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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8월 12일. 김씨가 하늘이를 처음 만난 날.
ⓒ 김애리나
김애리나씨가 하늘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5년 8월 12일이었습니다. 같은 동네 살던 진돗개와 풍산개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강아지. 새 주인을 만나 지금의 집에서 살게 되었고 이 철판 위에서 자고 있는 녀석을 그날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고기 굽는 판인가요? 녀석이 먹고 있던 밥은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였고 그나마 너무 더러워 보였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김씨는 녀석의 밥을 챙기기 시작했고 단 하루도 밥 주는 것을 잊은 날이 없었습니다.

▲ '하늘아~'부르면 항상 쩌렁쩌렁 짖더랍니다.
ⓒ 김애리나
그러다 정이 들어 이름도 생겼습니다. 하늘이. 김씨가 지어준 녀석의 이름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하늘이는 빠르게 성장해 덩치 큰 성견이 되었지만 한 번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벗어나 본 적이 없습니다. 짧은 목줄에 매여 아침부터 밤까지 앉았다 일어났다, 고작 한 평의 하늘이 세상의 전부입니다.

▲ 하늘이의 웃는 모습.
ⓒ 김애리나
지난 초복. 김씨는 하늘이에게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추운 겨울이 오면 바람은 막을 수 있겠다며 좋아했습니다. 혹시 주인이 뭐라고 하면서 집을 치우진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다음날 집이 그대로 있어 안심했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9일. 중복을 하루 앞둔 그날, 하늘이가 없어졌습니다. 김씨는 늦은 밤이라 물어 볼 데도 없고 마침 근처 식당에 불이 켜져 있기에 들어가 물었답니다. 식당 주인은 낮에 트럭에 실려 가는 하늘이를 봤다고 하더랍니다. 개농장으로 팔려 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하필 중복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김씨는 다음날 주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김씨는 주인에게 매달렸습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찾아달라'고… '하늘이는 자신이 사겠다'며… 그러나 주인은 횡설수설. 자꾸 말을 피하더랍니다.

8월 1일 마지막으로 주인과 통화하며 김씨는 깨달았습니다. 이제 하늘이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는 것을.

▲ 밥보다 한 번 안아주는 것을 더 좋아하던 하늘이.
ⓒ 김애리나
언제나 맛있는 밥보다 한 번 안아주는 것을 더 좋아하던 하늘이. 하늘이 옆에서 살던 이 녀석은 하늘이가 실려 간 이후 지금까지 밥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친구가 끌려가던 모습이 상처가 되었겠지요. 아니면 자신도 하늘이와 같은 운명이 될까 두려워서일까요?

▲ 하늘이와 함께 살고 있는 개. 지금까지 밥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 김애리나
하늘이 집은 비어 있고 이제 하늘이는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 텅 비어있는 하늘이의 집.
ⓒ 김애리나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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