탑방 생활자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가구생활자가 포함돼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토지비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토지 택지를 개발하는 권리를 가진 곳은 한국토지공사(토공), 대한주택공사(주공), 도시개발공사(도개공) 등입니다. 이들은 토지를 개발할 때 강제로 수용할 권리를 법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토지를 작게는 10만평~100만평 정도 개발하고 재건축·재개발할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건설회사와 계약을 하고 토지개발 관련 도급을 줍니다. 토공 등은 개발이 끝나면 도로·공원·학교·부지 등을 제하고, 분양용지 가격을 투입비 대비 최소 2배 이상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실제 토지로 환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인천지역에서는 아파트부지로 개발이 끝난 곳이 평당 1000만원 정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원가에는 토지비가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주변 토지비 시세를 알아보시고 자기 입주신청 아파트 토지 지분을 계산해 보세요. 평당 건축비를 계산해 보시면 대략 금액이 나옵니다.

소유에서 임대로, 부동산에서 주거로

▲ 한 시민이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은 뒤 당첨내용을 옮겨적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만일 토공·주공·도개공 토지공급가에서 거품을 제거하고 저가에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가에서 토지 싸게 많이 공급하고 건설 회사들이 좋은 기술로 잘 짓고 제때 싸게 아파트를 박리다매로 공급한다고 해 봅시다.

주공과 도개공은 임대아파트를 소형평수 핵가족시대에 맞추어 라이프 사이클에 맞추어 공급하고요. 금융기관에서는 임대금융상품 만들어 내고 임대전문주택회사가 신혼부부·독신자·노부부·은퇴자를 위해 다변화된 전문 아파트를 공급하고 순환시키면 어떨까요?

신도시는 건교부가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서 만들고 순환시키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에 잠겨있는 돈을 절반이상 투자로 끌어내면 오히려 자본은 건전한 투자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집을 소유개념에서 임대개념으로 바꿀 거라고 생각합니다. 집을 부동산개념에서 생활개념으로, 주거개념으로 바꾸는 것이죠.

부동산은 결코 대박이 아니어야 합니다. 땀입니다. 건축업계에서 가장 땀을 많이 흘리고 돈을 가장 적게 버는 사람은 건설 노동자들입니다. 부동산을 단순하게 집 문제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토지 제도·세금·사고팔기·다주택자·투기·실수요자·무주택자·주택보급률·공급방식·금리·도시계획·국토계획이 복합적으로 맞물립니다.

외국 이야기해서 미안합니다만, 외국 건축가들은 집을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합니다. 집을 우주로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집 잘 짓기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많이 지어서 이윤만 많이 남기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파트 원가 공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원가가 뻥튀기된 상태에서 계속 아파트가 공급되고, 고분양가로 인해 집값이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부동산 공화국 불패 신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사가 도화선이 되서 '건축원가'에 대한 활발한 토론과 함께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제가 살고, 이웃도 살고, 우리 아이들도 살 수 있는 길일테니까요.

집은 잠시 빌려쓰다 필요한 이에게 주고 가는 소유가 아닌 주거 공간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장승룡 기자는 건축업계 경력이 15년가량으로 현재 모 광역시에서 건축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 광역시의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주요 사례로 해서 기사를 작성했으며, 기사 중 주공과 토공 관련 자료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홈페이지의 '이슈&이슈'에서 '주공, 판교 이야기'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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