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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만화'가 가장 쉽게 드러내는 단점은 작품의 부실함이다. 김성모의 경우에는 늘 판에 박힌 스토리와 '구석기', '계윤성', '강건마'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는 캐릭터 선정(실제 인물을 반영한 덕분인지 <대털>의 '교강용'은 다소 이례적인 캐릭터다), 군데군데 드러나는 어이없는 장면의 노출이 그 단점으로 거론된다.

필자가 이 글의 제목을 왜 <이상한 나라의 '김 화백'?>으로 정했을까? 그가 추구하는 '공장만화'의 형태 탓에 그 '어이없는 장면'들은 상식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장면이 됐음에도, 충분한 검토 없이 무차별적으로 발간됐기 때문이다. 이 '어이없는 장면'들은 4차원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들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제부터 예시할 그림들은 김성모를 오래전부터 주목하던 '근성 폐인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교본'으로 통하던 그림들이다. 필자는 그들이 얘기하는 '김성모'와 '김성모의 만화'를 블로그나 갤러리의 한계를 넘어 공식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점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돈 계산?

▲ 왼쪽은 <황제의 성>의 한 장면, 오른쪽은 <청송 감호소>의 한 장면. 10만 엔이라면서 '100만 엔'은 될 법한 뭉치를 내밀었으며, 술값이 2만 1천원임에도 2만원을 내놓으며 "잔돈은 애들 과자값하라"고 우긴다.
ⓒ KOCN&대명종

▲ 일본의 1만엔권 지폐.
ⓒ 박형준
'근성 폐인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이었다. 운전자에게 뭉칫돈을 내밀며 자동차에 태워줄 것을 요구하던 <황제의 성>의 '강천후'는 10만 엔을 준다. 하지만 '강천후'는 독자의 육안으로 보면 누구 보더라도 지폐 100장 이상은 묶여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돈뭉치를 건낸다. '전국구', 혹은 '황제'는 돈도 이렇게 배포있게 계산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혹시 1천 엔짜리 지폐 100장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 지폐는 분명히 1만 엔짜리 지폐다.

위의 이미지 오른쪽에 예시된 <청송 감호소>의 한 장면은 더 황당하다. 주인공 '계윤성'의 오만불손한 말투는 조폭들을 소재로 한 만화라는 점을 감안해 그렇다 치더라도, 작가에게는 만원짜리 한장 더 그릴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가 가장 궁금해진다. '실수'였을 수도 있지만, 놀림당하기 딱 좋은 실수였다는 점이 안타깝다.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를 우롱(?)하면서도 온갖 폼은 다 잡고 있다는 점이 더욱 재미있다.

이상한 나라의 언어 사용?

ⓒ KOCN

ⓒ KOCN
세 장면 모두 <럭키짱>에 나온 장면들이다. "부친 중에 한 명이"라는 대사와 함께, "왼팔만 사용하겠다"고 큰소리 쳐 놓고 오른팔로 상대를 때려눕힌 녀석의 행동이 압권이다. 아래에 예시된 이미지는 "발차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려줄까?"라면서 팔을 신나게 휘두르고 있는 캐릭터의 움직임이 압권이다.

필자가 아직 '여물지 않은 풋 사과'이기 때문인지, 이 장면들의 깊은 의미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쩌면 '소인배'라 그 의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럭키짱>의 고수들이 상대를 농간하고 상대의 냉정을 잃게 하기 위해 허를 찌른 것일 수도 있다. 진정한 싸움의 고수라면, 이제부터라도 왼쪽을 약속하고 오른쪽을 사용하거나, 발차기를 시도할 것인 양 행동하면서 화려한 팔놀림을 선보여야 하는 것 같다.

이상한 나라의 황당한 시추에이션?


'전국 불조심의 달'은 매년 11월이다. '김 화백'은 단순한 풍경도 결코 가만히 둘 수 없었나 보다. '전국 불조심의 달'은 듣도 보도 못한 '전국 물조심의 달'이 돼 "서울·수원·인천의 연합군 결성"이라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화려하게 빛내고 있다.

그 오른쪽 화면은 더욱 심각하다. 흰색 차이나 정장을 입은 서늘한 사내는 스스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놓고는, 스스로 부하들과 함께 허리를 굽히며 "하이! 알겠습니다"를 외친다. 군(軍)이건, 회사 조직이건, 밤의 조직이건, 그 어느 조직에서도 볼 수 없었던, 오직 '김 화백'의 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풍경이다.

아래의 그림은, 인사를 주고받는 관계가 뒤바뀔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아들은 분명히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는데, 대답하는 말풍선은 분명히 '딸'에게 향해져 있다. 저 아버지는 참 속도 좋은 사람이다. 보통의 부모라면 저런 상황을 가만히 놔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분명 고의가 아닌 실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엄청난 실수를 막기 위해서는 말풍선 꼬리의 위치를 아래가 아닌 윗 방향으로, 그리고 꼬리의 길이도 좀 더 늘일 필요가 있었다. 방향설정이 잘못된 꼬리 탓에 평범한 상황이 둘도 없는 코미디가 돼버렸다.

어쨌든 위의 세 그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근성 폐인들의 블로그를 넘고 넘어 '풋 사과'는 모르는 독특한 세계의 이야기라는 점을 증명한다. '풋 사과'임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안심해야 하는 것일까?

강렬한 장면들, 결코 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그림들은 '근성 폐인들'이 김성모를 희화화하거나, 비판할 때 곧잘 애용되는 그림들이다. 하지만 '드라군 놀이'의 유행을 <드라군 파이터>의 홍보에 이용하는 배포를 가진 '김 화백'이 이 정도의 희화화에 굴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는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단행본을 '생산'할 것이다.

▲ 세상에..<럭키짱>을 홍보하고 있었다.
위의 그림은 '김 화백'의 소나무같이 한결같은 푸르름을 증명해줄 그림으로 유명하다. 독자들의 지적대로 "기획력 하나는 타고난" '김 화백'의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품에까지 스스로를 노출시켜 어필할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작가는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이런 기발한 기획력이 작품의 질과 '실수 방지'에도 활용된다면,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해진다. 적어도 앞서 언급했고, 네티즌 사이에서 말할 필요도 없이 유명해진 저 '실수'만큼은 줄어들 것 같다.

조폭의 리얼리티 묘사에는 일가견이 있는 '김 화백', 근성있는 취재만큼은 인정해야 할 '김 화백', 그에게는 늘 이런 점이 아쉽다. 그를 바라보는 모든 독자들도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1.<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2. 김성모의 만화에 관해 제보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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