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 웃대총장 김상유
ⓒ 야후코리아
"뭐, 웃대 총장이 야후에 입사했다고?"

얼마 전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 사실이 화제가 됐다. 유명 일류대학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총장은 아니었지만 '웃긴대학'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그 어느 대학보다 유명했고 그 대학 '총장'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독특했다.

네티즌들은 발칙하게도 총장을 마음껏 합성하며 유린했다. 웃대족 중 김상유 총장을 모르는 사람은 네티즌 간첩이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웃대'가 대형 포털사이트와 맞서기 위해 '디씨인사이드', '미디어몹'과 함께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를 만든 것이 고작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웃대 총장이 다른 포털사이트에 몸을 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 더 웃겨줬으면 좋았을 걸. 등록금 문제, 학내복지 문제 등으로 골치썩지 않아도 되는, 좀 다른 총장 자리 아닌가. 대학생의 한 명으로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웃대총장 김상유(32)씨를 만나러 갔다. 약간의 오해를 품고 들어선 야후 사무실에는 얼마 전까지 인터넷을 풍미하던 총장이 한 회사의 월급쟁이 과장으로 앉아있었다.

- 총장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과장님이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편하신 대로 하세요(하하하)."

- 웃대 총장에서 일반 포털사이트 사원이 됐는데 적응이 잘 되시나요? 월급쟁이 생활이 잘 안 맞을 것 같은데?
"사실 야후에 입사하기 전에도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웃대'는 제 취미지만 직장은 아니죠. 부득이하게 올 초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5월에 야후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데, 지금도 웃대를 떠난 것은 아닙니다. 2003년에 지금의 사장님께 소유권을 넘기고 주주로서 운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운영진과도 종종 만나죠. 어머니가 자식을 버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어떻게 웃대를 버리겠습니까?"

"난 영원한 '웃대'맨"

- 다른 포털이 아닌 '야후'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야후'는 젊고 진취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포털이라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죠. 더군다나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트렌드와 국외의 새로운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도 있고요. 이런 굴지의 커뮤니티에서 저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꿈'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저의 꿈은 '웃대'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닿아 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고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을 웃게 하고 싶었어요.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개인의 행복에 웃음은 필수잖아요. 그래서 유머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야후에서도 '웃대'처럼 사람냄새 나는 커뮤니티를 실현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 '웃긴대학'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있나요?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고 활용하던 중심세대는 대학생층입니다. 이런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사이트를 열고 싶었고 또 유머를 기초로 하는 커뮤니티여야 했죠. '웃긴대학'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의도를 모두 표현하고 있습니다.

▲ 웃대총장을 주인공으로 한 연예인 X파일 패러디
ⓒ 웃긴대학
- 초기 네티즌들의 흥미를 어떻게 끌어냈나요?
"유머 시티를 '웃긴대학'으로 바꾸면서 첫 화면에 저를 등장시켰습니다. 클릭해서 '웃대'를 열면 제가 슈퍼맨 옷을 입고 슈퍼맨 포즈로 '하하하' 웃으면서 화면을 돌아다녔는데… 완전 코미디였죠. 또 한 대학의 총장실 사진에 저를 등장시켜 꾸벅꾸벅 인사하며 '어서 오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런 독특했던 점들이 네티즌들에게 호평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슈퍼맨 옷 입고 화면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 '웃긴대학'의 1일 페이지뷰가 200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 성공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웃대'의 성공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운영자의 의도가 지속적으로 관철되었어요. 제가 처음 의도했던 바와 같이 '개인의 행복'을 목표로 삼고 꾸준히 운영되었습니다. 돈을 크게 벌자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진심이 꾸준히 운영 속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수많은 웃대생들이 '웃대'를 아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웃대' 첫 화면에도 나와있죠.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웃긴대학에 오셨습니다"라고…(하하하).

둘째로는, 제가 프로그래머였기에 발빠르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시킬 수 있었습니다. 네티즌들이 좋아한다면 그 게시물이 베스트에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추천제'를 도입했죠. 또 비록 지금은 어느 사이트나 있는 기능이기는 하지만 2001년도만 해도 낯설었던 '댓글'을 시스템화해 네티즌들의 활발한 피드백을 가능케 했습니다.

