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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화술책 <웃겨야 성공한다> 낸 개그맨 김구라.
ⓒ 조성일
잘 생긴 '꽃미남'도 아니고, 근육남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가친척 중에 방송사 고위 간부가 있는 것도 아닌 개그맨 김구라(본명 김현동·37)가 방송으로 밥먹고 사는 이유는?

우선, 아직은 김구라가 누구냐고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굳이 설명하면, KBS 오락프로그램 <스타 골든벨>의 '벨' 라인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매일 낮 12시에서 2시까지 방송되는 KBS 2FM <김구라의 가요광장>을 진행하는 DJ, 바로 그 사람이다.

이제 김구라가 누군지 짐작이 간다면, 그가 방송으로 밥먹고 살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차례. 황우석 박사의 '특허용어'를 차용해 표현하면 김구라의 '원천기술'은 '구라'다. 언더그라운드에서나 쓰일 법한 '구라'는 '거짓말'이란 의미를 지닌 비속어. 그래서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얘기쯤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그런 비속어를 예명으로 쓰고도 모자라 진짜 '구라'까지 잘 친다니, '거짓말쟁이 중의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명예훼손을 당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김구라는 '구 라'의 본뜻이 그러할지라도 자신의 이름은 '입 구(口)·아름다울 나(羅)'를 쓴다며 '거짓말'이 아닌 '재담'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어쨌든, 그런 김구라가 또 일을 저질렀다(?). 이젠 대놓고 구라치는 법을 알려주겠단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톡톡 튀는 유머 화술'이란 부제를 단 <웃겨야 성공한다(청년정신)>가 그것이다.

지난 6월 10일, 교보문고에서 저자사인회를 연 그를 행사에 앞서 만났다.

비호감도 유머만 잘 하면 '호감형'... 어떻게 하길래?

▲ '구라'를 '거짓말' 아닌 '재담'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하는 김구라.
ⓒ 조성일
말이 너무 빨라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노홍철, 약간 고음에 코맹맹이 소리가 특징인 현영, 걸핏하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호통치는 박명수. 이들은 예전 같으면 소위 '비호감'이라고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힘들 텐데, 요즘 가장 잘 나간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도 말 한 마디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목소리가 좋다고, 말을 많이 한다고, 유식한 말·고상한 말 쓴다고 말 잘한다는 소릴 듣는 건 아니다. 정말정말 말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김구라는 "유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머를 잘 하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고, 더 잘 친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머라는 게 세상에 있지도 않은 걸 '짠!'하고 만들어내는 조물주급 기술이겠습니까? 주변에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잘 지지고 볶고 간을 맞춰서 근사한 얘기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게 조금은 요령이 필요하거든요.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법을 모르면 음식에 제 맛이 안 나듯 유머도 마찬가집니다."

그가 '유머 화술' 책 한 번 써보지 않겠느냐는 출판사의 제의를 겁없이 덥석 받아들였던 이유도 바로 웃다가 죽어도 모자랄 세상, 웃고 또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사람 웃기기는 사실 개그맨들도 어려워요. 5분도 안 되는 무대를 위해서 개그맨들은 일주일을 투자합니다. 며칠에 걸쳐 아이디어 짜서 PD 앞에서 검사 맡는데, 한 번에 통과하기 어려워요. 퇴짜맞고 다시 짜고, 퇴짜맞고 다시 짜고…. 몇 번의 리콜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라가지만 꼭 폭소가 터지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김구라는 우선 발상을 전환하여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가령, 어떤 학생이 전 과목에서 '가'를 받았는데, 유독 체육만 '양'을 받았다고 하자. 이럴 때 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다면 우리의 고정관념은 '욕' 아니면 '준엄한 경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구라가 만들어낸 아버지의 말씀은 "너무 한 과목에만 치중하는구나!"였다.

김구라에게 배워보는 유머의 정석

그러면서 김구라는 유머 화술에는 3가지 정석이 있다고 했다.

