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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역가는 이름에 해와 달이 들어간 여성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그 예언대로라면, 한명숙(韓明淑) 열린우리당 의원이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감이다."

최근에 나온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또하나의문화 펴냄)에서 글쓴이 장성순(전 <시민의 신문> 기자)이 예언(?)한 것이 들어맞기라도 하는 듯 한명숙 의원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라는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일찌감치 강력한 여성대통령 후보감으로 꼽혀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까지 더해보면 우리나라 권력의 핵인 대통령-국무총리-서울시장을 모두 여성이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어쨌든 이 같은 상상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297명 중 여성의원이 41명(전체의원 중 차지하는 비율 13.8%)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실체보다 많이 과장돼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여성정치인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보여준다.

이제 여성정치인은 희소성 때문에 뉴스메이커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남성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큼 위협적인 세력을 만들지 못했다.

'왜 노동자는 선거에서 노동자를 찍지 않을까'하는 오래된 질문과 맥을 같이하는 '왜 여성은 선거에서 여성정치인을 찍지 않을까'하는 물음을 던져놓고 이 책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를 쓴 장성순을, 3월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여성이 정치와 사랑에 빠져야 하는 이유

▲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를 쓴 장성순씨.
ⓒ 조성일
"한명숙 의원을 국무총리로 지명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입니다."

장성순은 묻지도 않았는데, 기자와 마주하자마자 요즘 세간에서 회자되는 한명숙 의원 국무총리 지명에 대한 코멘트부터 내놓는다. 그러면서 장성순은 자신이 만 5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 2004년 총선을 직·간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여성이 정치를 더 잘하는 것 같더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를 쓴 것도 여성이 남성보다 정치를 더 잘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흔히 식당에 가면 여성들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잖습니까. 그건 숟가락 놓는 일이 가사일이고, 가사일은 여성몫이라는 생각에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제공하는 '작은 서비스'입니다."

바로 여성은 이렇듯 돌봄, 보호, 친밀성, 감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장성순은 이러한 친밀성이나 감성이 요구되는 노동이 이데올로기적인 용어로 불리는 게 바로 '사랑'이라는 <페미니즘 정치사상사>에 나오는 철학자 힐러리 로즈의 개념에 기대 '여성은 타고난 사랑꾼'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미국 정치학자 데이빗 이스턴이 말한 것처럼 '희소한 자원의 권위적 배분'인 정치가 제대로 행해지기 위해서는 정당성이 보장된 절차에 반드시 앞에서 말한 '사랑'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이 정치와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장성순은 주장한다.

여성이 정치와 사랑에 빠지는 다섯 가지 방법

어느 날 탔던 한 택시 기사가 전해준 출세하는 '비법' - 여성이 출세하고 싶으면, 시위 현장에서 제일 앞에 서거나 아예 시위를 주도하든지, 농민단체나 시민단체 대표를 하든지, 하면 바로 정치인이 될 수 있다 - 에서 "여성이 정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경향"이며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이 너무 자연스런 현실"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장성순은 그러나 숫자는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여당의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강금실 전 장관과의 볼만한 대결을 놓쳐 아쉽습니다. 만약 이 빅 매치가 성사되었다면 여성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에 무척 기대가 컸었는데…."

그러면서 장성순은 여성이 정치와 사랑에 빠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남성'과 '언론'이라고 했다.

남성은 이미 정치와 사랑에 빠져있기 때문에 여성이 정치와 사랑에 빠지면 자신의 사랑을 빼앗길까봐 두려워서, 언론은 정치기사를 작성할 때 비판 기능을 과도하게 염두에 둔 나머지 진흙탕 정치와 그 속에서 생활하는 정치인을 비겁하고, 야비하고, 부도덕하게 자주 묘사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면서 장성순은 이 책을 통해 여성들이 정치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한편 ▲관심 분야 정하기 ▲시민단체와 놀기 ▲정당 당원이 되기 ▲자원 활동하기 ▲기다리기 등 '정치와 사랑에 빠지는 다섯 가지 방법'을 일러주며 친절한 안내까지 한다.

박근혜와 강금실

▲ 왜 여성은 여성정치가를 지지하지 않을까고 묻는 장성순씨.
ⓒ 조성일
장성순은 이 책에서 여러 여성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평하고 있는데, 한명숙 총리 지명자와 더불어 우리나라 여성 대통령감 1순위로 거론되는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까?

"박근혜 대표를 떠올릴 때마다 실타래가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나라 걱정했다는 박 대표는 탄핵 역풍에 휘청하던 한나라당을 구한 정치력과 카리스마, 절제력을 겸비한 정치가입니다. 그럼에도 '남 좋은 일' 시키고 정작 자신은 당내 대권후보자에게 밀려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장성순은 '최보은 사건'으로 비화됐던 박 대표에 대한 여성계 지지 논란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면서 오히려 '강금실 논쟁'의 가능성을 점쳤다.

당시의 논쟁은 여성이 정치지도자가 되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만큼 당과 이념을 초월하여 여성정치인이면 지지해야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젠 페미니즘이 많이 진보하여 양이 아닌 질적 접근을 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박근혜 지지 논란은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성순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족, 개인사, 역사를 뛰어넘을 수 없기에 박 대표에게 아버지를 증오하고 넘어설 것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며 '아버지의 후광을 업은 정치인'인 그 모습 그대로 봐주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질적 변화에 따라 강금실 전 장관의 경우, 호주제 폐지와 성매매 방지에 앞장섰던 전례에 비추어 여성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철거민, 빈민 문제 같은 사회적 갈등 속에서 여성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사회적 성'으로서의 여성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강금실 논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왜 여성은 여성정치인을 지지하지 않을까

이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3월29일 오후 2시), <오마이뉴스>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29일 연세대에서 열린 '리더십 특강'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오는 4월 5일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출마선언으로 보면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라는 답변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고 보도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상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국면이다.

그래서 장성순이 인터뷰 말미에 한 독자가 보내준 이메일을 자세하게 소개하며 들려줬던 말에 실감이 난다.

"서울 종로에 사는 서른 살의 한 독자가 제 책을 읽고 여러 가지로 공감했다며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강금실 전 장관이 출마하면 강금실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념이나 정당을 떠나 여성 정치인을 위한 움직임이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장성순은 퀴즈를 냈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아니면 한 여자가 두 남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아니면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남자끼리 사랑의 쟁탈전을 벌이거나 둘 중 불리함을 느낀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식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앞의 것이 남성정치의 메커니즘을, 두 여자가 협력하여 한 남자를 차거나 두 여자가 공유하거나, 아니면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양보하는 식의 사랑의 공유나 분배를 고민하는 나중의 경우는 여성정치의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장성순이 이 책을 쓸 때 가졌던 문제의식, 왜 여성들은 여성 정치가를 지지하지 않을까에 대한 답은 이제 이 책을 읽은 독자들, 특히 여성 독자들이 해야 할 것 같다.

여성, 정치와 사랑에 빠지다

장성순 지음, 또하나의문화(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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