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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자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무소속 최연희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술자리 성추행 사건 이후 잠적했던 최연희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복귀에 맞춰 동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이날 행정자치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 7개월 만에 정치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서한에서 최 의원은 "국회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다"며 "제 능력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질책을 경험했기에 망설임은 더욱 컸다"고 입을 열었다.

또한 "10년전 국회에서 처음 국회의원 선서를 하던 때가 생각난다, 항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고, 특히 지역구 의원으로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며 3선 국회의원임을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이번 일은 깊은 아픔으로 남았다"며 "그동안 드리고 싶은 말씀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다"고 말했다.

서한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설치된 의원들의 우편함에 한통씩 꽂혀 있었다. 겉봉투에는 '최연희 의원 드림', '친전(親展·편지를 받을 사람이 직접 펴 보라고 편지 겉봉에 적는 말)'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은 최연희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돌린 서한 전문.

존경하는 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님!
최연희 의원입니다.


6개월 전...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후 잠적했던 최연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 사과했지만,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의사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 사이 국회에 나오기까지 많은 고뇌와 번민이 있었습니다. 제 능력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가혹한 질책을 이미 경험했기에 제 망설임은 더욱 컸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제 부덕의 소치이며, 그 동안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려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0년 전 국회에서 처음 국회의원 선서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 이후 저는 항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해왔습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낙후된 고향의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해오면서, 변화되어 가는 지역의 모습에 성취감도 경험했습니다. 15대 이후 저는 16대·17대 국민의 부름을 두 번 더 받았습니다.

그 동안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한번도 개인의 이익을 국가 이익 앞에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양심에 반하는 권한을 행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국회의원 직무의 모든 것이라 믿어왔습니다.

지난 몇개월간 번민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골수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는 한 어린 학생을 알게 됐습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저는 현실로부터 멀어지려고만 했던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번 일은 제게 깊은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드리고 싶은 말씀도 더러는 있었지만, 모든 것을 마음 속 깊이 품고 삭이면서 잊어버리겠습니다. 앞으로는 저 자신에 대해 더욱 충실하고 엄격하게 채찍질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제 자신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공복으로서 더욱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연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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