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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이나 만화대여점의 성인만화 코너를 보면, 누구라도 그의 작품을 보게 될 것이다. 일명 '김화백', 혹은 '김프로', 만화가 김성모의 작품 말이다. '근성'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늘 책장을 가득 채운다. 부천만화정보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가 2001년부터 2005년 사이에 발간한 단행본은 무려 698권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일명 '만화공장 공장장'이라는 비판을 받곤 한다. 문하생만 해도 50여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에게는 "착취가 아니냐"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문하생이 많은 부작용 탓인지 "같은 캐릭터임에도 페이지마다 그림체가 다를 때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김성모 스스로는 "혼자 하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으며 만화가도 분업해야만 살아남는다. 작가가 스토리도 만들고 데생도 하고 기획도 하는 시스템은 오히려 작가를 오히려 갉아먹는다"고 주장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필자는 겨우 한두 개의 글로써 그에 대한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 없다. 그가 발간한 단행본만큼이나 할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소수의 '근성 폐인들'은 여전히 그를 주목하고 있다. 왜일까? 그의 작품이 너무 뛰어나서? 그의 작품이 너무 재밌어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읽어본 김성모의 만화는 같은 이야기를 소재와 제목만 그럴듯하게 바꿔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일명 <용주골> 시리즈(<용주골>, <용주골 블루스>, <용주골 리스트>)와 <청송 여자 감호소> 등, 제목은 남성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딱 좋은 제목들이었지만, 결국 섹스와 폭력이 의미 없이 범벅이 된 뻔한 작품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수의 '근성 폐인들'은 그의 화려한 대사에 주목하고 있었다. 포털사이트에서 만화 마니아들이 나누는 그에 대한 얘기도 대부분 그의 독특한 대사 관한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체계적으로. 아는 분은 알겠지만, 모르는 분은 모르는 '김화백'의 대사 명언들, 김성모에 대한 필자의 긴 이야기는 그 이야기로부터 시작될 것 같다. 아시는 분이라면, 그에 대해 공개된 공간에서 세밀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필자의 의도부터 살펴봐주시길 바란다.

이 대사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장면 하나.

'맞짱'을 앞둔 두 사내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일전에 너희들이 싸우는 모습들은 분명 아직 여물지 않은 '풋사과'같은 실력들이었다."
"뭐야? 풋사과!"


#장면 둘.

앵무새가 울어대고 곰이 비명을 지른다.
"왱알앵알(앵무새 울음소리)"
"꽤애애액(곰 비명소리)"


#장면 셋.

'맞짱'에 임하던 한 사내가 기술을 발휘하며, 고함을 질러댄다.
"우와아아앙"


▲ 김성모의 만화 <럭키짱>의 한 장면. '풋사과'라는 표현으로 유명해진 장면이다.
ⓒ KOCN
김성모의 만화를 잘 모르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이 표현들. 하지만 이 독특한 표현들은 '김성모 폐인'들에게는 배꼽을 잡을만한 '금과옥조'들이다. 그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필자는 앵무새가 "왱알앵알" 운다는 것도 생전 처음 들어봤고 '애송이'를 은유할 때 '풋사과'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는 것도 김성모를 통해서 알게 됐다.

보통 상상력이라면 나올 수 없는 표현들이다. 어떤 만화 마니아는 "우와아아앙"이라는 표현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Be Clear), 표현의 불분명함을 피하고(Avoid obscurity of expression), 간략하게 말하고(Be brief), 체계적으로 말하고(Be orderly), 이중적 표현을 삼가(Avoid ambiguity)는 대화의 원리인 '태도의 격률'을 완전히 어그러뜨린 예"라고 분석했다.

만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표현들이지만, 여러 번 봐도 웃음부터 나오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잊지 마시길 바란다. 앵무새는 '짹짹'거리며 우는 것이 아니라, "왱알앵알" 소리를 내면서 운다.

그의 '오타'까지도 '예술(?)'이 된다

"기분이 아주 '산캐'하다"
"기라긴 세월"
"이런 것을 내가 알려주고 싶진 않으니까?"


