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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 [오마이포토] 'SBS가요대전' GOT7, 겨울아이처럼

▲ 덕수궁미술관 입구 '롭스와 뭉크 전' 현수막
ⓒ 김형순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는 10월 22일까지 19세기말, 벨기에 풍자화가 펠리시엥 롭스(Félicien Rops, 1833~1898)의 판화 61점과 20세기 초 '절규'로 유명한 표현주의 작가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판화 37점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다.

악마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를 수놓은 세기말 유럽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작가가 이제야 우리에게 소개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두 작가는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종 도뇌르상을 받았다는 점, 팜므 파탈 이미지를 다루었다는 점, 세기말적 특징을 그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롭스의 풍자화는 우리에겐 처음 소개되는데다가 너무 파격적이고 악마적이고 에로틱하여 유럽에서도 오랜 시간 편견에 갇혀 그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하니 우리에겐 더 그렇다. 금기인 성기까지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포르노그래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롭스는 '모든 것은 매독이다'라는 위스망스의 말을 인용하며 악의 미학을 퍼트렸다.

시대정신이 농축된 그림

▲ 롭스 '주술(1909 사후판화)' 205×320cm. 악마주의 풍으로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며 남성에게 악의를 품은 눈초리를 가진 여성의 잔인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그림. 아래는 '사탄-골고다(1911 사후판화 좌)'와 '애정성인식(1887 우)'
ⓒ 김형순
그림에는 한 시대의 정신이 반영된다. 롭스 시대는 팜므 파탈(femme fatale)과 불가분관계에 놓여있는 것 같다. 이런 여자는 흔히 저항할 수 없는 관능미로 남자를 종속시킬 뿐 아니라 남자를 파괴시키는 요부나 악녀를 뜻한다.

요즘 우리도 '된장녀'가 회자되면서 다른 형태의 '못된 여자'가 등장한 셈이다. 어쨌든 이는 결국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과감하게 표출시키는 시대가 왔다는 증거다.

롭스가 활동하던 19세기 중·후반기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일종의 태평성대를 누렸던 벨에포크(Belle époque)의 여명기였다. 풍요와 향락, 테카당스한 분위기와 제도종교와 위선적이고 낡은 윤리가 자주 풍자되고 희화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런 틈 속에서 여성주의 기운은 조금씩 일어났고 여성들도 개인적 욕망과 욕구를 서서히 드러냈다.

롭스는 세기말 벨기에의 대표적 작가로 학창시절 퇴교 문제로 가정교사를 두고 개인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사고가 꽤 자유분방해 보인다. 브뤼셀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교수업보다는 당시의 사회와 현실을 풍자하는 만화나 삽화를 그리는 일에 더 관심을 보였다. 또한 그것이 주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 롭스 '발론지방의 장례식(1863)' 리도그래프 650×349cm
ⓒ 김형순
'발론지방의 장례식'은 종교적 위선과 형식주의를 비판한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장례식의 의례와 형식은 장엄하나 그 내용에서만 보면 진정 죽음에 대한 애도의 빛은 안 보인다. 이것은 바로 20세기가 종교의 외면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더 관심을 두는 세기임을 예견한 셈이다.

보들레르의 '악의 미학'에 매료

▲ 롭스 '창부정치가(Pornocratès, 1896)' 450×690cm(A. 베르트랑에 의한 사후 색채판화). 아래 작가사진 그리고 관객들
ⓒ 김형순
롭스는 부르주아계층의 이중적 삶을 조롱했고, 매춘과 절도에 의해 지배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기존작가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래서 미술사에서도 뒤늦게 등재되었다. 그는 파리를 자주 방문했고 프랑스시인 보들레르의 매혹적이고 황홀한 '악의 미학'에 기울어져 그와 우정을 돈독히 했다. 시집 <악의 꽃> 발간 때는 판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보들레르는 '죽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다 허무다'라는 무(無)사상을 펼쳤고, 시인을 창녀에 비유하면서 스스로를 타락시킴으로써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룰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세계 최초로 유무, 성속, 시비를 다 포용하는 악의 미학을 내놓았다. 이로써 그는 진정한 현대성을 가진 시인이 되었는데 이런 점에서 롭스와 잘 통했다.

그의 대표작 '창부정치가(포르노크라테스)'에서 보면 창녀가 눈을 가린 채 돼지의 인도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진전시키는데 결정적인 건 돼지다. 돼지는 전통적으로 탐욕의 상징인데 돼지의 눈은 결코 천사들이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고집스럽게 땅으로만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 여자 아래에는 시인, 화가, 음악가, 조각가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이건 사회의 악덕과 부패가 위세를 부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롭스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이 사회를 타락시키고 파멸시킨다고 일관되게 믿었다. 그는 당시 최고의 판화가로 유명한 H. 도미에와 P. 가바르니 영향을 받았고, 보들레르의 미학을 그림으로 옮겼으며 자유를 끝없이 갈망하는 여행자로 살았지만 20세기를 채 못 본채 1898년 파리 근교 에손 자택에서 숨을 거둔다.

뭉크 그림을 보면 가슴이 뭉클!

▲ 뭉크 '마돈나(사랑하는 여인, 1895/1902)' 리도그래프 350×560cm. 아래 '살로메(1903 좌)' '여자의 머리카락 속에 있는 남자의 머리(1896 우)' 목판화.
ⓒ 김형순
뭉크의 그림은 얼핏 보면 섬뜩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에 와 닿는다. 그것은 그가 누구보다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본성인 불안과 공포의 정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이 21세기를 사는 우리 정서까지도 잘 대변해주기에 친근하게 느껴지고 우리도 모르게 그의 그림에 끌려 큰 감동을 받는다.

