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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텍 노조원 18명이 지난 12일 삼성 코닝 수원공장 주변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2신 : 14일 오후 1시 10분]

비노조를 지향하는 삼성그룹 협력업체에 지난 6일 노조가 생겼다.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를 만든 곳은 컴퓨터와 TV용 브라운관 벌브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 코닝 수원사업장 협력업체인 아텍엔지니어링(이하 아텍).

전력이 있기는 하다. 아텍은 지난 2001년 10월 노조 출범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삼성 측이 5분 먼저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복수노조 금지 조항에 묶여 노조 설립이 무산됐다.

아텍 직원 18명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순전히 '억울함' 때문이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11월 30일 삼성코닝은 설비 보수와 유지관리 업무를 맡았던 공무지원그룹 176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들은 삼성코닝을 퇴직하고 분사기업인 아텍에 입사했다. 똑같은 작업장에서 똑같은 일을 했고, 삼성코닝으로 작업 지시를 받았지만 소속과 월급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2001년 또 한 번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분사기업인 아텍이 협력업체(도급업체)가 되면서 도급비 삭감이 진행됐다. 도급비 삭감은 곧 인원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이에 반발한 아텍 직원들은 노조 설립을 준비했지만 좌절됐고 2001년 구조조정 당시 40명 가량의 직원들이 다시 회사를 떠났다.

그렇게 5년이 지나면서 올해 아텍 직원은 52명으로 감소했다.

"'파견직도 똑같다, 윈윈하자'더니... 회사는 발전했는데 나는 왜?"

삼성코닝이 4월 15일 수원사업장 제조라인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자, 아텍 직원들은 2월부터 삼성코닝 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직원모임인 '한마음 협의회'를 통해 회사와 고용승계 문제를 논의했지만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삼성코닝이 제시한 조건은'2년 기간제 계약직 구직 알선' 혹은 '정규직 사원의 25% 수준의 위로금 지급'이지만, 아텍 직원들은 '정규직 수준의 위로금 지급'이나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아텍 직원들이 이같은 요구를 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아텍 노조 정금채(44)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삼성코닝 정직원으로 들어와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회사가 정말 잘 됐습니다. 그런 성과를 밑천으로 구미사업장 등 새로운 공장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신규사업으로 '삼성코닝정밀유리'라는 회사까지 생겼습니다.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게 뻔히 보이는데 '어렵다'고 구조조정을 하는 게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IMF 이후에는 환율 때문에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었습니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회사는 그만둘 수가 없었지요. 회사에서는 맨 처음에 '아텍으로 가도 똑같다. 윈윈 전략 아니냐'고 설득을 했지만, 7년 비정규직으로 살면서 느끼는 건 답답함 뿐입니다."

20년 일한 정금채 위원장 월급은 210만원 정도. 그러나 그와 함께 입사한 동료는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380~39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단다.

"성과급도 차이가 났어요. 2004년 정규직들은 700만원 내외의 성과금과 주식 배당금을 챙기는데 똑같이 일한 아텍 직원들에게는 겨우 기본급 100%를 주더군요. 그것도 항의를 해서 겨우 받았습니다. 사내 전화번호도 삼성 코닝 직원일 때와 같고 책상도 같은 책상을 쓰고 작업도 똑같은데, 왜 그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삼성코닝 "자신들이 동의한 것, 정직원과 동일 조건은 수용 못한다"

현재 아텍 직원 52명 가운데 일부는 회사를 떠나고, 26명은 삼성코닝과 계별 계약을 했다.

나머지 18명은 삼성코닝 공장 주변인 영통구 원천동 유원지 입구에서 3월 31일부터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하고 회사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은 아텍 노조원들은 지난 5일부터 고용계약이 해지된 상태다.

물론 삼성 코닝은 아텍 노조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코닝 관계자는 "IMF 이후 비정규직 증가는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지 코닝만의 상황은 아니다"면서 "7~8년 전에 자기들이 동의해서 퇴사를 하고 아텍에 입사한 사람들이 삼성코닝 정직원들과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선 삼성코닝에서 12월까지 일하게 해주고, 다른 관계사에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알선해주겠다고 하는데 저렇게 물리적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라면서 "돈으로 보상해 달라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아텍 노조는 삼성 코닝을 수원지방노동청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현행 법에서는 제조업을 파견 사업장에서 제외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급사업장의 경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작업지시·업무 배치·인사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불법파견으로 포함시킨다.

"두렵다, 하지만 너무 억울하다"

아텍 노조 정금채 위원장은 요즘 밤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면 매일 이상한 차가 서있는 것을 보고 깜짝 깜짝 놀란다고 말한다.

"아내가 제발 그만 두라고 사정을 합니다. 돈 몇 푼 없으면 어떠냐고, 마음 편히 살자고요. 저도 사실 매일 새벽 6시 30분과 밤 11시 30분에 경찰에서 확인전화 받고, 이상한 차 보면 두렵습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합니다. 똑같이 몸 바쳐 일한 직장에서 이런 취급 받는 게…."

결국 아텍 노조원 18명은 삼성 코닝 수원사업장 제조라인 폐쇄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8시 40분께 임원실과 회사 조형물을 점거했다가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1신 : 14일 오전 10시 15분]

삼성코닝 협력업체 18명 기습 시위... 수원 공장 조형물·임원실 점거


컴퓨터와 TV용 브라운관 벌브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 코닝 수원사업장 협력업체 직원 18명이 계약해지에 반발해 14일 오전 8시40분께부터 임원실과 회사 조형물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98년 IMF 구조조정 당시 삼성 코닝에서 퇴사 이후 분사된 아텍엔지니어링 소속으로 일해왔다.

이들은 "삼성 코닝 정직원으로 입사했다가 강제로 아텍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삼성 코닝의 지시를 받고 똑같은 라인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면서 "지난 2월부터 고용대책을 요구했지만 삼성 코닝은 2년 기간제 계약직 구직 알선 혹은 정규직 사원의 25% 수준의 위로금을 주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코닝 수원사업장 제조라인은 15일 폐쇄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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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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