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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추적60분> 문형렬 PD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제) '섀튼은 특허를 노렸나?'편의 방송원고를 5일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최근 KBS와 프로그램 방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문 PD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공개'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공개된 방송원고를 통해 본 프로그램은 줄기세포들 존재여부 등 핵심적인 관심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에 대한 학계 비판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이번 사건을 '황우석 죽이기' 음모로 보는 일부 지지자들의 주장과도 선을 그었다.

인터넷신문 <폴리뉴스>는 이날 문 PD가 3일 KBS 사내 시사회에 제출했다는 '새튼은 특허를 노렸나?' 편의 방송원고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 PD의 프로그램은 ▲국내외 변호사·변리사 등 전문가들과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이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의 '특허 도용'을 인정했고 ▲일부 과학계에서 줄기세포 1번(NT-1)의 경우 처녀생식이 아니라 체세포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며 ▲미국이 인간 체세포 복제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그램은 이런 논거를 제시하며 "미래 우리 후손을 위해 (줄기세포 특허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결론은 자기 모순에 빠져버렸다. 황씨와 섀튼 교수의 특허 분쟁을 다루면서도 특허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행방에 대해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설사 NT-1이 체세포 줄기세포라고 해도 "황우석 논문이 조작됐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핵심적인 결론을 뒤엎을 논거가 될지 의문이다.

국내외 학계 전문가 어느 누구도 줄기세포 실용화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줄기세포 전문가들이 향후 10년 내 줄기세포 시장을 38조로 추정하고 있다"는 전망을 담은 것은 황씨가 그랬던 것처럼 난치병 환자들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여전히 줄기세포 행방에 대한 답은 없었다

<황우석의 나라>의 저자 이성주(전 <동아일보> 의학담당 기자)씨는 책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고갱이는 줄기세포를 어떻게 인체의 210가지 세포 중 특정 세포로만 분화시켜 일정하게 분열, 특정한 기능을 하도록 만드는가에 있다"며 "이 연구는 유전자 및 단백질의 연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기에 대해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MBC < PD수첩 >은 "황씨가 자랑해온 줄기세포를 본 사람이 없다"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로 가히 국민적 반발에 부딪혔지만 결국 황씨의 논문조작을 입증해냈다. 그러나 문 PD의 프로그램은 '곁가지 건드리기'에 그치고 있어 공영방송의 탐사취재에 대한 시청자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씨의 논문조작을 기정 사실로 인정하는 전제 위에 특허 논란을 다룬 프로그램의 전개방식도 일부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는 실망으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방송원고에는 "황우석 교수의 부풀리기 논문조작에 대한 학계의 비판은 온당하다, 줄기세포 논문의 제1저자로서 실험실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일부 데이터를 조작한 것도 과학자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오프닝 멘트가 나온다.

한편 프로그램 완성도 평가와 별개로 문 PD가 인터넷에 이번 방송편을 공개하는 것은 또다른 취재윤리 위반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한학수 MBC PD가 취재과정에서 황씨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바람에 < PD수첩 >도 취재윤리 비판을 받았다.

언론계와 법조계에서는 문 PD가 KBS 직원의 신분으로 취재한 내용을 방송사 허가 없이 공표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법 8조는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에 저작자로서의 성명 또는 그의 예명, 아호, 약칭 등으로서 널리 알려진 것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표시된 자'를 저작자로 추정하고, '저작자의 표시가 없는 저작물에 있어서는 발행자 또는 공연자로 표시된 자가 저작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문 PD는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KBS측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나를 사법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실보도는 공익을 위한 것이기에 전혀 두렵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문 PD와의 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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