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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30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7일 이주성 국세청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만이다. 사의표명의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정부에 참여한 국무위원이 또 한번 '돌연사'했다. 놀라지 마시라. '돌연사'(突然死)가 아니라 돌연사(突然辭)이니까. 즉 돌연사퇴(辭退)를 가리킨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30일 최근 발생한 급식사고 및 외국어고 모집제한 등과 관련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7일 이주성 국세청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지 사흘만의 '연쇄 사의표명'이다.

그러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여는 자리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육관련 현안 법률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방선거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당으로 돌아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일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진표 장관의 돌연사퇴는 '돈오돈수'일까 '돈오점수'일까

그러니 헷갈린다. 사의 배경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급식사고 및 외국어고 모집제한 등과 관련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은 석연찮다. 아무도 김진표 장관에게 급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장관의 사퇴를 요구할 만큼 국민의 정치의식은 낮지 않다.

지방선거 결과에 상당한 충격을 받아 당으로 돌아가 국회의원으로서의 일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도 이상하다. 어느날 문득 깨닫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의 경지에 올라 출가라도 하겠다면 모르지만, 5·31 지방선거가 끝난지 한 달이 지났는데 돈오점수(頓悟漸修)도 유분수이지 이제 와서 충격을 받아 대오각성했다는 것은 너무 늦은 반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참에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청와대 '사인'이 있었거나 본인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대통령에게 개각의 '멍석'을 깔아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별히 사퇴할 이유가 없는 이주성 청장이 돌연 사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진표 장관의 '돌연사'는 이처럼 사흘 전의 '돌연사' 의혹뿐만 아니라 한 달 전에 일어난 또 다른 '돌연사' 의혹에 대해서도 '돈오돈수'의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5·31 지방선거 직전에 돌연 사의를 표명한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의 '돌연사'가 그것이다.

김병준 실장의 '돌연사'... 이미 김진표 장관도 예정

5·3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참여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입안한 핵심인물인 김병준 정책실장이 갑자기 그만둔 '사건'은 기자에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다. 그러나 의혹을 풀 '실마리'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청와대는 이미 지방선거 전부터 "선거 이후 문책 인사나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없다"고 단언해왔다. 그렇기에 이런 가설이 성립했다.

즉, 당시에 선거 이후 여당이 김병준 실장에게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울 가능성을 간파한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전에 김 실장을 '경질'함으로써 '김병준 구하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여당이 김 실장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기 전에 굳이 그를 미리 잘라 '보호'하려는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여권에서는 대체로 김 실장이 상처받지 않고 물러나게 함으로써 다음 개각 때 그를 다시 중용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김병준 전 실장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될 만큼 노 대통령의 신임이 컸다. 그런데 여당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노 대통령은 '한명숙 카드'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김 실장이 재임중 관여한 부동산정책과 함께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교육정책을 담당할 교육 부총리로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김병준 실장이 '돌연사'했을 때 이미 김진표 장관의 '돌연사'가 예정돼 있던 셈이다.

'찔끔인사'의 '다반사'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김진표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기가 무섭게 한덕수 경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 등 일부 장관급 국무위원들의 교체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미 "사의를 표명한 교육부와 재경부 등 장기간 근무한 장관들이 교체될 예정"이라며 "빠르면 다음주 초 단행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경제 부총리에는 김병준 전 실장의 사퇴로 1계급 승진한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의 기용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오규 정책실장의 이동에 따른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이 유력하며, 후임 예산처 장관에는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이 승진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이런 식의 인사라면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김병준 실장은 선거 이틀 전에 돌연 사퇴해 후속인사를 단행하고, 그 후임자는 한달도 안되어 또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안한다'는 노 대통령의 인사철학은 좋지만, 어떤 자리는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비워두고 어떤 자리는 굳이 선거 뒤에 해도 될 것을 선거를 이틀 남기고 하는 식으로 일관성이 없다. 이른바 '찔끔인사'의 '다반사' 혹은 '일상화'로 헷갈리는 김진표 장관의 사퇴 배경처럼 국민은 '문책'인지 '복귀'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책임인사'가 없으니 '책임정치'도 실종이다. 어쩌면 그게 노림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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