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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2시, 수원역 광장에서 '고 정정수 열사 장애해방 열사장'이 치뤄졌다.
ⓒ 위드뉴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대표 김병태)가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경기도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 23일 함께 농성을 벌이던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정정수 부소장이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투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전국의 장애·인권단체들은 '장애해방운동가 정정수 열사 대책위원회(아래 정정수열사대책위)'를 구성하고 25일 오후 2시 수원역 광장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정정수 열사 장애해방 열사장'을 치렀다.

고 정정수씨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군에서 뇌수막염을 앓고 지체장애를 갖게 되었다. 이후 삼육재활학교에 입학해 귀금속 공예를 배우는 등 자립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부터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을 시작한 고 정정수씨는 최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요구 농성이 시작되자, 집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청 앞 농성장에 매일 방문하며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23일 고 정정수씨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에 의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유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할 수 없어 명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과로로 인해 돌연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고 정정수 열사는 장애인들의 기본적 권리를 예산 탓으로 돌리는 경기도의 무관심으로 인해 투쟁하다 돌아가신 것"이라며 "열사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경기도 활동보조인서비스 생활시간 쟁취 투쟁을 더욱 가열차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농성단과 협상 의지도 없어"

이미 서울시와 인천시, 대구시, 충청북도, 울산시 등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보건복지부도 지난 10일 활동보조인서비스와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합의한 바 있다.

ⓒ 위드뉴스
그러나 경기도는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유형, 나이, 소득기준에 상관없는 서비스 제공의 권리 인정과 2007년 활동보조 예산 경기도 추가재원 확보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인 단체의 과다한 요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협상도 중단한 상황이다.

이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후보시절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공약으로 내걸고 이를 위한 조사위원회와 판정위원회를 약속했으나, 도지사가 되고 난 뒤 공약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며 추가적 재원 마련은 어렵다고 한다"며 "또 지난 50여일의 농성기간 경기도는 일방적으로 농성 중단만 요구한 채 한 달이 넘도록 면담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

이날 정정수열사대책위 김병태 공동집행위원장은 "정정수 동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책임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도지사가 공약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한 그 순간부터 그의 죽음이 예고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손이 불편한 장애인이 입으로 헌화하고 있다.
ⓒ 윤보라
김 공동집행위원장은 "47일간 이슬과 찬바람을 맞으며 농성을 지속한 것은 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경기도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장애인들의 생존권 요구에도 방치로 일관한 경기도는 정정수 동지의 빈소에도 장애인복지과 그 누구하나 찾아오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김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투쟁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그를 이렇게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우리는 정정수 동지가 그렇게 염원했던 것처럼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보조인서비스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그는 장애인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이 사회와 김문수 도지사가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도대체 얼마나 장애인들이 집구석에서 죽고, 시설에서 죽어가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진 추모사로 박명애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 상임대표는 "김문수 도지사는 결코 우리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오늘은 슬프지만, 내일은 김문수 도지사를 보내고 기뻐하자"라며 "정정수 동지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피가 터지고 살이 찢어지는 죽음을 각오하고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참석한 신석준 희망사회당 대표와 홍승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도 다른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왜 경기도에서는 예산을 핑계로 미루고 있느냐고 비난했다. 또 경기도는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들의 기본적 권리인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추모행진 저지에 장애인들 기습 도로점거

이날 '고 정정수 열사 장애해방 열사장' 이후 정정수열사대책위 소속 장애인과 활동가 100여명은 수원역 광장에서부터 경기도청 정문 앞 농성장까지 평화적인 추모행진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 이날 정정수열사대책위는 수원역 앞에서 경기도청까지 추모행진을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인해 무산됐다.
ⓒ 윤보라
그러나 미리 배치되어 있던 경찰병력이 이들의 추모행진을 막았고, 장애인들은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했다. 이후 경찰이 도로를 점거한 장애인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양측이 과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양측이 한 시간이 넘도록 도로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경찰이 추모행진을 막자, 장애인들이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했다.
ⓒ 위드뉴스
▲ 경찰이 도로를 점거한 장애인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양측이 과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 위드뉴스
ⓒ 위드뉴스
결국, 추모행진을 진행하려던 정정수열사대책위는 경찰의 저지로 인해 추모행진을 중단하고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정리 집회를 한 뒤 저녁 7시경 해산했다.

한편, 고 정정수씨가 사망한 지난 23일 수원 영통에서 또 한 명의 정신지체 장애여성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정수열사대책위는 "활동보조인이 없어서, 투쟁에 지쳐서, 사회적 무관심 때문에 죽어가는 장애인들을 언제까지 모른 체할 것이냐"며 "김문수 도지사는 더는 중증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고 정정수 열사에게 사죄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중증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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