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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꿔가는 현장보고서-16일간 전국일주] 공식블로그 바로가기

▲ 참여정부의 개발폭주 흐름에서 자신을 지켜낸 광역생태계이며 산림생태계인 곳은 우리나라에는 지리산밖에는 없다. 겨울 해진녘 지리산 연하봉 인근의 구상나무.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한쪽으로 휘어졌다.
ⓒ 오마이뉴스 박상규
아프리카의 케냐의 세렝게티에서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까지 연결되는 국립공원은 그야말로 '내셔널 파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보여주는 세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파리 코스 중 하나이다.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 사이에는 순식간에 국경선이 마을을 관통하는 바람에 세계 최고의 용감한 전사들이었다는 전설에도 이제는 생존권마저 지키기 어려워 부족의 기세가 심하게 꺾인 마사이족들이 살고 있다.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는 1933년 런던에서 개최된 자연보호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법률과 공권력에 의해서 보존해야 할 자연과 문화적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겨난 제도이다. 광범위한 지역을 지정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생태적인 의미가 있는 광역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이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제도가 있는데 국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제도가 사실상 이 자연공원 제도이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을 굳이 빌리자면 '글로벌 스탠더드' 중의 하나이고, 국립공원으로 생태계가 지정되면 일단은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 된 상태이다.

국립공원은 '개발허가지역'

우리나라에서는 이 국립공원 제도에도 불구하고 광역 생태계들에 대한 경계가 전면적으로 뚫리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일종의 개발 폭주가 시작되면서 국민에게 국립공원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신성함이 거의 사라져버리게 되었다.

가장 먼저 뚫린 곳은 역시 단위면적당 세계 최고의 개발도를 가지고 있는 서울이고, 북한산에 사폐산 터널이 뚫리면서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그 경계를 지킬 수 없다는 현실적인 사례가 발생하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반발하던 불교계가 노무현 대통령의 해인사 방문을 계기로 전격합의하면서 덤으로 같이 무너진 것이 계룡산이었다.

참여정부 앞에서는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지킬 수 있는 생태계는 이제 없고, 이 생태계가 보호받아야 할 다른 이유를 내세우지 않으면 어떤 희귀한 생태계와 생명체도 보호받을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가 악용된 대표적인 경우인데, 원래 환경영향평가를 만들어낸 취지 중의 하나가 국립공원과 같이 문화와 관광이라는 이유를 내세울 수 없는 곳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한 절차와 부당한 평가를 가지고 있는 환경영향평가라는 제도가 국립공원을 개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국립공원이라는 제도는 '개발허가지역'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대통령이 나서서 갈등해결이라는 약간은 몰상식한 방법으로 국립공원을 뚫는 데에 앞장서고 있는데, 사실 이 모든 제도가 인간의 일이고 국가가 하는 일이라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대통령이 원하고, 국민이 원하고, 주민이 원하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된다.

참여정부의 문제가 몇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근본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택가까지 성인오락실이 파고 들어온 것도 바로 이 참여정부 시절에 생긴 일인데, 동네의 작은 다방은 물론 분위기 괜찮던 카페 같은 것들이 노무현의 등장과 함께 성인오락실로 전환된 것은 정부가 나서서 카지노를 국책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는 마당에 성인오락실을 규제하거나 막을 아무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신의 몰락'인 셈인데, 여야 국회의원들이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협조한 기업도시법의 1차 사업은 사실상 카지노 건설사업이다. 동네 주택가에 생겨나는 성인오락실이 그야말로 서민의 삶에 미치는 해악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런 최소한의 기준선도 지키지 않는 정부에서 국립공원이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사람이 살지않는 생태계는 지킬 수 없다

▲ 지리산에도 노고단까지 순환도로가 이미 오래전에 뚫렸지만 그래도 다른 곳처럼 전면적인 관광개발을 빙자한 건설사업이 시작되는 소위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사진은 복원된 지리산 노고단.
ⓒ 오마이뉴스 박상규
제일 먼저 무너진 보호막은 설악산인데,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성공한 국립공원이겠지만, 등산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서 이제는 보호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그 다음에 경계가 무너진 곳이 한라산인데, 이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권한을 제주도지사에 이관해달라고 요구하다가 잘 안되니까 아예 특별자치도라는 제도를 새로 만들게 되었다.

