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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서동요>가 27일 스페셜을 끝으로 그 막을 내렸다. 서동과 선화의 설화를 중심으로 한 백제왕국의 이야기는 55회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질타를 받으며 아쉬움 속에 끝을 맺었다.

특이하게도 다른 드라마와는 다르게 <서동요> 홈페이지는 일반 네티즌들이 모여 운영하였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코너 중 20만여의 열람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네티즌의 높은 관심을 받은 코너가 있는데, 바로 <시영박사의 드라마고증> 칼럼이다.

<서동요> 홈피를 찾는 네티즌들은 모두 이 코너를 담당하는 허시영씨를 '박사'라 부른다. 이는 <서동요>에 나오는 역사적인 사실과 정보 등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사소한 것까지도 낱낱이 알려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붙여진 호칭이다.

▲ 허시영 님
ⓒ 이안순
<시영박사의 드라마고증> 코너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정보력과 SBS의 영상력을 더하여 '백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대체 그의 정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백제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전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감각과 지식에 또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분명 역사학자일 것이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둘째주 직접 만난 '시영 박사'는 역사학자가 아닌 평범한 회사원의 젊은 매력 남자였다.

허시영씨는 <대장금> 방영시 <내가 꾸미는 역사노트> 코너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는데, 이는 이후 <서동요>의 <시영 박사의 드라마고증> 코너를 통한 고정칼럼을 쓰게 되는 시작점이 된다.

그가 처음 칼럼을 쓰게 된 동기는 배우 사랑이다. <대장금>에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것을 보고 팬으로서 그 배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주변지식을 칼럼 형식으로 쓰게 되었다는 것.

당시 <역사지식> 코너가 있었으나 전문적이고 다소 어려웠기에, <내가 꾸미는 역사노트>에 쉽고 재미있게 지식을 나누고자 했던 그의 칼럼을 네티즌들은 알아주었다. 그 당시 허시영씨는 '대사사'란 아이디로 활동했는데 시청자 게시판의 대스타였다.

'대사사'란 한상궁이 스승으로서 대장금을 올바른 길을 걷도록 이끌었듯이, '대장금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다'라는 뜻으로 실력과 소신만 있으면 그래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본 것이라고 한다.

▲ 허시영 님과 <서동요> 우수역의 이승아 님
ⓒ huhnold
본인 명의의 칼럼은 <서동요>가 처음이라는데, <대장금>에서의 활동을 기억한 SBSi에서 제의가 왔고, 칼럼의 명칭을 <시영박사의 드라마고증>으로 한 것은 네티즌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한다. 백제에 박사제도가 있었고 '장(드라마 속에서 무왕이 왕이 되기 전의 이름)'도 박사 과정을 밟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네티즌이 지어준 코너이기에 강한 책임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이 칼럼을 위해 하루 3시간 이상 삼국시대 관련 책을 탐독 및 정독하였다. 수면시간이 하루 30분 정도일 때도 많았다. 많은 책을 보았는데 그중 <살아있는 백제사>(이도학 저)의 경우는 하도 많이 보아서 이제는 눈감고도 어떤 내용이 어디쯤에 있는지 꿸 정도이다. 자세히 분석하면서 정독한 책도 최소 7권이 넘는다. 일반인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 칼럼만 보아도 드라마의 내용을 그릴 수 있게, 심도 있고 현장감 있게 작성하자는 것을 기본으로 시청자 게시판의 동향도 예의주시했으며, 1회 당 1개씩 고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것은 네티즌과의 무언의 약속이었고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는 월·화 TV시청(or 자료를 다운받아 놓음), 수·목 내용분석(이때 보통 한 편 당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을 통해 칼럼 개요와 대략의 구성을 하고, 자료와 사료를 중심으로 칼럼 작성에 들어간다. 여기에 제목을 붙이면 칼럼 한 편이 완성된다.

한 달에 한번은 촬영장에도 가고, 무대 뒤의 애로사항과 배우들의 연습 속에서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고 한다. 드라마 홈피는 '생물'과도 같아서 시청자들의 자유게시판을 들여다보면 시청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을 수 있었다.

<대장금> 방영 당시 거주지 부녀회장님의 요청으로 아동들에게 <대장금>의 배경지식을 설명해 주었던 일이 있다. 그 설명회는 무려 8개월간 지속되었고, 처음에 30명 정도였던 인원이 나중에는 70명으로 늘어나 강당을 빌려서 설명회를 하였다. 그 당시 허시영씨는 어려서부터 역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설명회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질이 높다기 보다는 역사가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같이 '올챙이 송'도 부르면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강의하려고 노력했고.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상한증(감기) 등 아이들보다는 좀 깊은 수준에서 강의를 했다. 그는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이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동요> 출연진과 운영진이 함께
ⓒ huhnold
<시영박사의 드라마고증> 칼럼의 초두 작성을 위한 노트가 9권이나 될 정도로 메모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는 허시영씨. 작품을 보면서 감독의 의도와 행간을, 소품과 배경을, (사극일 경우)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연기자의 연기 분석까지 가능하게 되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그도 <서동요>가 처음 격물 중심의 이야기에서 정치와 사랑이야기로 흘러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하늘재 식구들이 모두 합심하여 만들었던 <서동요 19회> 종이 만드는 법과 나중에 균전으로 이어지는 <서동요 42회> 저수지 축조건은 격물 이야기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격물의 과정을 보여주어 무언가 가슴에 남는 감동을 준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던 칼럼은 <서동요 32회>로 서동의 나이를 계산한 것인데 고증은 아니지만, 네티즌들이 궁금증 해소를 위해 쓰게 되었다고 한다. 칼럼 작성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목> 정하기. <서동요 48회> '장이의 석세스 블루(Success Blue)'라는 제목의 칼럼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남자로서는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어서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신인 연출가, 극작가의 작품은 5회까지, 검증된 연출가나 극작가의 작품은 3회까지 무조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정보는 공유한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자료를 모아 책으로 낼 욕심을 가지고 있다는 허시영씨. 그는 드라마 초기에 무왕이 의자왕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면서, 드라마를 볼 때 특히 사극을 볼 때는 조금이라도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알아두길 권한다. 그러면 더 쉽고, 더 재미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허시영씨의 못 다한 이야기

<서동요> 이병훈 감독님에 대해

"이병훈 감독님은 <대장금>때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60이라는 나이에 털털한 외모를 소유하고 계시지만, 열심히 하시고, 무척 깐깐하신 분이다. 진돗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준비도 많이 하고 철저하다.

의상의 색깔을 130여 가지나 만들어서 일일이 배우와 맞추어 볼 정도로 세밀하다. 연기자들을 도구 다루듯이 하는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대하고, 연기자로 하여금 최고의 연기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한다. 촬영장을 재미있게 이끌고 무엇보다 칭찬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이병훈 감독님도 변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동요> 자유게시판에 그 생각을 올렸다. 믿는 마음과 아끼는 마음이 크기에 때로는 직언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서동요> 우수역의 이승아씨에 대해

"이승아님은 준비성이 있고 열정이 있는 배우다. 지금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대장금> 한상궁 역의 양미경님처럼 언젠가는 주목받은 배우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장금>때부터 지속적으로 그녀를 위해 해 온 작업이 있는데, 수백 장이나 되는 사진을 현상해서 일일이 앨범에 끼우고, 그 장면의 대본을 적고, 모니터한 연기의 장단점을 적어서 보내주는 것이다.

부담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연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때로 지치고 힘들 때, 카메라 뒤에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보는 팬 한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고 용기와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에 응해주신 허시영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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