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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런던 히드로공항 여객기 테러미수 사건이 밝혀진 가운데, 런던 히드로 공항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BBC화면 캡처

이번 런던발 미국행 여객기 자살 폭탄 테러 미수 사건에 대한 영국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영국은 물론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현재 영국 경찰청이 런던 동부, 버밍햄시, 하이위컴 등지에서 체포하여 조사하고 있는 테러용의자들의 수는 22명이다. 검거된 용의자들의 수는 최초 19명에서 24명까지 늘어났으나 1명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1명은 차후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 중 19명의 신원은 이미 확인되어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몇명은 지난 런던 7.7 사건 테러 및 알-카에다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 중 5명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9.11을 능가하는 엄청난 계획

한 없는 기다림 10일 영국에서 테러 음모가 적발돼 보안이 강화된 후 맨체스터 공항에서 승객들이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영국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테러용의자들이 계획했던 이번 여객기 동시 다발 납치 및 테러 계획은 지난 9.11 사건을 능가한다. 만일 성공했다면 상상할 수 없는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규모라고 한다.

테러용의자들의 계획은 10대 이상의 여객기를 영국-미국 중간 상공 또는 미국 어딘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시키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사용하려 했던 폭탄은 '액체폭탄'이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사용했으며, 최근에도 일부 전문 공작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액체 폭탄은 현재 공항의 보안 체크 시스템에서는 거의 검색이 되지 않는다. 인명 살상이나 기물 파괴 효과도 사용을 잘 할 경우 일반 폭탄에 버금간다고 영국 내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에 영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이번 사건이 미수로 종결되어 이미 끝나버린 사건이라고 안도할 수만도 없게 되었다. 다행히 이번 폭탄 테러는 사전에 적발되어 미수로 끝났지만, 전 세계 비행기들은 이제 액체폭탄이란 가공할만한 위협에 완전히 노출되어 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대부분 파키스탄계 영국인

용의자들을 사전에 검거할 수 있게된 결정적인 단서는 약 1주일전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파키스탄계 영국인들에 의해 제공된 것이다.

파키스탄의 카라치와 라호르 지역에서 잡힌 이들 2명의 영국인 무슬림들을 심문한 결과 이번 테러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게 되었다고 파키스탄 정부가 11일 발표했다. 또한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날, BBC는 '이번 테러 계획이 지난번 테러들과 아주 흡사하고 징후가 있다'라고, <가디언>은 '용의자들 중 몇 명이 알-카에다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으며 알-카에다 무장 캠프에 있었던 사람도 있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즈> 12일자는 '이들이 지난 7.7런던테러범들과도 관련이 있으며, 알-카에다의 폭파전문가가 이들 중 일부에게 폭탄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고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테러용의자들이 알-카에다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알-카에다 수뇌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이들이 알-카에다의 주요 인물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의 무슬림 청년들이 파키스탄으로 가서 테러훈련을 받고 되돌아오는 것 같다는 견해도 등장했다.

테러용의자들 대부분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파키스탄계 영국인들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이슬람교로 최근 개종하면서 자기 이름을 이슬람식으로 바꾼 백인도 있어서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백인은 보수당 선거사무소의 예전 직원 아들로 밝혀졌다.

또한 용의자들 중에는 사회운동가, 축구 매니아, 서점 직원, 빵집 점원 등 보통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런던 히드로 공항의 안전요원으로 일한 경력을 가진 사람도 있어서 영국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의 연령대는 17~35세이다.

한편, 이들 중 일부는 테러 자금으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수천 파운드의 돈을 통장에 가지고 있어서 이들의 계획이 거의 막바지 단계였다는 당국의 판단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16일이 D데이 아니었나 하고 추측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영국 중앙은행은 이들의 계좌 자산을 모두 동결해 놓은 상태다.

