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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의 소년 갱(gang)들 사이에서는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이라는 결투가 유행했다. 집단의 보스 자리를 놓고 이런 결투가 행해진 것이다.

두 소년이 고속도로의 양쪽 편에서 자동차를 타고 상대방을 향해 돌진한다. 액셀레이터 페달을 계속 밟고 그대로 돌진하면 양쪽 다 죽거나 중상을 당하는 것이고, 어느 한쪽에서 먼저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리면 게임은 끝난다.

먼저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리는 쪽은 '겁쟁이(chicken)'가 되는 것이고, 페달을 계속 밟은 쪽이 새로운 리더가 되는 것이다. 공포심을 조금이라도 더 견딜 수 있는 '용감한' 소년을 보스로 옹립하기 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9월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 이후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에는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를 통해 북한을 '폭정국가' '선제공격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엑셀 페달'을 밟았다.

그에 맞서 북한도 21일 및 23일자 언론 발표 등을 통해 '자위적 행동조치'를 경고하면서 역시 '엑셀 페달'을 밟았다. 이대로 '돌진'하면 양쪽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미국 측, 입장 선회 시사

그런데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치킨' 판정을 받을 듯하다. 3월 28일 아침 한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7일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위폐 및 금융제재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을 방문한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와 공동성명 이행계획이 합의되면, 평화체제·비핵화·정상화 등 여러 트랙(track)이 생기니, 정상화 트랙을 그런 문제(위폐·금융제재 등)를 제기하는 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게 미국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관계자가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미국이 북한 측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제까지 한·미 양국은 위폐 등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상호 별개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반면, 북한은 '금융제재 역시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라는 논리에 따라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금융제재를 6자회담과 별개로 파악하여 미국 국내법의 문제로 인정한다면, 금융제재는 종래 미국이 가하던 대북 적대정책과 다른 성격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금융제재를 가할 수 있는 합법적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금융제재를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하여 이를 6자회담에서 논의한다면, 금융제재는 종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되므로 그 정당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금융제재를 포함한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해야만 북한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금융제재=대북 적대정책' 인정이나 마찬가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미국이 금융제재와 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자국의 종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북한 측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배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쪽에서 보면, 이것은 금융제재가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미국이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북한에게 회담 복귀 명분을 제공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3월 16일까지만 해도 금방이라고 북한을 굴복시킬 것만 같던 미국이, 불과 2주일도 채 안되어 이처럼 입장을 급선회하고 말았다. 미국이 '엑셀 페달'에서 먼저 발을 뗌으로써 일단 양국 간 파국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입장 선회는 매우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금융제재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미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파란을 불러온 쪽은 미국이므로, 이 문제를 마무리하는 쪽도 미국이어야 한다.

위폐문제를 철회하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 지도부가 체면 손상을 우려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폐문제가 실제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논의되면, 북한 지도부 역시 미국의 위신을 배려하여 '적절한 상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체면 손상을 우려하기보다는 하루빨리 회담에 복귀하여 위폐문제를 신속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또 하나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금융제재 압박의 강도를 강화했지만, 북한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물러서고 있는 쪽은 도리어 미국 자신이다. 이는 미국이 향후 대북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반드시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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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101.9 (목)11시25분경. (저서) 조선상고사(번역) 2판,나는 세종이다,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 여자,철의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 등. www.kimjong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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