'뭉크'는 '승려'란 뜻이다. 그는 실제 높은 성직자 가문 출신이다. 하지만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죽고, 14살 때 두 살 위 누이 소피에의 죽자,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그는 죽음에 대한 남다른 공포와 불안감을 지녔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다. "나는 태어나면서 이미 죽음을 경험했고, 죽임이라는 존재가 늘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뭉크는 세기말 속에서 인습에 도전하고, 개인의 감정에 기초한 자유연애를 숭배하며, 국가권력의 폐기를 주장하는 아나키즘을 지지하는 '크리스티아니아 보헴'이라는 진보모임의 회원이었다. 그는 실제로 자유연애를 시도하여 해군 군의관 부인과 첫사랑에 빠졌으나 너무 큰 상처를 입고 사랑스런 여인의 이면에 숨겨진 공포의 얼굴만을 확인했다.

뭉크의 여성관이 드러나는 '마돈나'

▲ 뭉크 '병든 아이 I(1896)' 리도그래프 570×425cm. 아래 '흡혈귀 II(사랑과 고통, 1895/1902)' 리도그래프, 목판화 540×380cm
ⓒ 김형순
이런 경험 후 뭉크에게는 여성이 아무리 탐스럽고 사랑스럽고 성적 매력이 넘친다 해도 공포의 대상인 메두사로 보일 뿐이었다. 이런 여성공포증는 '마돈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화 말고 판화로 된 그림을 보면 뭉크는 마돈나 앞에선 단지 말잘 듣는 어린 해골일 뿐이다.

팜므 파탈은 주로 '잔혹·신비·섹시·탐미'로 나뉜다. 그 중 잔혹의 대명사는 역시 살로메, 여기 '살로메'도 마찬가지리라. 그녀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남자의 목을 자르는 여자이기에 그녀를 사랑해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뜻이 된다. '여자의 머리카락 속에 있는 남자의 머리'도 같은 맥락으로 남자를 철저하게 여자의 지배아래 두고 있다. 일종의 뭉크식 여성시대의 포착이나 다름없다.

'병든 아이'는 뭉크가 어릴 적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준 누이의 죽음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근거로 한 작품이다. 하긴 작가라 하면 보통 순간순간 죽음과 종말을 의식하며 살아가겠지만 뭉크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 가까이 있기에 더더욱 외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세기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흡혈귀'는 여자가 머리를 숙이고 입술을 남자의 목에 갖다 대고 있다. 마치 여자가 남자의 피를 빠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남자를 어린아이처럼 가슴에 끌어안은 풍만한 가슴과 긴 머리카락의 여자, 그녀는 그의 어머니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하지만 남자를 얽매이고 속박하는 이중성을 지닌 여성으로 묘사된다.

남성의 무기력을 풍자

▲ 덕수궁 대한문 입구에서 들어서면 보이는 전시회 홍보물. 그림은 뭉크의 '골목길(1895)'. 아래 '손(1895)'
ⓒ 김형순
'골목길'은 여자에 대한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풍자화다. 골목길처럼 숨이 막히게 많은 남자 속에서도 여성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희롱하고 놀리는 포즈를 취한다. '손'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이 그 여자의 손을 아무리 잡아보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여성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남자들의 무기력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뭉크는 이렇게 팜므 파탈을 통해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즉 무엇보다 인간이 처한 조건과 그 속에 내재한 불안과 공포와 절망을 담았다. '병든 아이' 등에서 보듯 마지막 죽는 순간, 내쉬는 숨소리와 신음소리까지도 소름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그리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 호흡하고 감동을 받고 고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런 절박한 심정과 생생한 사실에 근거한 그림을 그렸기에 그가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김원숙(1953~) '달빛의 체조(1979)'. 아래 임군홍(1912~1979) '모델(1946)'. 롭스와 뭉크전과 연관하여 2층에서 과거의 '못된 여자'인 '모던 걸-신여성전'이 열리고 있다
ⓒ 김형순
이번 전시회를 다 봤으면 꼭 권하고 싶은 곳은 '신여성-모던 걸전'이 열리는 2층 전시실. 일제강점기 간접적이긴 해도 서양 모더니즘 영향을 받아 등장한 요즘 '모던 걸'에 해당하는 '신여성', 바로 이들이야말로 우리시대의 '팜므 파탈(못된 여자)'인 셈이다.

해방 직후 1946년 작품임에도 큰 젖가슴을 그대로 드러내고 속 팬티까지 노출시킨 임군홍의 '모델'이나, 가슴까지 드러내놓은 채 달밤에 춤을 추는 것 같은 1979년 작 김원숙의 '달빛의 체조'는 이번 전에 비춰보더라도 시사점이 많고 또한 이런 그림이 주는 시각적 통쾌함과 정신적 시원함은 각별하다.

덧붙이는 글 | ㅇ전시장소: 덕수궁미술관 제1·2 전시실 ㅇ출품작: '롭스, 뭉크', 2층 '모던 걸-신여성전' 
ㅇ관람료: 일반 4,000원, 학생 2,000원  ㅇ문의: 2022-0600
ㅇ관람시간:월-휴관 화·수-09:00~17:30 목·금-09:00~20:30 토·일·공휴일-09:00~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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