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만남이었다.

1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류현진(한화)과 이재원(SK)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SK가 8회 터진 박재홍의 적시타로 1-0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에서 이재원은 류현진에게 3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판정승을 거뒀다.

이재원, 첫 타석 삼진 후 안타 2개 때려내

▲ 류현진과의 올시즌 첫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SK 이재원
ⓒ SK 와이번스
이재원과 류현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재원(당시 인천고)과 류현진(당시 동산고) 그리고 김성훈(당시 인천고)은 모두 지난해 SK의 1차 지명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고 SK는 류현진 대신 결국 이재원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류현진은 2006 신인 2차지명에 나왔고 2차 2번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계약금은 이재원과 류현진 모두 2억 5천만원으로 같았지만 류현진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06년 가을 두 선수의 위치는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며 1991년 선동열 이후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투수 트리플 크라운이 유력한 반면 이재원은 박경완의 벽에 막혀 2006 시즌의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14일 문학구장에서 이들은 올시즌 처음 만났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멀어진 SK 조범현 감독은 이재원에게 올시즌 처음으로 주전 마스크를 씌워 맞대결을 주선했다.

이재원은 경기 전 "류현진과는 고등학교 때 많이 상대를 해봤지만 그 때보다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도 2군에서 많은 땀을 흘리며 연습했다"며 "현진이가 의식은 되지만 오버하지 않고 안정감있게 경기를 치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재원은 또 "오늘 이 자리에 (김)성훈이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이재원은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 안타를 때려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재원은 기세를 이어 7회말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도 좌전안타를 때려 류현진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이재원이 때려낸 2개의 안타는 모두 볼카운트가 2-0로 불리한 상황에서 체인지업을 받아쳐 만들어낸 안타였다.

"2군 생활 많은 도움됐다"

투수리드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경기 후 박경완은 이재원의 이날 경기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500점 만점이라며 까마득한 후배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경기 후 이재원은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동안 2군에서 기회가 올 거라 믿고 준비를 열심히 했다. 긴장은 조금 됐지만 오히려 이 긴장감이 내 실력을 발휘하는데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시범경기 때나 시즌 초반에는 블로킹이나 뜬공을 수비하는데 긴장도 하고 어수선한 기분도 들었지만 계속 2군에서 경기를 뛰다보니 적응이 됐다"고 말하며 "1군에서 백업선수로 뛰는 것보다는 2군에서 꾸준히 출장하며 경험을 쌓았던 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2006-09-15 07:1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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