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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서강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 안민재
꽃샘추위가 주춤해지고, 얇은 옷차림도 눈에 띄는 3월말의 캠퍼스. 잔디를 심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쁘신 걸 보니, 제법 봄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둘러싼 학교 측과 학생들 간의 대립은 아직도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차가운 냉기류 속에서 표류 중입니다.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등록금이 오르지만, 인상내역에 관하여 학교 측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기가 힘듭니다. 학생들의 의견도 거의 반영되지 않습니다.

서강대에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열렸던 등록금 협의회는 결국 학교 측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통보로 결렬됐고, 학생들은 7.83%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었습니다. 인문사회계열은 305만 2천원, 이학계열은 356만 9천원, 공학계열은 398만 8천원이라는 액수입니다. 새내기들의 경우 입학금을 더해야 하니 올해 공대 신입생은 400만원을 훌쩍 넘긴 무거운 고지서를 받아들었습니다. 듣자하니 이웃의 한 대학은 일년 등록금이 천만 원이나 된다니 그에 비하면 서강대는 좀 싼 편인가요?

▲ 대학캠퍼스에 봄이 왔다. 잔디를 심는 아주머니들 뒤편으로 농성을 진행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 안민재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도 물가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등록금을 온전히 마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비싼 등록금은 결국 가계와 국가경제에 큰 부담입니다. 매년 서강대 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교육의 효과는 사회적으로도 유용한 것임에도, 개인의 부담만 갈수록 심해집니다. 제가 아는 한 공대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년을 휴학하면서 돈을 모았지만, 등록금이 오르는 바람에 또 한번 휴학을 합니다. 졸업까지 필요한 돈이 앞으로 수천만 원이 넘을 텐데, 그 휴학생은 무슨 일을 해야 그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햇살 따스한 봄날이건만 도서관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 총학생회장의 안색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그는 벌써 사흘째 밥을 한 끼도 먹지 않았습니다. 학생총회가 열릴 30일까지 할 생각이라는데, 그가 이런 극단적 방법을 택한 것은 학교 측과의 대화가 결렬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재단의 법정부담전입금이 낮은 대신 예산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점, 800억 원대로 전국 7위 규모인 이월적립금 등은 등록금을 올리기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했을 문제들입니다.

인문학 강좌 일방적 폐강…건물보다 중요한 내부 투자

건물을 많이 짓거나, 외형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학교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수강인원이 조금 모자라다고 인문학 강좌를 예고 없이 폐강시켜 버리는 식의, '돈'의 논리대로만 움직이는 대학이 되어버린 것은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방법도 될 수 없을 것입니다.

▲ 등록금 동결, 교육재정 확보 등을 요구하는 대자보
ⓒ 안민재
학교 측은 학생들이 보낸 이같은 내용의 질의서에 대해 구두로 "이미 등록금 협의회에서 논의된 문제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는 답을 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대강 좀 해 두라'는 소리입니다. 하긴 이미 학기가 시작된 지금, 학교가 아쉬울 이유는 없겠지요.

요즘 같은 때 고생스럽게 무슨 단식이냐, 그런다고 올린 등록금을 내리겠느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등록금이 학교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면 기꺼이 내겠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일단 서강대 학생들은 오는 30일 학생총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등록금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을 예정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모일수록 그만큼 설득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 있지만, 적어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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