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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의 위력이 무섭긴 하다. 지난 13일에 작성한 <김성모, '오타'까지도 '예술'이 된다?>가 D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오르면서, 댓글게시판에는 반가운 '근성 폐인들'을 볼 수 있었다. 예리한 시각을 가진 그들은 여지없이 '김 화백의 근성'을 찬양(?)하면서, 김 화백의 만화에 관한 날카로운 시각이 두드러진 이야기들을 남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풋 사과'의 잘못된 띄어쓰기를 지적해준 '근성 폐인들'에게는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김성모는 발행한 단행본 수만큼이나 해야 할 이야기도 많은 만화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그의 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꾸준한 지적도 생생하게 드러내려 노력할 생각이며, 가급적이면 장단점도 명확하게 구분할 생각이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김성모의 사진을 보면 '왱알앵알'이라는 표현이나 '근성'이라는 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T셔츠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옷에서도 드러내듯이 그는 '근성의 화신'으로 유명하다. 단행본 발간 속도에서도 '근성'이 느껴지며, 일부 만화에서는 작가가 직접 언급한 취재를 통해서도 '근성'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의 '근성 있는 취재'를 느낄 수 있는 만화를 이야기할 생각이다. 제목이 다소 민감한 만화도 있기에 필자로서는 나름대로 용기를 내 쓰는 글임을 밝혀둔다.

의외로 많은 호평을 받은 <대털>

▲ 영화 <쉬리>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것이다?
ⓒ KOCN
김성모의 작품 중 상당수는 스포츠신문에 연재되었다. 현재도 <깡비>라는 만화가 <스포츠서울>에 연재되고 있으며, 지금 이야기할 <대털>은 2002년에 <일간스포츠>에서 연재된 만화다.

<대털>은 그의 근성 있는 취재를 느낄 수 있는 대표작 중 하나다. 영화의 전형적인 소재 중 하나인 '금고털이범'을 내세운 이 만화는 김성모의 분신 중 하나인 '교강용'을 그의 마니아들에게 각인시킨 만화이기도 하다.

그가 실제로 인터뷰했다는 '대털' 반열에 오른 금고털이범의 증언이 작품 속에도 생생하게 녹아든 것이 장점인데, 이 작품만큼은 그의 성인만화에서 엿볼 수 있는 전형적인 패턴도 그 장점을 업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매번 등장하는 이름인 '결호'와 '황산'까지 반가울 정도다.

<대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가끔씩 에피소드의 첫 부분에 나오는 '실제 금고털이범'의 증언이 나름대로 무게감 있게 그려진 것이었다. 그 덕에 "범죄를 막기 위해 금고털이 수법에 대해 낱낱이 증언하겠다"던 이름모를 그의 목소리도 제법 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모의 만화 중 늘 지적의 대상이던 '전문성'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그의 어쩔 수 없는 '근성'의 영향인지 회를 거듭하고 부를 거듭하면서 단행본이 다소 많아진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대털>은 총 3부에 걸쳐 74권이 출간돼 있다.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나 김종석의 <도시정벌>에 비하면 그 부담은 다소 덜하지만, 74권이라는 숫자는 그래도 만만치 않은 숫자인 것 같다. 만화를 보는 속도가 권당 15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말이다.

<용주골> 시리즈, 취재의 힘은 느껴지나...

▲ 결말에 대한 무성의한 처리로 아쉬움으로 남은 <용주골> 시리즈
ⓒ 자유구역
개인적으로 공개된 공간에서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꺼려졌던 작품이라는 점부터 밝혀둔다. 하지만 이 시리즈 역시 나름대로 공전의 히트를 거두었고, 그의 '취재'를 이야기하자면 꼭 언급해야 할 작품이다. 호색가를 자처하는 남성들의 영원한 관심의 대상 '용주골'을 직접 이야기한다는 '상품성'도 김성모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시리즈'로 묶여진 이 작품들은 각각 <용주골>, <용주골 블루스>, <용주골 리스트>, <용주골-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목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용주골'을 둔 이권다툼을 벌이는 조폭들의 이야기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잘 나가다가 후반에서 '날림'으로 일관"(네이버 아이디 'a1231724')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성인만화가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많은 독자들이 '시간 때우기용'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크게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식의 발간이 '공장만화'라는 그의 부정적인 틀을 형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앞서 언급한 네티즌의 지적대로 결말 역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 시리즈에서 그나마 호색가들이 눈여겨볼만한 점은 '용주골'이라는 공간을 가감없이 이야기하는 <용주골 리스트>의 어느 여성의 '대사'가 될 듯하다. 그곳에 사는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을 찾는 남성들을 위한 이야기 등이 비교적 세밀하게 드러나 있는데, 그런 만큼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원칙은 꼭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시리즈에도 '황산'과 '결호'라는 반가운 이름이 등장하며, 김성모의 분신 중 하나인 '석기' 역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잘 보면, 주인공 '석기'의 생사도 다소 어이없게 그려지는 면이 있다.