출판물에서 가끔 오타가 나오는 것을 독자 여러분도 자주 목격하셨을 것이다. 출판사의 교정 담당 직원들이 몇 번을 반복해서 교정 작업을 한다지만,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법. 김성모의 만화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런데 그의 만화에서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맞춤법 오류와 오타가 발견되곤 한다. 작가의 실수인지, 출판과정에서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캐하다"와 "기라긴 세월"은 그 대표적인 예로 들을 수 있다. 단순히 실수로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웃기면서 치명적인 표현이다. 김성모 폐인들은 그 치명적인 오타를 '김화백 어록'에 추가시키며, 유머의 대상으로 분류한지 오래다.

'느낌표'가 들어가야 할 문장의 마무리를 '물음표'로 마무리해 기묘한 유머를 생산한 것도 역시 언급해야 할 부분이다. 주로 성인소설이나 성인만화를 출판하는 영세한 규모의 출판사에서 자주 발견되는 실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 '김성모 폐인'들은 그것 역시 잊지 않고 '김화백 어록'에 등록시켜 놨다. 사소한 오타에도 정체불명의 힘과 '근성'을 불어넣으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만화가 있으면 또 나와 보라고 해라. 모르긴 몰라도, 김성모 외에는 없을 것이다.

김성모의 탁월한(?) 상업적 감각

한동안 포털사이트와 게시판 구조의 사이트를 통틀어 '드라군 놀이'가 네티즌들의 주요한 놀이로 자리매김한 적이 있었다. 김성모의 만화 <스타크래프트>에서 캐릭터들이 나눈 기괴한 대화가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것이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드! 라! 군!"
"하지만 케리건이 출동하면 어떨까?"
"케! 리! 건!"


김성모는 이 유행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 '만화공장 공장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곧바로 작품을 '생산'한 것이다. 이름하여 <드라군 파이터>.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그래서 나왔다! <드라군 파이터>"


▲ '그래서 나온' 김성모의 만화 <드라군 파이터> 이벤트 웹문서. '근성T'를 준다고 한다.
ⓒ DAUM 만화
그 광고를 보는 순간 필자는 웃음을 참지 못한 나머지,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이와 같은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허영만·김세영의 만화 <타짜>가 유행하자, 그는 <18세 타짜>를 내놓았으며, 영화 <조폭 마누라>와 <화산고>가 유행하자, <조폭 아가씨>와 <쾌산고>를 내놓았다. <쾌산고>는 김성모의 전작 <럭키짱>의 배경이 된 '쾌산고'를 전면에 드러내며, <화산고>의 틀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들을 패러디로 봐야 할지, 단순한 '베끼기'로 봐야 할지는 보다 활발한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유명작품들의 유행이나 이슈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그의 자세는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생존방식일수도 있다. 그의 작품 표지에서 매번 확인할 수 있는 '김성모 프로'라는 소개를 볼 때마다, 과연 이것이 '프로'의 자세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다.

글 한두 편으로는 끝나지 않을 '김성모 이야기'

앞서 이야기했듯이 5년간 700권에 가까운 단행본을 생산했고, 지금까지 발간된 단행본이 무려 1100권이나 된다는 만화가가 김성모다. 유명작품들의 아류이건, 공장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건, 그 '양'으로 봤을 때, 그에 대해서는 한두 편의 글로 끝내야 할 얘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리고 그를 주목하고 비판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한국만화의 현실, 대여점 체제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다작(多作)'에 대해 "대여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필자는 틈이 나는 대로 '김성모'와 '김성모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그가 한국만화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의 '공장 시스템'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다 많은 목소리를 이끌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비판받고 조롱당하는 것이 그의 현실이고, 그의 유명한 표현대로 '대략 대세'지만, 그는 어쨌든 지금도 작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의 '다작'이 과연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할 가치는 여전히 있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신문>의 제 블로그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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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디프(http://www.lawdeep.co.kr)'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