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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사람의 한평생을 70년으로 잡고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깨어 있는 자각의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니 모골이 송연하다. 의식이 살아있는 그 짧은 시간에 딱 10권의 책만 읽도록 허락이 되어 있다면 당신은 어떤 책을 선택하겠는가?

단 한 줄의 책 구절이 사람의 인생 전부를 바꿀 수 있는 폭발적인 위력을 지닌 것을 감안할 때, 죽기 전에 읽어야할 책을 단 10권으로 한정한다면 참 난감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신과 인간의 줄다리기 역사와 사랑이 담긴 휴먼드라마의 총체라 볼 수 있는 <성경>이나 동양사상의 총체라는 노자의 <도덕경>,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인 <뮈토스>만 읽어도 더 이상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 모든 책에서 하고 싶어 하는 말들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죽기 전에 10권의 책만 읽으라면 난 아래와 같은 책들을 읽을 것이다.

▲ 인간의 삶과 창작의 원천으로 불리는 <성경>
ⓒ 이명옥
첫 번째는 <성경>이다. <성경>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역사서나,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설파한 복음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든 인간의 역사와 삶의 양식이 한눈에 들어오는 책이 바로 <성경>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선 독서목록에 드는 <성경>은 모든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구약 39권, 신약 27권, 총 66권에 들어있는 메시지는 단 두 줄로 요약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종횡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인간 모두 신의 성품을 지녀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는 길일 것이다.

두 번째로 권하고 싶은 책은 이윤기가 번역한 <뮈토스>. 한때 <뮈토스> 매력에 흠뻑 빠져 책을 사랑하는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인간 삶의 복사판인 친근한 신들의 이야기는 싫증나지 않고 흥미롭다.

세 번째는 <삼국지>다. <삼국지> 역시 인간 삶의 축소판으로 밤을 새워 읽게 하는 매력이 있다. 미염공 관운장이나 조자룡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멋진 남성상으로 내게 각인되어 있다. <삼국지>는 무협지류에 열광하게 만든 김용 이전에 이미 스케일 큰 책의 참맛을 알게 만들어줬다.

▲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풍속의 역사> 각 4권
ⓒ 이명옥
네 번째는 <우파니샤드>인데 <대망>, <태백산맥>, <토지> 같은 대하소설이 주는 흥미와 흡인력은 없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을 때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귀한 책이 아닌가 싶다.

다섯 번째는 에도 막부 이야기가 담긴 <대망>이다. 개인적으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보다 오다 노부나가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 책에서 여성은 전리품에 불과한 존재며, 한 남자의 아내라 할지라도 전쟁의 승패에 따라 언제든지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고 얼마나 분노하고 절망했는지…. 하루에 서너 권을 읽느라 아무것도 안하고 책만 보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여섯 번째는 <풍속의 역사>다. <풍속의 역사>는 누구든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수도원의 기원처럼 무거운 것부터 악수의 기원이나 의상의 변천까지, 풍속을 통해 서양 역사의 변천을 바라볼 수 있다.

일곱 번째는 아놀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인문학을 한 사람들은 누구든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여덟 번째는 <티벳 사자의 書>인데, 이 책을 읽으면 삶과 죽음에 대해 명료한 해답을 얻어 삶의 자세가 더욱 진지해질 것이다.

▲ 시집들
ⓒ 이명옥
아홉 번째는 노자의 <도덕경>. 단 5000자인 <도덕경>은 문구가 암시적이라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고 완전하게 해석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양에서 동양 철학의 바탕이 되는 노장 사상 연구가 더 활발하다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열 번째는 <한국 명시 전집>이다. 시에 대한 기호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이의 가슴에 울림을 준 애송시들을 한 번쯤 읽어보고 적어도 서너 편쯤 암송하라고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의 책, 그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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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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