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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홍색 튤립.
ⓒ 정도길
"언니야, 여~어가(여기가) 천국 맞제(맞지)?"
"그래, 진짜로 천국이네."

붉게 핀 튤립 사진을 찍느라 허리를 숙인 채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등 뒤에서 할머니들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돌아보고 나서 60대로 보이는 자매의 대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대화처럼 지금 외도는 꽃이 핀 천국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4월부터 6월까지 외도는 꽃이 만발한 천국입니다. 천국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천국이 있다면 지금 외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 오렌지색 후리텔라리오.
ⓒ 정도길
유람선에서 내려 스페인풍 건물인 정문이자 매표소를 지나면, 고목으로 만든 외도(外島)라는 표지판을 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양쪽에 아름다운 모양으로 조성된 수목을 보면 여기에 얼마나 많은 열정이 들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짐작이 가고 남을 정도입니다. 금빛보다도 더 진한 황금색의 황금사철나무를 지나면 작은 분수대에서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시원한 모습으로 더위를 식혀줍니다. 이 분수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습니다. 역시, 여행은 사진밖에 남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들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 황금사철나무와 분수대. 많은 사람들이 추억의 장소로 기억하고 싶어 합니다.
ⓒ 정도길
비너스 가든에 올라서면 거제도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하얀 유럽풍의 조각상에 시선이 이끌리고 사이사이로 심겨진 형형색색의 튤립에 정신을 잃고 맙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어떤 여행객은 비명을 지르기도 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인간이 제 아무리 색을 재현한다고 해도 자연색만큼 색상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붉은색 튤립.
ⓒ 정도길
튤립은 그 종류도 다양해 60가지가 넘습니다. 수십 종의 튤립과 봄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봄철에 이 꽃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이 모여드는지, 사람들에 떠밀려 갈 지경입니다. 꽃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듯 무작정 걸어가노라면 자연의 향기에 취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 한 수 읊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튤립이 하늘을 향해 잎을 벌리고 있다.
ⓒ 정도길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저 멀리 구름 속에 노니는 것 같은 명승 2호 해금강이 보입니다. 신선이 구름을 타고 유람하는 모습입니다. 열대식물이 많은 외도, 쭉쭉 뻗은 선인장의 끝이 하늘을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 다양한 종류의 튤립이 외도에 피어 있다.
ⓒ 정도길
섬을 한 바퀴 돌며 식물원을 관람하는 데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합니다.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목 벼랑에는 외관이 아주 좋은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1층은 기념관으로 외도 개발 과정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전시해 놓아 외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2층은 거제도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돌아가는 유람선을 타기 전 잠시 시간을 내어 이곳에서 여행에 대한 명상에 잠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섬, 바다, 그리고 꽃
ⓒ 정도길
외도의 남쪽은 대한해협을 지나 망망대해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여름철이면 무서운 태풍이 거제도를 강타하며 사람과 자연에 큰 피해를 주곤 합니다. 외도도 태풍의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큰 피해도 여러 번 입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방관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인간승리를 보여준 설립자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겉모습의 외도도 아름답지만, 설립자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외도의 내적인 모습도 배울 게 많기에 여행객들이 외도를 더욱 사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비너스 가든의 조각상과 튤립.
ⓒ 정도길
외도는 8백여 종의 꽃과 2백여 종의 나무가 잘 어우러진 식물원으로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지난 2003년 타계한 고 이창호(李昌浩) 회장이 1969년 낚시하러 왔다가 태풍을 만나 우연히 이 섬에서 하룻밤 민박한 것이 인연이 되어, 전기와 전화는 물론 선착장 하나 없던 섬에서 30여년에 걸쳐 삽과 괭이로 땅을 갈아 만든 인간승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꽃이 만발한 외도 공원.
ⓒ 정도길
외도를 만들고 사랑한 사람, 고 이창호 회장, 그리고 그 영혼을 이어받은 아내인 최호숙씨. 아름다운 여인 최호숙씨가 고 이 회장 타계 3주기를 맞아 남편을 추모하며 쓴 글이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외도 한 자리에 세워졌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발길을 잠시 멈추고 숙연한 모습으로 비에 새겨진 추모의 글을 읽어봅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그리워하는 우리를 여기에 남겨 두시고
그리움의 저편으로 가신 당신이지만
우리는 당신을 임이라 부르렵니다.

우리 모두가 가야 할 길이지만
나와 함께 가자는 말씀도 없이 왜 그리도 급히 떠나셨습니까.

임께서는 가파른 외도에 땀을 쏟아 거름이 되게 하시었고
애정을 심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지게 하시었으며
거칠은 숨결을 바람에 섞으시며 풀잎에도 꽃잎에도 기도하셨습니다.

더 하고픈 말씀은 침묵 속에 남겨두시고 주님의 품으로 가시었으니
임은 울지 않는데도 우리는 울고 있고
임은 아파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아파하며
임의 뒷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임이시여. 이창호 씨여
임께서 못 다하신 일들은 우리들이 할 것으로 믿으시고
주님의 품에 고이 잠드소서.

이제 모든 걱정을 뒤로 하신 임이시여.
임은 내 곁에 오실 수 없어도
내가 그대 곁으로 가는 일이 남아 있으니
나와 함께 쉬게 될 그날까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주안에서 편히 쉬세요.

2003년 3월 1일. 하늘나라에 가시다.
부인 최호숙 드림


▲ 외도(外島)의 설립자 고 이창호(李昌浩) 전 회장 추모비.
ⓒ 정도길
거제도에는 장승포·와현·구조라·학동·도장포·해금강 등 6개의 유람선사가 있습니다. 이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동안 거제도 일원에서 제45회 경상남도 도민 체육대회가 열립니다. 거제시는 이 기간에 거제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더 친절한 모습을 보이고자, 외도·해금강을 관광하는 유람선 요금을 평소보다 3천원 내리기로 결정하고, 손님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외도(외도 보타니아)에서도 입장료를 1천원 내려 외도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꽃이 만발한 이 계절, 한 번 짬을 내어 거제도를 여행하면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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