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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에 산동성 청도(靑島, 青岛, qīngdǎo, qing1dao3)에 간 적이 있습니다. 비자 연장 때문에 청도항앞 민박집에 몇일 묵는 바람에 시간좀 보낸다고 근처 시장에 구경을 갔습니다.

상인분들이 보통 '찌모루(即墨路, jímòlù)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정확하게 발음하면 '지모어루'정도 됩니다.

보따리 무역하시는 분들이 종종 물건 때러 많이들 가시기도 하고, 산동성 단체여행객들이 선물을 사기위해 귀국전에 많이 들리는 곳입니다. 청도왔다갔다 하면서 귀동냥으로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시간이 나서 한번 들렸지요.

한국관광객이 많은 것 빼고는 내륙 여타 소상품시장과 크게 다를바 없었습니다. 단지 품목에 기념품류와 짝퉁이라고 부르는 물건들이 많이 보이는 점이 좀 특이했습니다. 이 지역에 특산비슷한 진주목걸이가 많이 보이고.

여행의 재미중 하나는 사는 재미라, 저도 종종 저가 기념품을 구입하곤 합니다. 보통 제일 비싸야 10위안 하는 것으로요. 싼거 사면 바가지 덜 당하겠지는 하는 마음에.

전날 만난 중국경험 엄청 많은 듯 자랑하시던 보따리상 한분이 유명한 등산용품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사 짝퉁을 180위안에 싸게 샀다고 자랑을 하시길래 겸사 겸사 확인도 할 겸. 다른 한분은 천이 약해서 안산다고 조언해주시더군요.

지하에 보니 중국식 과장법을 동원하자면 한국내 있는 모든 진품보다 많아 보이더군요. 하여간 사는 척하고 중국사람들 흥정하는 걸 들어보니 160위안부터 부르더군요. 중국에서 물건을 사려면 '아는 척'보다는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1층에는 진주목걸이같은 악세사리류, 기념품류와 주로 '짝퉁'시계들을 팔더군요. 한두시간 지켜봤는데 한국사람들은 '롤렉스'를 많이 찾고, 일본사람들은 '오메가'를 많이 찾더군요.

보통 120위안 부릅니다. 이런 경우는 20위안 정도는 버릴 각오로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입니다. 100위안 이하로는 가능할지도.

2층은 온갖 지갑, 핸드백, 가방이 있더군요. 세계의 (짝퉁)명품들이 줄줄 진열돼있습니다. 오늘 오후 배로 떠나는지 모 대학생 유람단(?)이 전 층을 시끄럽게 합니다. 지갑하나에 최하 120위안, 그 가격이면 그냥 한국에서 사도 됩니다. 20위안이면 될 것을.

아! 아직 그 가격이구나라고 단정짓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아직 제 여행은 안 끝났으니까요.

▲ 광동성 광주 보행자거리.
ⓒ 최광식
그러다 이번 7월에 다시 중국에서 와서 중국 남동쪽을 대~충 보내고, 광동성 광주(廣州, 广州, Guǎngzhōu,Guang3zhou4에 와서 보행자 거리를 걷고 있는데 누가 부르더군요.

"Hello!" 하고 말입니다.

저는 영어를 들으면 경기가 나는 사람이라 감짝 놀라 돌아보니 웬 총각(?) 팸플릿 한장을 들고 그러더군요.

"로올렉스 150위안! 오우토메티크어."

대충 알아들었습니다. '흠. 롤렉스 150위안이고, 오우메틱이라고?' 마치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물었지요. 이미 청도에서 대충 가격을 알아 놨기에.

"엄청 비싸! 싸게 을매?"
(자티주: 제 짧은 중국어는 굳이 옮기지 않았습니다.)

바로 100위안 까지 내려 오더군요. 들고 다니던 부채로 더러운 물건 팽개치듯 확 부치고 획 돌아서니 절규하듯 부르더군요.

"50위안!"

이번 7월에 중국들어오면서 만나신 분도 자기시계는 '짜가'가 아니고 '짝퉁'이라고 하시면서 '롤렉스'시계를 보여주시던군요.

자기 시계는 초침, 분침, 시침은 '백금'을 써서 비싸게 샀다고 자랑하시더군요. 잉? 화학시간에 나오는 그 '백금'(?). 중국어로는 백금(白金,báijīn,bai2jin1)은 우리말로 '은(銀)'인데(자티주: 물론 백금으로도 쓰입니다).

하여간, 요 롤렉스 차신 사장님 말씀으로는 480위안에 '백! 금!' 들어간 거 싸게 샀다고 연신 자랑. 몇년전 유행했던 우스개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애매한 상황였지요.

하여간 예정에도 없던 광동성 선전(深圳, Shēnzhèn, Shen1zhen4)을 거쳐 역시 예정에 없던 홍콩(香港, Xiānggǎng, Xiang1gang3)을 얼떨결에 가게 됐습니다. 비자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 홍콩 여인의 거리
ⓒ 최광식
홍콩에가니 여인가(女人街)라는 좌판거리가 있더군요. 역시 명성에 어울리게 온갖 짝퉁들로 넘쳐흐르더군요. 이틀 연이어 갔습니다, 그냥 재미삼아. 돈들 일이 없었던 탓이 컸지만 말입니다.

