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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나온 일본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주필 겸직)의 “일본인 스스로 전쟁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발언이 국제적 주목을 끌고 있다.

▲ <요미우리 신문> 인터넷판에 실린 와타나베 회장의 사진과 인사말.
ⓒ <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을 보도하는 24일자 한국 언론의 시각은 약간의 기대감 내지는 긍정적 인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내 언론에 실린 다음과 같은 기사 제목을 보면, 그 같은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 회장 “일본은 과거사 진정한 사죄 필요”
와타나베 회장 “고이즈미, 시시한 사죄로 과거사 덮어”
와타나베 회장 “日 과거사 진정한 사죄 필요”
일 보수언론 대표, “전쟁 책임 규명해야”


위와 같은 기사 제목들을 보면, 일본이 이제까지 불충분한 사죄를 하였기 때문에 와타나베 회장이 그 점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그가 전쟁책임 규명과 과거사 사과 문제를 분명히 매듭지을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와타나베 회장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아야

그러나 발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발언 속에 다른 의도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발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 있다.

“승전 가능성이 없는데도 전쟁을 계속한 도죠 히데키 전 총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군 참모들이 전범으로 재판받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참모들이 벌 받지 않고 전후에도 살아남았는데, 어떤 형태로든 이들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발언 속에는, 지금 일본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란의 주요 쟁점 가운데 2가지가 담겨 있다.

첫째 쟁점은 전쟁책임의 개념이다. 전쟁책임의 개념을 두고, 일본 내에서는 ‘침략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규정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전쟁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규정하는 쪽이 있다.

둘째 쟁점은 전쟁책임의 주체다. 국왕(소위 ‘천황’)이 전쟁책임을 질 것이냐, 국왕 밑의 참모들이 책임을 질 것이냐, 아니면 일본국민 전체가 질 것이냐 하는 대립이 있다.

이러한 일본 내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면, 그의 발언을 두고 한국 언론들이 ‘흥분’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전쟁책임을 말하는 것인지…

위에 소개된 바와 같이, 그는 “승전 가능성이 없는데도 전쟁을 계속한 도죠 히데키 전 총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이라고 했다. 와타나베 회장이 최근 주변국들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주장하고는 있지만, 그의 인식 속에서는 전쟁책임의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변국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는 사람이라면, 전쟁책임의 개념을 ‘침략전쟁을 일으켜 아시아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승전 가능성이 없는데도 전쟁을 계속한 ……”이라고 운운함으로써, 듣기에 따라서는 전쟁책임을 ‘전쟁에서 패배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는 것이다.

당시 총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그리고 그는 전쟁책임의 주체와 관련하여 명백히 반역사적인 관점을 보이고 있다. “도죠 히데키 전 총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군 참모들이 전범으로 재판받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그의 발언은 국왕의 전쟁책임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담고 있는 것이다. 군 참모들의 전쟁책임을 규명하는 데에 향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당시 히로히토 국왕의 전쟁책임은 자연히 묻힐 수밖에 없다.

이 대목과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일본은 내각책임제 국가인데 국왕이 왜 전쟁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아소 다로 발언은 ‘히로히토 일병 구하기’”(<오마이뉴스> 3월 10일자)라는 기사가 나간 뒤, 일부 독자들이 필자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담은 메일을 보내 왔다.

▲ 왕비와 함께 서 있는 히로히토 전 국왕.
ⓒ 일본 궁내청 홈페이지
그중 한 명은 일본 분이었다. 그 일본 독자께서는 “막부시대(중세 이래 일본에서는 군부 즉 막부가 실권 장악) 이래 천황은 로봇 같은 존재에 불과하였으므로, 그가 전쟁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2차례 보내 주셨다.

히로히토 국왕도 로봇?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제국주의적 대외침략을 감행한 19세기말부터 1945년까지 국왕의 권한이 어떠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에 대한 단서는 당시의 일본헌법인 ‘대일본제국헌법’을 통해 밝혀야 할 것이다.

당시 일본헌법을 살펴봄으로서, 히로히토 국왕이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불과하였는지 아니면 실권을 갖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 통치권자였는지 규명해 내야 할 것이다. 제국헌법 조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1조 : 천황은 육해군을 통수한다.
제12조 : 천황은 육해군의 편제 및 상비 병액(兵額)을 정한다.
제13조 : 천황은 전쟁을 선포하고 강화를 체결하며 제반 조약을 체결한다.
제14조 : 천황은 계엄을 선포한다.


이러한 제국헌법 조문을 보면,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국가체제는 의원내각제나 ‘상징적 천황제’가 아니었다. 국왕이 전쟁에 대한 최고 권한을 가졌음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시 일본의 전쟁책임은 도죠 히데키 총리대신이 아닌 히로히토 국왕에게 있다.

혹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히로히토 국왕에게 최고 권한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총리나 군부가 내부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질문으로 성립할 수 없다. 국가행위의 책임 여부는 원칙상 헌법 및 법률을 근거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이 실권을 행사했다고 하더라도 그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로 보아도, 조선시대 군주들은 형식상으로는 최고 대권을 보유했지만, 대개의 경우 정치적 실권은 재상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선시대의 최고 통치자가 국왕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무튼 최고 통치권자의 측근이나 부하들이 실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해도, 최고통치자가 국가행위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히로히토 국왕은 명실상부한 권력자...특A급 전범

그런데 그런 우려를 할 필요도 없이, 제국주의 침략전쟁 당시의 히로히토 국왕은 명실상부한 최고 통치권자였다. 그는 1868년 이전 막부시대의 국왕과 같은 허수아비 국왕이 아니었다. 그는 1945년 이후의 상징적 국가원수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일본이 감행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결과에 대해 그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죠 히데키 당시 총리가 A급 전범이라면, 히로히토 국왕은 특A급 전범인 것이다.

그런데 와타나베 회장의 발언은 언뜻 보면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히로히토 국왕의 전쟁책임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A급 전범들과 군부 참모들에게 전쟁책임을 확실하게 전가하여 히로히토 국왕의 혐의를 없애려는 일본 우익의 의도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또 이것은 차제에 히로히토 전 국왕과 왕실의 부담을 없애 줌으로써 향후 군국주의적 행보를 거침없이 하려는 일본 우익의 의도를 보여 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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