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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들은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학교봉사활동을 하지 않으면 엄마가 따돌림을 당하는 '엄따'가 되고 아이도 '왕따'가 되는 현실이지요.

한창 자라는 아이에게 꿀꿀이 죽 같은 급식이 배급되고, 수학여행은 이곳저곳 고려해 볼 것도 없이 관행대로 돈 받고 돈 먹은 그곳으로 가는 곳도 있습니다. 조금만 학생 입장에서,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우리의 공교육이 이처럼 무너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긍정적인 치맛바람 '학교운영위원'에 참여합시다." - 위례시민연대 회원 안내문 중 일부


▲ 위례시민연대 최영선국장은 밝고 유쾌한 성격이다.
ⓒ 김혜원
'학교에 자주 가는 엄마'라고 하면 당연히 '치맛바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고 각종 학교행사에 와서 자기 아이만 챙기는, 비뚤어진 모습의 학부모. 그런데 여기 당당하게 치맛바람을 일으키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위례시민연대'. 단 위례시민연대가 주장하는 치맛바람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건강한 치맛바람'. 과거 학부모들의 잘못된 학교참여 관행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건전하고 바람직한 학교참여를 통해 새로운 학부모 상과 학교 상을 세우자는 게 그 목적이다.

예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새내기 학부모 교실, 지역의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강동·송파 학교운영위원협의회 등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엄마들이 나서서 건강한 치맛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례시민연대 산하 지역복지센터의 최영선 국장(35)도 지역의 한 중학교 운영위원회 지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고 아담한 몸매, 예리하지만 따뜻한 눈매를 지닌 최 국장은 활동가라기보다는 '아줌마'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이다. 지난 6월 26일 최영선 국장을 만났다.

상근자보다 더 든든한 백, '연대'

1997년 시작된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를 모태로 하는 위례시민연대는 아줌마들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지역운동단체다. 지역의 학부모와 주부, 어머니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육환경 개선, 지역복지 개선, 주민감사청구 등 권력감시운동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5년 위례시민연대가 가장 주력한 부분은 '장애인교육권 확보운동'이었다.

"우리 지역에 장애인통합학부모회하고 장애아를 가진 부모님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이분들과 함께 '강동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하고 '지역복지예산 분석네트워크'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촉구했죠. 그 결과 마침내 2006년 둔촌고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신설하는 결과를 낳았어요. 우리 지역에 장애인 통합 교육이 가능한 학교가 없어 특수학교에 보내거나 통합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가는 답답한 경우가 사라진 거죠."

위례시민연대는 상근 활동가가 그리 많지 않다.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시민연대'를 추구하면서 네트워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으로도 큰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연대해서 힘을 합쳐야 할 단체들이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위례시민연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 퍼블릭엑세스운동을 위해 미디어교육을 받고 있는 시민활동가들
ⓒ 김혜원
강동구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 강동지방자치아카데미 개설, 천사종합복지센터 시설비리 공대위, 강동예산분석모임, 지방자치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연대의 힘'이었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관련 있는 지역의 여러 단체와 유기적으로 연대해 공동 대응한 것. 강령에도 '우리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지역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힘쓴다'고 연대의 정신을 밝히고 있다.

얼마 전 학교 급식 사고가 터졌을 때도 지역의 다른 모임과 발 빠르게 연합해 학교급식토론회를 열고 학교 급식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철저히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미 위례시민연대는 2003년 10월부터 2004년 5월까지 학교급식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쳐 주민 17만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단체와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 위례시민연대의 미덕이다.

시민단체에 대한 오해, 먼저 다가가 푼다

최 국장은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역사와 환경이 살아 숨쉬는 강동'을 만들어 가자는 큰 모토 아래 같은 생각을 지닌 주민과 단체들을 모아내고 지원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것. 특히 강동지역은 서민층이 주류를 이루지만 대부분 중산층의 의식구조를 지니고 있어 시민운동이 파고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아직까지는 시민연대에 대해 이익집단 아니냐, 정치색 있는 건 아니냐 하는 등의 오해를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로 손잡고 일해야 할 정부의 위탁기관조차 시민연대라는 선입견 때문에 겁을 먹거나 반감을 보이고 피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열심히 노력하는 것밖에…."