가끔 내 발목양말 훔쳐신는 우리 '엄니' 사줄려고 원래가 40HK 짜리를 8HK에 팔길래, 뭐 믿어야죠 어떻합니까! 5개 사고, 티셔츠 2장 49HK에 산거외에는.

여인가 중심을 한참 지나가는데 언듯 한국말이 들린 것같아 돌아보니 어느 부부가 열심히 (짝퉁) 롤렉스 커플시계를 흥정중이더군요. 바가지 쓸까봐 얼른 도와주러 갔는데. 아뿔싸! 돈은 이미 좌판 아줌마 손에 있더군요. 나 손해많이 봐서 오늘 쓰러질지도 몰라 하는 표정으로 한국인 부부를 쳐다 보더군요. 크으~~ 홍콩 영화제 금상장(金像奬), 대만 영화제인 금마장(金馬奬)에서 여러차례 주연, 조연상 받았다는 장만옥(張曼玉, Maggie Cheung) 저리 가라더군요.

손에 들린 계산기에 찍힌 가격은 무려 700HK! 개당 350 홍.콩.달.러.

아줌마의 표정연기가 워낙 압권인 탓인지 씩씩해 보이는 30대 초반 한국가장이 엄청 싸게 사서 미안합니다 라는 표정으로 힘들게 영어 한마디 합니다.

"Thank you!!!"

이 무신 잘 만든 '부조리극'도 아니고… 두 개에 150HK이면 사는 걸 무려 4배 반이나 돈쓰고 미안해하다니.

몇 초 차이에 한국돈 몇만원이 날아가는 국부손실. 내 일주일 여행경비는 될텐데…
…. 이미 산 사람들에게 바가지 썼어요, 어쩌고 해서 여행 기분 잡치게 할수도 없는 일. 속으로 깊은 신음 한번 했습니다.

대한민국 3대 거짓말중 하나가 '장사꾼 손해보고 판다'라는 말은 한국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그 길에서 짝퉁 파는데만 열손가락이 넘어가는데 좀 물어보고 깎아나 보고 살것이지.

하긴, 날 만난 중국인 90% 이상이 나를 중국인으로 오해할 정도로 수수한(?) 날 보고도 같은 모델을 250~ 480 HK 씩 부르는 데가 홍콩입니다. 뭐! 홍콩뿐만이 아니다가 정확한 표현이기는 하지만요.

▲ 홍콩에서 팔리는 짝퉁은 원산지가 보통 광동성입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하시면 오산.
ⓒ 최광식
8월에 '桂林山水甲天下, 阳朔山水甲桂林 (계림산수는 천하제일이고, 양삭산수는 계림으뜸이다)'로 유명한 광서성 양삭(陽朔, 阳朔, Yángshuò, Yang2shuo4)에 와보니 작년과 다르게 짝퉁시계파는데가 많이 생겼더군요. 아니 작년에 있었는데 관심이 없어서 못봤을 수도.

▲ 광서성 계림에서. 세계 명브랜드라면 다 있다고 생각하시길.
ⓒ 최광식
▲ "우리집은 실크입니다"라는 일종의 시연. ^^ 근데 이 집서 팔리는것들은 중국 다른데서도 많이 보임.
ⓒ 최광식
▲ 광서성 계림에서. 역시 온갖 브랜드 짝퉁들이 가득.
ⓒ 최광식
하여간, 역시 이번에도 사지도 않으면서 물어봤습니다. 120위안부터 480위안까지 다채롭게 부르더군요. 아, 모델은 거의 같은 겁니다.

어떤 양심(?)적인 가계에서 초보티가 팍팍나는 처녀종업원이 제 행색을 보더니 '85위안'까지도 부르더군요.

이 정도면 대충 '롤렉스' 가격이 감이 오시나요? 중국에서 '짝퉁'은 소량생산 다품종이 아니라 대량생산 다품종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길.

▲ 주로 요 모델 가격을 물어본 겁니다.
ⓒ 최광식
▲ 몰래 촬영이라 손이 좀 떨렸습니다. 그냥 찍어도 되는데 새가슴이라. ^^;
ⓒ 최광식
▲ 아! 이건 자석인데 자성이 강해서 공항검색대에서 압류됩니다. 중국TV에서 보여주더군요. 가격은 3위안.
ⓒ 최광식
여행에서 무얼 사시든 그건 여러분의 여행재미입니다. 누구도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여러분만의 즐거움입니다(물론 한국세관과는 별개로).

딱 한마디는 해드리고 싶습니다. '과소비는 하지 맙시다.'

사족으로 하나더. 뭐가 '과소비'인줄 모르는 건 현명한 여행자는 아닙니다.


2006. 08. 10
계림 양삭 천하제일 풍광은 옆에 두고
매일 PC 방에서 사는
배나온 기마민족 올림

사족> 어제 말복였는데 삼계탕이라도 드셨는지요. ^^

사족2> 저는 시계없이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오해없으시길. 쉽게 말하면 시계가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ㅇ이 기사는 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여행나라(http://ichina21.hani.co.kr/) 와 뚜벅이배낭여행(www.jalingobi.co.kr)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ㅇ 중국 1위안(元) 은 2006년 8월 10일자로는 약 120 원정도 입니다.(야후에서 http://kr.biz.yahoo.com/currency//) 홍콩달러(HK)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ㅇ 중국어 발음과 해석은 네이버(http://cndic.naver.com/)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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