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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 부키
대학에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수학을 가르치던 학생 중에 학교에서 ‘바보 ○○’라고 불리던 아이가 있었다. 처음 만난 날. 연신 아들자랑에 여념이 없던 어머니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두 살 때 한글을 떼고, 세 살 때 영어와 한문을 공부하고 간단한 산수 문제도 풀었다면서 정작 학교에 간 뒤로 아이가 이상해졌다는 것.

집에서는 멀쩡하던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만 믿고 방치한 사이, 친구들 사이에서 호명될 때 이름 앞에 '바보'가 덧붙여졌다고 한다.

집중력이 좋아 한번 책을 붙잡으면 밥 때가 되어도 불러야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아이. 초등학교 3학년 학생 치고는 피아노는 물론 바이올린도 잘 연주해서 각종 대회에서 상도 곧잘 타오는, 집에서 보면 똑똑한 아이가 정작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이의 상태는 과외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시도 때도 없이 욕을 하고 곧이어 죄송하다며 미안해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틱 증상인 것 같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틱이라는 병명조차 들어 본 적이 없어 그저 정서불안이겠거니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아이도 틱의 일종인 음성틱을 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최근 사회문제를 다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틱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 아이가 겪을 사회적 장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다른 병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아이들이 겪는 틱과 강박증 같은 신경질환에 대해서 부모는 물론 학교와 사회 모두가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공공연한 '시선' 때문에 앓고 있는 병에 마음의 상처까지 받기 쉽다고 한다. 아이들의 고통을 배가시키지 않으려면 투렛증후군이나 ADHD에 관한 앎이 사회구성원 사이에서 상식이 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투렛협회 공동 설립자가 가운데 한 사람인 소아정신과 의사 아리베르트 로텐베르거와 앙엘라 숄츠라는 독일인 어머니가 함께 쓴 이 책 <내 아이에게 틱과 강박증이 있대요>는 반갑다.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쓴 이 책은 입양한 아들 마누엘과 어머니가 겪은 틱과 강박증에 관한 이야기와 투렛 환자 가족들이 겪은 경험담, 부모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의학정보를 묶은 책이다.

이 책은 투렛 증후군의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요약해 두었다. 특히 1장에 서술된 마누엘 이야기는 우연히 아들의 병을 알아가게 된 발견 상황부터 진단 및 치료과정을 상세하게 적고 있어 막연히 병을 의심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진단 평가 척도를 대신한다.

2장 투렛 증후군 아이의 부모와 당사자들의 체험보고서에 이어 3장, 부모와 교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 편에서는 투렛 증후군에 관한 58문 58답, 주의력결핍과잉행동(ADHD) 장애에 관한 27문 27답, 강박장애에 관한 15문 15답과 의약품에 관한 최신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어 병을 앓고 있는 환자 가족이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 그리고 투렛 증후군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앙엘라 숄츠는 마누엘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산만하고 신경질적인 것이 신경정신병의 일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입양아라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했고, 입양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지극히 '정상적인' 통과의례 행동이라고 이해했던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눈을 깜박이거나 코를 킁킁거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틱 환자들은 본인이 괴로운 것도 문제이지만, 학교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에도 큰 지장이 따른다. 많은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원활할 수 있으려면 이 병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지 아이의 버릇이 나쁘거나 심리상태가 불편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틱 장애 아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투렛증후군 판명을 받은 부모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

-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구하세요!
- 연대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드세요!
- 다른 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하세요!
- 아이의 입장이 되려고 노력하세요!
- 아이의 자긍심을 고취시키세요!
- 하루아침에 병을 고치려는 성급한 마음을 갖지 마세요!
- 동네 친구, 이웃, 선생님, 학급 친구 등 아이가 접촉하는 중요한 사람들에게 병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내 아이에게 틱과 강박증이 있대요 - 투렛 증후군 환자와 가족을 위한 희망 보고서

앙엘라 숄츠.아리베르트 로텐베르그 지음, 박진곤 옮김, 부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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