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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주말의 대학로는 연극과 영화, 콘서트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그 인파 속에서 한 학생이 벤치 위로 오르더니 목청을 돋우며 시선을 끈다.

"패기훈련 나왔습니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신입생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이 학생은 "경영학원론 강의의 필수과제인 패기훈련을 하기 위해 나왔다"며 미리 준비한 '라면 잘 끓이는 법'에 대해 발표했다. 우렁찬 목소리가 주의를 끌었는지 청중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발표가 끝나자 이 학생은 박수를 받으며 내려왔다. 곧이어 벤치 위로 올라온 또 다른 학생이 발표를 시작한다.

▲ 패기훈련 중인 한 서울시립대 학생
ⓒ 박경민
이날 발표를 한 남현지(시립대 경영 06)씨는 "남들 앞에 나서기 부끄러웠지만 막상 하다 보니 용기가 생겨 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남씨는 "패기훈련은 경영학원론 강의의 일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립대 학생에게 식품을 판매하라?

서울시립대 학생회관 앞에서는 몇몇 학생이 식품을 팔고 있었다. 이들은 경영학원론 강의의 '시립대 학생들에게 식품을 판매하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이다. 조별로 자본금 20만 원으로 시작하는 이 과제는 식품의 결정, 판촉, 판매까지 모두 수강생들이 담당한다.

▲ '시립대 학생들에게 식품을 판매하라'는 과제를 수행중인 수강생들
ⓒ 박경민
"이대로 팔리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말을 뗀 한 수강생은 "힘들지만 그만큼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 목청을 돋워 팔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특이한 과제를 부여한 주인공은 서울시립대 손정훈 교수다. "경영학은 이론과 실전을 병행해야 한다"는 손 교수는 "실전만 중시한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강의에서는 이론도 꼼꼼히 다룬다"고 말했다.

경영학원론 강의는 수강생들이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발표로 진행된다. 발표하는 학생이 어물거리거나 실수하면 가차없이 손 교수의 지적이 떨어진다.

이날 발표를 한 수강생 김정아(시립대 경영 06)씨 역시 손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에 여러 번 얼굴을 붉혔다. 김씨는 "강의는 우리가 실제로 해봤던 과제가 중심이 된다. 교수님의 질문이 매섭기 때문에 긴장된다"며 "에세이도 수준이 떨어지면 다시 써야하는 등 많은 학생이 부담스러워 하지만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 경영학원론 강의중인 손정훈 서울시립대 교수
ⓒ 박경민
다음은 손정훈 교수와의 일문일답.

-강의는 언제부터?
"시립대 강의를 맡은 97년부터 이렇게 진행했다. 경영학원론은 03년부터 강의했다."

-특이한 프로그램이 많은데?
"자기 의견을 자신감 있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은 기본 소양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그런 면에서 뒤떨어져 패기훈련을 기획했다. 에세이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또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경영학은 특히 이론과 실전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서 실전 과제를 많이 부여한다."

-학생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가?
"적응이 안 돼서 그렇다. 초기에는 강의에 적응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비율이 1:99였지만 지금은 50:50 정도 된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bmgtc.cafe)가 매우 활성화돼 있는데?
"의견교류는 중요하다. 우리는 카페를 통해 글쓰기 과제를 제출한다. 카페에는 또 기 수강생이 주축이 된 상벌·기획 위원회가 있어 강의 적응을 돕는다. 카페는 수강생들 간에 교류를 하게 해 선후배 관계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강의를 통해 목적하는 바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전공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르고, 둘째는 국제 역량을 키우며, 셋째는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표현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하고 능력 있는 인재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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