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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이 기간 중 자전거 일본 종주를 목표로 지난 7월 6일 일본 여행을 시작한 젊은이가 있습니다. 2004년에 자전거로 우리나라 일주를 한 뒤, '달려라! 펑크난 청춘-자전거 전국일주'를 펴낸 박세욱(26·현 서울대학교 천문학과 재학 중)씨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앞으로 '박세욱의 좌충우돌 일본 여행기'를 통해, 자전거 여행의 희로애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편집자주>

잠시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며

7월 26일 도쿄에 도착한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전거를 타지 않으니 한가한 여행자의 위치로 돌아가는 게 옳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도쿄에서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일들이 무엇인지는 이 기사의 뒷부분에서 밝히기로 하고 먼저 지금까지의 여행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번 여행, 솔직히 힘들었고 2년 전 전국일주를 했을 때와는 달리 포기하고 싶은 나약한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힘들었던 이유는 이 여행이 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전거와 무관한 날씨 탓이다. 여느 때 같으면 장마가 끝났어야 할 시기였으나 이곳 사람들이 이상기후라고 부를 정도로 장마가 길게 이어졌던 탓이다.

하지만 시련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는 길도 있음을 배웠다.

▲ 일본 여행 기간 동안 대부분 노숙을 했고, 또 거의 비를 맞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햇빛이 나면 필사적으로 빨래를 말렸다.
ⓒ 박세욱
처음 시련은 너무나도 빠르게 여행 첫 날 찾아왔다. 7월 6일 낮 후쿠오카에 도착한 뒤 자전거 바퀴 이상으로 7월 7일 오후 3시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그 뒤 약 후쿠오카 남쪽 35km 지점 쿠루메 부근에서 공원을 찾아 텐트를 쳤다.

공원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없었지만 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밤에 장대비가 쏟아져 잠을 이루지 못했고, 텐트 프라이(텐트를 덮는 천)는 무게 문제로 빼놓았기에 결국 텐트 속까지 다 젖었다.

텐트 속이 젖으니 피해는 훨씬 커졌다. 가지고 있던 짐이 다 젖었고 가방에 넣어놓은 옷들도 다 젖었다. 게다가 가지고 갔던 가이드북과 지도까지 젖은 상태. 새벽 2시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그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 일본의 유명한 좌절 금지 표시판
ⓒ 박세욱
결국 새벽 4시에 이대로 텐트 속에서 비를 맞느니 차라리 출발하자고 생각했다. 이때 약간의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 여행을 괜히 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볼 때 힘든 일이 있고난 뒤에는 극복할 수 있는 길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 자다가 비를 맞은 후엔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에 300엔(정말 싼 가격이다)에 목욕을 하고 잠시 취침을 하자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했고, 며칠 뒤 아소산을 오르면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1주일 내내 비가 오던 날씨가 아소산에 오를 때는 거짓말같이 맑게 개었다. 날씨가 나쁘다고만 투덜댈 수 없게 만든 요인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비파호수에 갔을 때에도 하루 종일 장대비를 맞았다. 도저히 이대로는 노숙을 못하겠다고 투덜댔지만, 너무 비싼 숙박요금에 갈팡질팡하던 때, 환갑 나이에 자전거 여행 중인 아저씨를 만나 또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당시엔 하루 종일 어리둥절한 시간이었지만 너무 고마웠다.

나를 감동시킨 너무나 많았던 친절들
빵을 사주던 할머니, 초등학생의 '감바떼 구다사이'


▲ 여행하는 동안 일본인들에게 많은 도움과 격려를 받았다. 1천엔을 선뜻 기부한 청년(좌측). 아침빵을 사주신 할머니(우측).
ⓒ 박세욱
시코쿠의 마쯔야마란 지역에서 밤에 노숙을 한 후엔 아침에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그 때 빵을 파는 아주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출발하면서 빵을 사먹으려 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할머니가 "아서라, 이 할머니가 사준다"며 빵을 사주셨다. 비싸지 않은 빵이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한국에서 온 젊은이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힘내라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임에 힘을 얻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신호등에서 기다릴 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감바떼 구다사이"(힘네세요)라고 말하던 어린 초등학생 꼬마아이, 나는 그 조그만 소리를 들었고, 달리며 웃었다. 자동차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어 "감바레" 를 외치던 아저씨, 국도 변 휴게소에서 떡을 사서 달려와 쥐어주며 "감바떼"를 연거푸 말하던 아저씨.

한번은 꼬마아이 세 명이 웃으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기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손을 흔들어 주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웃음이 싹 지우며 당황한 얼굴로 시선을 돌려서 그 이상 무안할 수 없던 적도 있다. 그 때도 한 5분간 웃었던 것 같다.

이 모든 경험들은 나를 전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까지 잘 버텼다 남은 것은 즐거운 여행
홋카이도에서는 자연 속에 느긋하게 파묻힐 예정


지금까지 잘 버텼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여행의 반을 넘어섰다. 달릴 때 그토록 오던 비가 도쿄에 도착한 날부터는 완전히 그쳤다. 아마도 장마가 끝난 것 같다. 하루하루 기록하는 일기장이 벌써 노트 한권을 넘어섰다.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여행 중이라 정리하는 것은 여행 후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이제는 더위와 태양빛과 싸우는 것만 빼면 많은 것을 즐기는 여행이 될 것이다. 특히 홋카이도에서는 느긋하게 자연 속에 파묻히려 한다.

여행 일정이 좀 바뀌게 되었다. 한 가지 이유는 날씨.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도쿄에서 하려는 일과 관련이 있다. '내 마음속의 자전거' 라는 만화가 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만화다. 그 만화를 그린 미야오 가쿠씨를 만나 인터뷰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일정을 맞추어 인터뷰 전날 밤에 도쿄에 도착하였다.

▲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나는 계속 달릴 것이다.
ⓒ 박세욱
'가보기전에 죽지마라' 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되어 출판된 책이 있다. 홀로 7년 반 동안 전 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한 일본인 청년 '이시다 유스케'씨가 주인공이다. 또한 그 분을 만나 인터뷰 할 것이다. 그동안 이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자전거 여행 중에도 많은 노력을 했고 결실을 맺는다.

나 또한 인터뷰에 응할 것이다. 이시다 유스케 씨가 자전거 잡지사에 기고하기 위해 나를 인터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전거 잡지사의 사진사와 따로 사진을 찍을 것이다. 이 일이 끝나는 즉시 나는 도쿄를 떠날 것이다.

그들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도쿄에 좀 머무르게 되었기에 8월 8일 한국에 돌아가려던 나의 계획은 수정되어야 한다. 약 1주일 연장될 것이다. 현재 비행기표 대기자 예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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