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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명암 박시춘 남인수.
ⓒ 자료사진

작사 조명암(趙鳴岩, 본명 조영출, 1913~1993, 충남 아산 출생).
작곡 박시춘(朴是春, 본명 박순동, 1913~1996, 경남 밀양 출생)
가수 남인수(南仁樹, 본명 강문수, 1918~1962, 경남 진주 출생).

조명암은 감미로운 노래가사를 많이 지은 작사가였다. 남인수는 ‘가요계의 황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다.

조명암은 '혈서지원'과 '2500만의 감격' 등의 친일가요을 작사했고, 박시춘은 그의 가사에 곡을 붙였으며, 남인수는 그 노래를 불렀다. 이들 세 사람은 나란히 지난 해 8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1차 수록대상자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2006년 9월 현재 이들 세 사람은 너무나 다르게 기려지고 있다. 충남 아산과 경남 밀양·진주는 이들의 이름을 딴 가요제를 열기로 했는데,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다른 운명을 맞은 것.

'박시춘가요제'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다가 그의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2년만에 '밀양아리랑가요제'로 바뀌었고, '조명암가요제'는 9월 19일부터 '아산가요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런데 '남인수가요제'만 친일파의 이름을 딴 명칭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조명암가요제', 아산가요제로 명칭 변경

▲ 진주시민운동본부는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진주MBC 앞에서 남인수가요제 폐지를 촉구하며 거리선전전을 벌이기로 했다.
ⓒ 윤성효
한국예총 아산지부(이하 아산예총)는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제18회 설화예술제 때 '조명암가요제'를 열 계획을 세웠다. 지난 3일 영인산 휴양림 야외무대에서 예선을 거쳐 오는 22일 신정호관광지에서 본선 무대를 열 예정이었다.

그런데 조명암의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었고, 설화예술제집행위는 19일 운영위원회의를 열어 가요제 명칭을 '아산가요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설화예술제에는 아산시에서 총 1억5000만원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아산예총은 이중 2000여만원을 들여 가요제에 충당하기로 했다. 아산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친일인사의 이름을 딴 가요제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자 명칭을 곧바로 바꾼 것.

설화예술제집행위 정만국 기획연출팀장은 "조명암에 대해 친일행적이 있다고 기자들이 이야기를 해서 추모사업회와 상의를 했다"면서 "추모사업회에서도 명칭 변경에 동의해 그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명암은 1941년 일본 와세다 대학 불문과를 나왔고, 193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동방의 태양'으로 등단했으며, '선창'과 '알뜰한 당신' 등 500여곡의 대중가요를 작사했다.

그는 일제시대 청년들에게 지원병으로 나설 것을 독려하는 노래가사도 썼는데, 대표적으로 '혈서지원' '지원병의 어머니' '결사대의 처' '2500만의 감격' 등이다.

'지원병의 어머니'는 "나라에 바치자고 키운 아들을/빛나는 싸움터로 배웅을 할 제 …/지원병의 어머니는 자랑해주마"라는, 1943년 발표된 '혈서지원'에는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 부르네"라는, 노골적인 친일가사가 담겨 있다.

작사자도 작곡가도 이름 바꾸는데 가수만

진주시와 진주MBC는 오는 10월 9일 진주성 특설무대에서 '남인수 가요제'를 연다. 지난 17일 진주MBC에서 예심이 열리기도 했다. 진주시(5000만원)와 경남도(2000만원)는 '남인수 가요제'에 재정지원을 한다. 진주시와 진주MBC는 브랜드 가치 등을 내세워 남인수가요제라는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남인수 가요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일잔재청산을 위한 진주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4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명칭사용 금지와 시 예산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16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진주MBC 앞에서 '남인수 가요제 중단'을 촉구하는 거리 선전전에 돌입했다.

박노정 진주시민단체연대 공동대표는 "박시춘뿐만 아니라 조명암의 이름을 딴 가요제를 폐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면서 "남인수가요제도 빨리 폐지되거나 명칭을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일부에서 가요제 명칭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남인수를 두 번 죽인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남인수를 영원히 죽이자는 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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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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