▲ 웃긴대학 사이트에서는 총장을 소재로 한 합성작품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는 네티즌들에게 그만큼 '만만'하다.
ⓒ 웃긴대학
셋째로 '웃긴대학'이 사이버공간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 소위 '벙개'가 계속 있었습니다. 웃대생들이 모여서 서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웃는 과정 속에서 서로 간의 친밀함을 높여나갔죠. 저도 웃대생들과 오프라인에서 많이 만났고 그를 통해 얼굴이 '팔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웃대생들과 술자리에서 '브이' 자를 그리면서 '하하하' 웃는 모습이 사진 찍혔는데, 그 사진이 수없이 합성되면서 인기를 끌었어요."

- '웃대'사장은 중소사이트끼리 연합해 대형 포털의 횡포에 대항하고자 하는데 웃대 총장은 포털로 와 버렸습니다. 모순 아닙니까?
"대형 포털사이트가 유저 생산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웃대'와 다른 중소사이트가 주장하는 것은 그 저작권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저도 이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털과 중소사이트가 상극의 관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상생의 관계로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먹고 먹히는 구조로만 보는 것은 양자에게 좋지 않습니다."

- '웃대'를 처음 방문했을 때 사이트 내용이 너무 가볍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엽기 사이트란 생각도 들었고. '디씨인사이드'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웃대'는 어떤 사이트입니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웃대'는 '유머사이트'란 것입니다. 유머는 어쩔 수 없이 가벼운 면이 존재합니다. 엽기는 운영진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 당시 유행코드를 따라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콘텐츠이죠. '디씨인사이드'의 본질은 사진이고 우리는 유머라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죠."

"난 '성선설' 신봉자… 악플러에게는 일일이 메일 보내"

- 낚시글과 악플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전 '웃대' 총장으로 어떻게 생각하세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웃대'는 행복을 지향합니다. '낚시질'을 당한 뒤 화가 나게 되면 그것은 유머가 아니죠. 행복을 만들지도 못합니다. 그런 경우 관리자는 냉정하게 글을 삭제합니다. 처음에는 클릭수를 늘릴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운영에도 좋지 않다고 보거든요. 악플러의 경우에는 직접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저는 '성선설'을 믿습니다. 악플러라고 해서 모두 나쁘겠어요? 메일을 받으시면 다들 수긍하고 이해도 합니다."

▲ 웃긴대학 초기화면
ⓒ 웃긴대학
- '야후'에서 맡으신 일은 무엇인가요?
"야후의 모든 기획을 검토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새로 시도할 신규서비스에 대해 점검하고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PD들을 돕는 것이죠."

- 남을 웃기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사람들을 웃기지 못하는 사람들한테 조언해 주신다면요?
"저도 요새 웃기지 못하고 있어 고민입니다. 아무래도 나이 탓인가?(하하하) 남을 웃기기 위해서는 엉뚱한 상상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남을 위하고자 하는 마음속에서 이런 위트가 발휘된다면 충분히 모두를 웃길 수 있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개인의 행복이 최고입니다. 제가 지금 행복한 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웃음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자신 역시 행복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이런 해피 인프라(happy infra)를 계속 쌓아나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냄새 나는 커뮤니티를 야후라는 굴지의 포털에서 실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고요."

ⓒ 야후 코리아
인터뷰를 마치고 다른 직원에게 물었다.

"김상유씨 어떤 사람 같습니까."
"입사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잘은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비밀이 많아 보여 탐구하고 싶은 인물입니다."

맞다. 김상유씨는 의외로 진지했다. '안습'이니 '즐~'이니 하는 인터넷 용어는 일부러 안 쓴다고 했다. '언어파괴'라는 것이다. 인터뷰 중에도 해독 어려운 인터넷 용어는 절대로 쓰지 않았다. 내내 진지모드였다.

웃음도 거창하지 않고 조용했다. 그러나 그 웃음 뒤, 그는 또 다른 웃음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웃음학 박사'였다. 사람에 대한 신뢰, 행복에 대한 믿음을 고민하고 있는 웃대총장 김상유. 직책은 월급쟁이 과장일지 모르지만 그의 고민은 총장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