▲ 파키스탄 정부의 협조로 엄청난 규모의 테러를 사전에 저지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영국 <더 타임즈> 인터넷판 기사.
극심한 혼란에 빠진 영국 공항들

영국의 공항들은 긴급 체포 발표가 있었던 10일보다는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아직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이지젯과 라이언에어 등 저가항공사들은 국내외 항공편 상당수를 취소했다. 그밖의 다른 항공사들은 아주 제한적으로 유럽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런던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는 항공기 300편은 결항되었다.

영국에서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들에 대한 보안 검색은 엄청나게 강화되어 있다. 승객들은 보안 검색을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고 있다. 또한 휴대 가방이나 전자 제품 기내 반입은 일체 금지되어 버렸으며, 투명한 비닐 백에 지갑, 여권 등 필수품만을 겨우 넣어 휴대한 채 비행기에 탑승하는 실정이다.

또한 액체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특히 영국에서는 아기 우유병 정도(우유라는 맛을 보고 난 다음)만이 겨우 공항의 보안시설을 통과할 뿐 모든 종류의 액체류는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다만 보안시설을 통과한 다음에 보게 되는 면세점들에서의 물건 구입 및 기내 반입은 허용되고 있다. 공항관계자들은 이 상점들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구입한 물품들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영국 내무부 장관 존 리드는 11일 "영국은 테러경보 최고 단계인 '테러 위기(Critical)'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항공기 운행에도 차질이 계속해서 있을 예정이다, 시민들의 양해를 구한다"라는 발표까지 해 놓았다. 10일 발표 직후 폐쇄되었던 런던 히드로 국제 공항은 다시 가동되며 항공사들도 정상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다.

차분한 영국인들... 그러나 인종주의 심화 우려

"치약도 못 들어갑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국의 한 관리가 10일 뉴욕주 치크터와가의 버펄로-나이아가라 국제공항에서 한 가족의 휴대용 가방에서 압수한 크림과 치약을 버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영국인들은 특유의 차분함으로 여전히 평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런던 테러 때처럼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것 자체에 안도하는 영국인들이 많다. "이번 계획이 정말 그렇게 큰 규모였는지 당국의 발표가 아직 완전히 믿기지는 않지만 테러를 사전에 잡아냈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 미수 사건으로 당장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영국의 평범한 휴가여행객들. 유럽으로 8월 막바지 휴가를 떠나려는 이들은 지금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발표 직후인 10일, 영국 전역에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황당한 얼굴 표정을 하며 집으로 되돌아갔다. 항공편은 지금도 계속 결항되고 있으며 일부만이 삼엄한 경비 속에서 지루한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젊은 부인들은 "물론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서도 우유병 말고는 아기용품들을 마음대로 갖고 가지 못하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불평하고 있다. 비지니스맨들도 자신들의 PDA, 노트북들을 휴대해서 탑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런 것들은 짐으로 부치면 고장날지도 모른다"고 푸념을 늘어 놓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영국 내 인종주의가 더욱 더 만연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영국인들도 있다.

사실 작년 런던 테러 사건 이후로 유색 인종, 특히 무슬림(이슬람 교도)들에 대한 배타적 태도는 영국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알게 모르게 확산되어 왔다. 자칫 이번 테러 미수 사건은 불 위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다.

11일 영국 내 무슬림단체들은 영국 정부에게 외교 노선을 긴급히 수정해 줄 것에 대해 공개 편지로 건의하기도 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영국 내 일부 무슬림들의 반감도 커져만 가고 대다수 무슬림들의 입장도 어려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지는 영국 내 3명의 무슬림 하원의원들과 영국 무슬림협회등 38개 무슬림단체들의 공동 명의로 작성되었다.

세계 주요 공항들도 초비상

현재 테러용의자들과 이들을 체포한 지역에 대한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용의자들에 대한 임시 억류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런던 경찰 당국은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내외 정세와 블레어 수상의 최근 입지를 고려한 음모론도 나오고 있으나 신빙성도 별로 없고 호응도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올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이번 테러 미수 사건이 영국은 물론, 서구 세계에 이미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영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공항들 대부분이 테러 대비 수준을 최고 또는 한 단계 이상으로 올렸다. 특히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공항들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런 상태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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