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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개들을 위한 제단
ⓒ 전경옥
▲ 개털을 태우고 있는 장면.
ⓒ 전경옥
7월 26일 오후 5시. 인사동 남인사 야외마당에서 펼쳐진 개 식용 반대 퍼포먼스 현장을 찾았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것은 동물단체 KARA와 설치미술가 정혜승, 이소미 교수. 그리고 홍신자 무용단의 수석 안무가 여윤정씨다.

퍼포먼스의 주제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214. 모란시장의 주소이다. 모란시장에는 우리나라 개고기의 30%가 유통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개고기 시장이 있다.

야외마당의 한 가운데에는 이소미 교수가 마련한 개 사체 모형과 제단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간의 먹거리로 희생된 개들을 위해 최초로 제단이 마련된 것이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양 옆에서 개털을 태우기 시작하며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개들은 도살 후 잔털을 제거하기 위해 털을 태우게 된다.

▲ 인간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반려동물 개.
ⓒ 전경옥
▲ 인간에게 학대받고 있는 개.
ⓒ 전경옥
개들은 인간과 정을 통하며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해왔다. 주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개. 그러나 시간이 지나 늙고 병들고 귀찮은 존재로 전락하게 되면 개는 주인의 눈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학대가 이루어진다. 학대의 정도는 점점 심해지고 심지어 유기되기도 한다.

이어 눈앞에 펼쳐진 것은 개가 개장수에게 넘겨지고 있는 장면. 개장수에 의해 개들은 어떻게 도살될까? 전기충격기를 이용하거나 목을 매거나 심지어 죽을 때까지 매를 맞기도 한다. 맞아야 고기의 육질이 좋아진다(?)는 끔찍한 낭설은 어릴 적부터 간혹 들었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개들도 생명이니 고통을 느낄 것이다.

▲ 잔인한 개도살방식을 재현하고 있다.
ⓒ 전경옥
▲ 여윤정씨의 퍼포먼스 <용서를 청하며>
ⓒ 전경옥
개들의 도살장면 재현이 끝나고 여윤정씨의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퍼포먼스의 주제는 <용서를 청하며>. 반려동물로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개의 죽음에 용서를 청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여윤정씨는 개장수에 의해 죽임을 당한 개의 영과 육이 분리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육체는 죽을지언정 불쌍한 개들의 영혼은 널리 하늘로 날아가라는 의미에서 바닥에 나비무늬의 천이 깔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천에 나비모형을 달아주었다. 나비처럼 멀리 자유롭게 날아가라는 의미일까.

▲ 불쌍한 영혼아. 나비처럼 날아오르기를.
ⓒ 전경옥
▲ 살아서 고통스러웠던 삶. 하늘에서는 행복하기를.
ⓒ 전경옥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여윤정씨와 함께 하늘로 개들의 영혼을 널리 보내주었다. 살았을 때 고통 받았다면 멀리 저 하늘에서만은 행복하기를.

어떤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여 벌레라도 죽을까 뜨거운 물을 식혀서 버리던 우리 할머니들의 따뜻한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먹거리에만 전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존중. 작은 미물이라도 함부로 다루지 않는 생명존중의 전통이 아쉽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채식물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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