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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의 출범 이후 개혁 진영의 인터넷 논객들은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분열로 치달았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인터넷은 보수화되고 있는가?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그동안 개혁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던 인터넷 공간마저 이제는 보수세력에 의해 잠식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로 인터넷은 보수화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아직도 인터넷 공간을 개혁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하루 빨리 꿈에서 깨어나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의 인터넷은 분명 더 이상 개혁세력들의 독무대가 아니다. 참여정부 출범의 일등 공신이자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했던 네티즌 상당수는 이미 지지를 철회했다. 개혁세력의 최대 버팀목임과 동시에 네티즌 여론의 주도 세력이라 할 수 있는 20~30대들의 보수화도 날로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그 대신 뉴라이트에서 극우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보수세력들이 인터넷에 둥지를 틀고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보수를 표방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보수를 자처하는 인터넷 논객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중년의 대학교수까지 임수경씨를 향한 악성 댓글에 가세했을 정도로 인터넷 공간에서 보수세력의 활동 반경은 날로 넓어지고 있다. 여기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틀림없이 인터넷 공간은 급격한 보수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듯 여겨진다.

하지만 개혁세력의 약화가 인터넷 공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현실세계의 반영일 뿐이다. <한겨레>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응답한 국민의 비율이 2002년에는 25.8%에서, 2004년에는 23.5%로, 2006년에는 16.4%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현실세계에서 나타나는 개혁 지지층의 이탈 현상이 인터넷 공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단결했다, 보수세력?

그렇다고 해서 보수화가 확장되고 있다고 단언할 일도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2002년에 스스로를 보수라고 응답했던 비율이 43.8%였던 것이, 2006년에는 36.2%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세계에서는 상당수 국민들이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해석이겠다.

따라서 인터넷의 보수화란 현실세계에서 나타나는 개혁 지지층의 이탈이 인터넷 공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현상 그리고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보수 진영의 적극적인 진출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보수화 경향이 더 크게 보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하겠다.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인터넷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착시 현상은 양의 문제보다는 질의 문제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개혁 지지층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 공간에서는 개혁적인 목소리가 아직 더 많이 들린다.

랭키닷컴(www.rankey.com)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언론 분야 상위 20개 사이트 순위를 봐도 보수 색채를 뚜렷하게 띠고 있는 매체는 기껏해야 3~4개에 불과해 진보 매체로 분류될 수 있는 사이트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보수화라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한 마디로 응집력 때문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진보 논객 홍세화씨는 보수세력의 구심점은 물적 토대인 반면, 물적 토대가 없는 진보세력은 이념을 매개로 결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보수세력이 가진 물적 토대는 그들을 부패에 빠지도록 끊임없이 유혹하게 만들며, 다른 한편 진보세력은 서로간의 이념을 검증하면서 끊임없이 자기와 같은가 다른가를 확인하다보니 쉽게 분열하게 된다는 것이다.

돌아와라, 개혁세력?

그래서 그는 개혁세력이 진보의 틀이나 규정에 갇혀 서로 다투는 사이 정작 극복해야 할 대상인 수구세력에게 어부지리를 선사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놀랍게도 홍세화씨가 이런 경고를 날린 것은 개혁세력이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한창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2002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우려가 분명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개혁적 논객들이 주도했던 인터넷 초창기의 토론게시판은 다양한 견해들이 한 데 어울려서 뒤섞이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여론이 형성되고 분출되는 거대한 용광로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논객들이 한 데 모여 열띤 공방전을 펼치는 모습을 여간해선 찾아보기 힘들다.

참여정부의 출범 이후 개혁 진영의 인터넷 논객들은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분열로 치달았다. '안티조선'의 맹장들은 지리멸렬 흩어졌고, 대선의 일등 공신이라 자처했던 웹진 '서프라이즈'는 다시 '동프라이즈', '남프라이즈' 등 동서남북으로 뿔뿔이 갈라졌다. 그 결과 그들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끼리 따로 모여 서로 주례사 비평이나 주고받는 사랑방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말았다.

결국 인터넷의 보수화라는 착시 현상은 개혁세력이 보수세력에게 자신의 영토를 침탈당한 것이 아니라 개혁세력의 응집력 약화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지난 2002년 홍세화씨의 다음과 같은 충고가 지금 더 절실하게 와 닿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세계를 해석하는 데 있지 않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면, 진보는 '진보의 선명성'을 주장하기보다는 이 사회의 변화를 궁극적으로 바라는 모든 세력을 감싸 안는 '불편함'을 즐겁게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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