요즘 최 국장은 한창 영상공부를 하고 있다. 인터뷰도 강동 케이블방송국의 미디어 교육을 받는 도중 짬짬이 시간을 내 하는 수밖에 없었다. 쉴 새 없이 바쁘다는 그녀가 이렇게 시간을 내서 영상공부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시민단체가 주민과 밀착된 관계를 만들려면 자연스러운 접촉이 먼저입니다. 예비학부모교실이나 지방자치 아카데미 등의 교육 역시 그렇죠. 이름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지역 주민들과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지역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시민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번 영상교육을 마치고 나면 지역문제를 영상으로 찍어 지역방송에 내보내는 일을 할 거라고. 시대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시민단체도 자신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사람들의 가입과 활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혜 중심의 복지운동, 이젠 그만

▲ 위례지역복지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밑반찬' 메뉴. 만든 사람의 정성이 느껴진다.
ⓒ 위례지역복지센터
1998년 지역 언론사의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짬을 내 시작한 실업극복지원센터 자원봉사가 그를 오늘까지 오게 했다. 최 국장이 위례시민연대 활동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지역의 빈민문제.

가락시장 상인이 기증한 농산물을 주 1회 제공하는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운동(1999년)을 벌이고, 송파구의 대표적인 비닐하우스촌인 개미마을, 화훼마을 등의 주민을 대신해 '주소지 전입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내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주소지를 되찾고 기초생활을 보상받게 한 것(2001년)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올 4월부터는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밑반찬 사업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1회씩 독거노인과 저소득 가정 20가구에 밑반찬을 배달하는 것. 밑반찬을 배달하면서 말벗과 상담활동은 물론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 이후 활동에 반영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본인도 가난과 무관하지 않게 살아와 그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최영선 국장의 꿈은 가난하지만 정 많고 따뜻한 이웃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어린 시절 끼니를 챙겨 주던 이웃 아주머니와 도시락을 건네주시던 선생님을 통해 이미 이웃공동체의 중요성을 경험했다고. 그녀는 몇몇 독지가의 기부로 빈민들의 빈곤을 채워주는 일회성 방식을 거부한다. 비슷한 처지의 이웃이 서로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줘서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앞으로 '주민조직가'의 삶을 살 생각이다. 순간적인 배고픔을 면하게 하는 '채워주는 복지'가 아닌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면역력을 키워주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트레이너가 되겠다는 것. 그녀의 그 꿈이 지역사회에 어떤 결실을 낳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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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절대 거를 수 없어요"
위례지역복지센터 복지운동 '사랑의 쑥뜸뜨기' 현장

▲ 쑥뜸봉사를 하고 있는 위례시민연대 부설 복지센터 봉사자들
ⓒ김혜원

위례시민연대 산하의 위례지역복지센터는 강동송파 지역 주민의 복지를 책임지기 위해 1년이 넘는 준비 기간 끝에 2003년 4월 설립했다. 전문화한 복지운동의 기틀을 마련하고 권리찾기운동으로 복지문제를 끌어내 주민 스스로 주인이 되는 복지운동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은 사랑의 쑥뜸 뜨기,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밑반찬 사업, 수족침 교실 등의 다양한 사업을 열고 있다.

지난 6월 24일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사랑의 쑥뜸 뜨기'가 인근 공원에서 열렸다. 공원을 찾았더니 쑥뜸을 받는 분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매번 20~30분씩 줄을 서시곤 합니다. 온누리 수족침 봉사자분들과 교육을 마친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진행을 하고요. 여기 오셔서 뜸 봉사를 받으시는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지난해부터 매월 1회씩 하는데 단골도 많으세요."

쑥뜸봉사 진행을 담당하는 위례복지센터 박미경씨는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 행사를 미루거나 빠뜨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봉사 활동으로 단체의 활동을 자연스레 알려지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듣는 대민창구 역할도 하고 있어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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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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