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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잣대가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우리사회가 가진 자에겐 너그럽고, 갖지 못한 자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그 비판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12일) 우리 쉼터에 '근무처 변경'을 하기 위해 고용안정센터에서 발급 받은 구직 필증을 들고 왔던 인도네시아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멀리 창원에서 왔는데, 자신들이 일하던 회사에서 "1년 근로계약이 만기되어 근무처 변경을 한다"고 하자 회사에서는 '3년을 계약하고 왔는데 갑자기 나간다고 하냐'면서 여권을 압류하고 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 근로계약만기일시와 외국인등록증 만기일을 확인할 수 있다.
ⓒ 고기복
그로 인해 이들은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근무처 변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없어서 근무처 변경도 못하고, 외국인등록증 연장도 못하고 있다면서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이들은 고용안정센터에 근무처 변경을 위한 신고를 마친 후에도 회사로부터 여권을 돌려 받지 못하자, 여권을 돌려 받기 위해 사흘간이나 그만 둔 회사를 찾아가 여권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쌍욕'뿐이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회사를 그만둔 지 닷새가 되던 날, 말이 통하는 곳에서 도움을 얻어 보고자 멀리 경기도 용인까지 달려왔던 것이었습니다.

회사로 연락을 하여 담당 직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근로계약이 만기되어 근무처 변경을 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회사가 일이 많아 근무처 변경을 미뤄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오후에 여권을 우편발송하기 전에 전화를 주겠다고 순순히 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다 돼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그 회사로 전화를 다시 하자, 담당 직원의 태도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장이 "괘씸하여 돌려줄 수 없으니 원칙대로 하라"고 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칙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아, "여권소지는 본인이 하도록 돼 있거든요"라며 수 차례 설득을 했습니다. 하지만 먹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관할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하여 풀어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관할 출입국조사과에서는 회사에 전화 연락을 하여 여권압류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며 늦어도 월요일에는 출입국에서 우편발송해 주겠다"고 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17일) 오후 늦게 출입국조사과에 확인한 결과, "여권을 돌려 받지 못했고 사측에서 여권을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경찰에 분실 신고하여 여권을 새로 만들 생각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출입국조사과 직원에게 '여권압류'는 분명히 출입국법(제33조) 위반임을 아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사실상 이 부분은 근로기준법 6조 강제근로 금지 위반이기도 하다).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고층에서 뛰어내려 죽게 할 정도로 가혹하게 엄정한 법집행을 하면서, 인권침해를 하는 고용주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법무부 담당자들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결국 '여권압류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민원진정을 통해 여권을 돌려 받을 수밖에 없고, 관련자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번 건을 보면서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원칙을 논하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사실을 관련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았으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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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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