첫번째 정석은 솔직하게 말하기. 자신의 약점이나 콤플렉스라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상대방을 무척 편하게 만든 뒤 무슨 말이든 들어줄 수 있도록 무장 해제시켜 놓기 위한 술책이다.

두번째는 깎아내리기. 나를 깎아내리든 남을 깎아내리든, 깎아내리는 것이 개그의 기본이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그리고 세번째는 듣는 사람에게 딱 붙는 얘기하기. (이 정석에 대입해보면 이 인터뷰 기사는 '형광등'이다. 지금 월드컵 얘기 말고 상대방 관심사에 딱 들어맞는 얘기가 또 있을까.)

또 김구라는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말을 하라고 충고한다. 이치에 맞지 않거나 엉뚱한 말을 하면 흔히 듣게 되는 핀잔,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해!" 그렇다. 가령, 가게를 하다 실패한 사람에게 "힘내세요!" 한들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김구라는 호프집을 하다 실패한 자신의 경험에 빗대 이렇게 말한다.

"사실 대학교 앞 분위기와는 다르게 혼자 컨셉트 장사한다고 비싸게 팔았다가 망했죠. 그런데 그 때 망하지 않았으면 저는 연예인은 포기하고 지금까지 호프집 카운터 지키면서 살았겠지요. 더 좋은 기회가 오려고 이번에는 실패했다고 치고, 힘내십시오!"

김구라는 말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일곱가지 습관이 있다고 했다.

①호기심이 많다 ②나와 한편이 될 만한 화제를 찾아낸다 ③비유를 즐겨 사용한다 ④말할 때 연기력을 활용한다 ⑤남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늘 살핀다 ⑥남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요약을 잘 한다 ⑦항상 여유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이 일곱가지 습관을 하나하나 몸에 들이도록 하면 될 터인데, 그 방법까지 김구라에게 물어보자.

①유머 100가지를 외우자 ②당신이 겪은 사례를 유머화해 보자 ③조금 구라를 섞어보자 ④아버지 어머니 친구한테 써먹어 보자 ⑤개인기를 만들어보자.

▲ 6월10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저자 사인회를 갖고 있는 김구라.
ⓒ 조성일
눈물젖은 빵맛의 유머, 구수하고 담백한 장맛의 유머

그동안 <딴지일보>나 인터넷방송에서 수많은 마니아들과 안티팬들을 동시에 만들었던 김구라. 그는 그야말로 눈물젖은 빵맛을 아는 연예인이다. 공채로 개그맨이 되었지만 오랜 동안 무명 시절을 보냈다. 생활비가 없어 전세보증금을 빼서 쓰고 사글세로 나앉았고, 카드 돌려막기까지 해가면서 힘겹게 살아왔다.

자신은 달변가가 아니라고 말하는 김구라. 그러나 그의 유머에는 장맛처럼 구수하고 담백한 익살과 비유가 숨어있다. 정치·경제·사회 등 어떤 분야든 그의 입을 거치면 풍자와 패러디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유머를 들으면 상쾌하고 통쾌하고 유쾌하다.

그의 애초 꿈은 팝 칼럼니스트였다. 그런데 팝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들 대부분 연예인이라는 점에 착안, 그걸 하기 위해 먼저 연예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여 개그맨이 되었다는 김구라.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친한 친구인 개그맨 지상렬과 함께 다니면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물어본단다. "지상렬씨 보디가드세요?"

김구라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며 산다. 신문을 정독하고, 책을 읽고, 기억력에 지장을 줄까봐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할 말을 다하면서도 가식적이지 않아 뒤끝이 없는 김구라. 그는 활자와 전파를 넘나들며 '어르고 뺨치는' 유머 기술을 발휘하며 뚜벅뚜벅 그가 세운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웃겨야 성공한다 - 김구라의 유머화술

김구라 지음, 청년정신(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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