이 두 군데의 공통점은 결국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광역생태계는 지켜질 수 있는 제도가 사실상 없다. 새만금 같은 중요한 생태계 역시 사람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버텨낼 재간이 없게 된 셈인데, 산림생태계라고 그 흐름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일단 개발이 시작되면 생태계의 붕괴와 열악한 상태로의 진화는 피할 수 없는데, 이 흐름에서 사실상 남한에 남아있는 마지막 광역생태계는 이제 휴전선 부근의 DMZ 생태계와 지리산밖에 없다.

DMZ에는 일부 농민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 물론 지금은 군인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주소지를 DMZ에 두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주민'이 아니다 - 국제적인 노력이 없다면 지켜지기 어렵다.

정부는 이미 전면개발을 염두에 두고 조금씩 명분 쌓기에 들어간 셈인데, 국내의 개발의 힘을 국제적인 관심이 얼마나 막아낼지가 사실상의 전선인 셈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실제로 DMZ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국제적으로 만들어낸 셈이다.

한·미 FTA로 대통령이 무척 바빠졌고 생각의 대부분을 여기에 사용할 것이니까 다행히도 DMZ 생태계는 다음 정권까지 살아서 넘어갈 것 같다. 만약 임기 중에 '골프장 300개 정책'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이 "DMZ를 개발해서 지역경제와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을 불쑥하게 된다면 FTA가 아무런 저항없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에 생기는 부작용일 것이다.

생태계 보존과 한·미 FTA는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좀 바빠져야 DMZ 개발계획을 저지할 수 있다는 묘한 연관관계가 생긴 것은 순전히 이 정권의 속성 때문에 그렇다.

그린벨트와 산림복원을 국가적 사업으로 생각했던 박정희와 노무현은 생태계라는 눈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대통령이다.

지리산이 살아남은 까닭

이 엄청난 흐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낸 광역생태계이며 산림생태계인 곳은 우리나라에는 지리산밖에는 없다. 물론 지리산에도 노고단까지 순환도로가 이미 오래전에 뚫렸지만 그래도 다른 곳처럼 전면적인 관광개발을 빙자한 건설사업이 시작되는 소위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아직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반달곰 방사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은 그만큼 지리산이 자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 생태권의 범위가 커서 곰 같은 대형 포유류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먹이 피라미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이 영험한 산이라서 국민이 지리산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지리산을 워낙 좋아해서 영험한 산이 된 것인지는 모른다. 지리산과 이제는 무너져내린 우리나라의 다른 생태계와의 차이점은 바로 '지리산의 넉넉함' 때문인데, 아낌없이 베푸는 이 산 때문에 지리산에는 마을이 있고 주민들이 살고 있고, 생태계 내에 사는 주민들 중에서는 지리산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아직은 가장 넉넉하다.

우리나라의 법제도상에서 '주민이 살지 않는 생태계'는 절대로 지켜지지가 않는다. 이미 개발지원장치로 작동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요구하는 '주민'이 없는데 그 생태계가 어떻게 지켜질 수 있겠는가?

봄과 가을로 산이 제공하는 버섯과 약초 그리고 '지리산 쌀' 같은 것들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는 풍요로운 주민들의 삶이 있기 때문에 지리산이 아직 버틴 것이고, 지리산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국민의 관심 덕분에 사실상 남한에 남은 마지막 국립공원이 된 셈이다.

여기에 새로 한 가지가 추가되는 것이 주민들이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화해하는 그야말로 새로운 지역모델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이 바로 이 지리산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제' 혹은 '주민자치' 모델이라고 할지도 모를 이 가능성이 지리산 주민들에 의해서 열린다면 사실상 "개발해야 잘 살지"라는 지난 3년 동안의 광풍을 뚫고 새로운 전환점이 열리게 된다.

시와 도로 구분되어 있는 지리산의 옛날 길을 통해서 주민과 주민의 소통과 연계가 새로운 주민자치 모델로 전환되면, 비로소 우리나라도 1차 발전시대를 접고, 문화와 다양성 그리고 자치로 조화가 생겨나는 2차 발전시대로 전환된다.

그 희망이 지리산에서 이제 시험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지리산이 명산은 명산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통일신라 시대에 왜구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서 일본의 발원을 막을 자리에 절을 하나 세웠는데, 그 절이 바로 지리산 산내면에 있는 실상사이다. 왜 지리산이 명산인지 자꾸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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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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