선을 넘어선 엽기적인 설정

'나도하'라는 네티즌이 작성한 김성모 어록에는 그의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병원'에 대한 정의도 있다. 김성모의 만화 속에서 다뤄지는 '병원'은 "모든 병을 치료하는 곳. 병원에 가면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 대략 전치 100주까지 치료한다"는 결론이 내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만화들에서도 '병원'은 여지없이 그런 공간으로 그려진다. 폭력배들의 집단구타와 칼부림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캐릭터가 병원만 다녀오면 다음 장면에서는 멀쩡해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인다. 이 장면들을 보며 네티즌의 어록까지 생각나 더욱 황당하게 다가온 듯하다.

이 '병원'에 대해서는 그저 가볍게 웃으면 그만이라지만, 선을 넘어선 장면들도 있다.

<대털>에서는 난투극 끝에 아킬레스건을 다친 등장인물이 꼼짝없이 누워있는 동안 아내가 도망가 갓 태어난 아들이 우유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죽어가던 장면이 나온다. 그보다 더 엽기적인 장면은 아들에 대한 악몽을 잊지 못한 그 캐릭터가 '의뢰'를 받아 조폭을 살해하러 갔다가 아기까지 죽이는 엄청난 장면이었다.

심지어 <용주골>에서는 욕망을 못이겨 수간을 저지른 사내가 라이벌의 연인을 강간하며, 동물에게서 엿볼 수 있는 성병이 라이벌에게까지 전염된다는 할 말을 잃게 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덕분에 <대털>의 경우에는 <일간스포츠> 연재 당시에 신문윤리위로부터 '공개경고'를 받았다. 표현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성인만화라지만, 캐릭터에게 당위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잔혹함이 개입됐거나, 선정성을 위해 필요없는 장면이 들어간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근성'을 '작품의 질'에 활용하자?

만화 장르 특유의 황당한 장면들들 때문에 어른들은 만화는 단지 만화일 뿐이라고 저급한 문화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김성모의 만화에서는 죽었던 캐릭터가 속편에서 멀쩡하게 살아나거나 흐지부지한 결말 때문에 그런 지적이 자주 적용된다.

일부 네티즌은 '김성모'에 대해 "다른 건 몰라도, '기획력' 하나는 정말 최고라 생각한다. 상업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하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할 수 있는지를 항상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 같다"(네이버 아이디 'ururung')고 이야기한다. 동의한다. 필자 역시 '드라군 놀이'의 유행을 <드라군 파이터>의 홍보에 이용하는 기발한 착상에 깊이 감탄했던 적이 있다.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은 '김성모'에 대해 "(평소보다) 2배 느린 속도로 제작한다면 어느 정도의 작품이 나올지 궁금하다"(네이버 아이디 'a1231724)는 반응도 보인다.

필자 역시 궁금해진다. 지나친 자극을 주기 위해 상상의 영역을 넘어선 설정을 자제하거나, '근성'을 작품의 질적 향상을 위해 활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 그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만화 독자들은 대개 그의 초기작인 <마계 대전>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대털> 시리즈나 <용주골> 시리즈는 그런 아쉬움을 이야기하기 위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똑같이 폭력과 섹스가 넘치는 <도시정벌>이 왜 지금도 많은 인기를 누리는지 생각해보자. 답이 쉽게 나올 것이다. 그런 지적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독자들도 그의 만화를 보면서 "아싸 좋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할 날이 올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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