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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스트로 의원의 발언이 무슬림들을 자극했다는 BBC 인터넷 뉴스 5일자 기사. 사진이 문제의 니캅 복장이다.
영국 사회가 때아닌 무슬림(이슬람 교도) 여성들 복장 문제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최근 노동당의 중진의원이자 하원 원내대표인 잭 스트로가 영국 내 일부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에 대해 언급한 게 도화선이 되었다.

노동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각자 상반되는 의견들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기도 하다. 신문, 잡지 등을 통해 논란이 계속 이어질 조짐도 있다.

"그거 안 하는 게 낫지 않나요?"

잭 스트로 의원은 얼마전 한 지역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 여성의 전통 복장 중 하나인 '니캅'에 대한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보통의 '히잡'은 머리를 스카프나 베일로 가볍게 덮는 복장이지만, '니캅'은 눈 부위만을 제외하고 얼굴 전체를 베일로 덮는 복장이다.

이 인터뷰에서 스트로 의원은 "나는 내 사무실에 온 무슬림 여성들에게, 원한다면 얼굴 전체를 덮는 베일을 벗어도 좋다고 권유한다, 벗는다면 내 강요가 아니라 여성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스트로의 발언은 금세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 인구 중 무슬림이 25~30%인 블랙번시의 노동당 하원의원이며, 지난 이라크전 개전 당시 외무부 장관의 중책을 담당했다. 내각의 요직에서 하원담당관으로 자리가 옮겨진 것도 이란 공격 문제를 성급하게 발언했기 때문이란 설까지 있다. 무슬림들과는 이래저래 인연이 깊은 사람인 것이다.

그는 이어 6일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영국 내에서라도 니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화를 할 때, 표정을 서로 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데 얼굴 전체에 베일을 쓰고 있으면 알 수가 없다", "내 발언으로 인해 건전한 논의가 생겼으면 좋겠다" 등등의 말을 덧붙였다.

▲ 하얀색 베일을 두른 무슬림 여성들. 일반적인 히잡 복장이다.
ⓒ 김성수
"복장까지 정부 간섭을 받아야 하나?"

상당수 영국 내 무슬림들은 스트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장에 대해서까지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 하느냐", "니캅 역시 히잡과 마찬가지로 이슬람교에서 정한 방식이다" 등등의 분위기다.

이슬람 인권위원회 측은 "스트로 의원 같은 사람이 복장으로 인해 종교적 차별 발언을 한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무슬림들의 복장이 문제가 된다면 왜 유대인들의 복장에 대해서는 언급 하지 않느냐"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슬람과 무관한 일부 영국인들도 스트로의 발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친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옷 입는 게 좋지 않다고 말하면 실례가 될 수 있는 법", "옷 입고 다니는 게 대화에 방해가 된다는 말은 듣는 사람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말한 결례" 등의 의견들이 BBC 인터넷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스트로의 의견에 찬성하는 견해도 많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한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답답하냐",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 "검은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 쓰고 눈만 내 놓고 다니는 여자들을 보면 거리감 뿐만 아니라 두렵다는 생각까지 든다"….

또한, 스트로 의원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무슬림들도 있다. BBC 6일자 인터넷 뉴스판에 따르면, 영국 무슬림 위원회의 도드 압둘라 박사는 "무슬림 아닌 사람들이 보면 많이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아람 아크람이라는 한 무슬림 운동가는 "최근 상황 때문에 사람들이 위협을 더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수상 프레스콧 "나는 아무 상관 없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옷을 입은 무슬림 여성. 차도르 복장으로 얼굴만 내놓고 다닌다.
ⓒ 김성수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존 프레스콧 부수상은 자신의 견해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공교롭게도 부수상직은 향후 토니 블레어가 수상직에서 물러나면 새롭게 구성될 내각에서 잭 스트로가 노리고 있는 자리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일요 시사 라이브 프로그램인 '일요 AM'에 8일 출연한 프레스콧은 "나는 아무 상관 없다, 이걸 왜 내가 무슬림 여성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해야 하느냐, 무슬림 여성들이 스카프를 쓰든 말든 베일이 얼굴 전체를 덮든 말든 이건 그들의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내 사무실에 온 사람이 터번을 쓰든 검은 안경을 쓰든 나는 아무 상관없이 대화할 것이며, 벗는 게 좋지 않냐고 묻지도 않을 것이다"며 "나는 그 사람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부 장관인 패트리샤 휴잇도 프레스콧의 견해를 지지했다.

"여성인 나도 이걸 예전엔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슬림 여성들은 이런 복장을 자신의 신념과 신앙 때문에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스트로 의원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동체 및 지방정부 담당국장인 필 울라스는 "극우적이고 민족 중심 성향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무슬림들 복장만 봐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게 동기가 되서 무슬림에 대한 차별도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9일 <더 타임즈> 인터넷판의 테러용의자 기사.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도 안될 수 있다.
니캅을 하고 다니는 테러용의자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9일자 <더 타임즈>는 니캅을 하고 달아난 한 남성 테러용의자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기사는 이 테러용의자가 니캅을 하고 여성인 체 하고 다녀서 그간 경찰의 추적을 수월하게 따돌리고 도망다녔으며, 우연하게 체포되어 경찰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테러용의자들 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경찰 입장에선 눈 이외에 얼굴과 몸을 완전히 가린 니캅이나 부르카 복장의 사람들을 검문하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다. 니캅을 한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면도 있고, 종교적 신념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내에서 제기되는 니캅에 대한 견해는 이처럼 다양하다. 니캅을 없애자는 의견도 여러 관점에서 제기될 만하다. 하지만 니캅이 용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더 지배적이다. 금번 문제 제기로 인해 영국 사회 내부에서 니캅 문제를 넘어 무슬림에 대한 배려 문제가 계속 부각될 가능성이 많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도 있다.

BBC <천국과 땅>이란 일요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한 영국 무슬림 의회 지도자인 게야수딘 시디크 박사는 "니캅은 종교가 아니라 '문화차이'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스트로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좋다, 그러나 정작 무슬림들은 별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영국 내에서 니캅을 한 여성은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란 "그들의 스카프를 가슴까지 연장하라"

영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무슬림 여성들은 집 밖으로 외출시 머리와 가슴 부위에 스카프나 베일을 두른다. 이를 총칭해서 보통 '히잡'이라고 하는데 코란에 명시되어 있다.

"신앙심이 깊은 여성들에게 이렇게 알려주어라. 그들의 눈을 낮게 하고 그들의 중요한 부분을 잘 보호하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쉽게 외부로 드러내선 안된다고 말이다. 또 그들의 스카프를 가슴부분까지 연장하라고 알려주어라" (코란 24:31. 영문판)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은 색깔이 다르기도 하며, 니캅, 부르카, 아바야, 차도르 등등 형식도 다르다. 니캅과 부르카는 얼굴을 거의 다 가리는 복장 형식이다.

나라별로 형식이 다르다. 예를 들면, 터키는 히잡을 두르지 않아도 되나 65% 정도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4년에 공립학교에서 히잡을 금지했으며,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학교 선생들에게 금지했다. 현재 영국은 특별한 제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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