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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혈전 긴급수술 후 사망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 A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개막 준비 중 과로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의 타계를 누구 못지않게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5년 전, 한국인 의사 이종욱이 의료를 통한 사회봉사의 첫 발을 내디뎠던 남태평양 오지의 한 병원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옛 동료들입니다.

고 이종욱 사무총장은 하와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1년 6월 26일부터 1983년 5월 26일까지 남태평양에 위치한 조그만 섬 미국령 아메리칸 사모아의 존슨 미국대통령 이름을 딴 LBJ 메디컬센터(LYNDON B. JOHNSON TROPICAL MEDICAL CENTER) 응급실 및 피부과 퍼블릭 헬스 센터에서 근무를 하면서 WHO와 인연을 맺게 되어 WHO 남태평양 사무소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미국령 아메리칸 사모아에 근무를 하는 동안, 남태평양 한국 원양어업전진 기지에 진출한 200여척 참치잡이 원양어선 선원 2000여명과 교민들에게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한 이 사무총장은 현지인 간호사들에게 한국인의 우수성을 깊이 심어주기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 같이 근무했던 아나 하겟(ANA Hargett: 당시 간호사, 현재 LBJ 행정관리 사무장)씨는 고용계약서에서 자신의 서명을 확인하고는 "당시 박사님이 저하고 같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어요. 이 박사님의 열정은 대단하셨어요. 당시 첫 한국인 의사로 이곳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던 박사님이 WHO 사무총장이 되셨다고 해서 2년여 동안 같이 일했던 사실이 아주 자랑스러웠는데 너무 슬픕니다"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와이 대학원을 졸업한 이종욱 의사는 당시 나이 36세 때 우리 LBJ 병원에 왔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국가적 그리고 국제 의료계 분야에서도 큰 손실입니다. 고인의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 병원측과 맺은 고용 근무계약서(1981. 6. 24.)
한편, LBJ 메디컬센터 소아과장 피터 라우바오(Dr. Peter Lauvao) 박사는 고 이종욱 사무총장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점잖은 분이셨습니다. 그는 WHO 기구를 통해 남태평양 지역에서 질병 퇴치를 위해 의료 봉사를 해왔습니다. 남태평양에서 시작된 이 총장의 인류를 위한 봉사는 이루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며, 특히 나병 퇴치, 에이즈 퇴치와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 열정을 다해 많은 성과를 얻고 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아내, 자녀, 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라며 "인류의 큰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당시 응급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투파(Dr. Tufa) 박사는 "지난 1981년 이종욱 박사는 저와 함께 LBJ 병원 응급실에서 같이 근무했습니다. 당시 사려가 깊고 즐겁게 일하면서 자신의 일에 의식이 높은 의사였습니다. 2004년 9월 중국 북경 WHO 회의에서 만났는데 당시 새 사무총장이 될 것이고 아메리칸 사모아에 치료약 제공 등 의료 지원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아메리칸 사모아를 꼭 다시 한 번 찾겠다고 하였습니다"라면서 "이 박사는 1981년 당시 열정을 가지고 일하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라고 회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고 이종욱 총장이 젊은 시절 첫 의료 봉사를 펼쳤던 남태평양 아메리칸 사모아의 린든 B 존슨 병원. 지난 1976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하와이에서 학위를 받은 후 남태평양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의사로서 처음으로 사회봉사에 눈을 뜨게 된 곳.

남태평양 오지에서 시작해 평생을 가난한 나라에서 의료 봉사를 펼쳤던 고 이종욱 총장. 한센병 치료를 맡았던 청년 이종욱의 당시 동료들은 그의 열정적인 모습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와 첫 인연을 맺었던 이곳의 동료들은 '21세기 슈바이처'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은 취임 뒤 첫 해외순방 중 한 곳으로 남아프리카를 방문했다.
ⓒ WHO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 이현휘 기자는 사모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YTN-글로벌 코리아뉴스에 리포트 방송되었고, 중앙일보 하와이/하와이 크리스천 신문/재외동포신문 등에도 기사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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