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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정석 태터앤컴퍼니 사장.
ⓒ 오마이뉴스 조경국
199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포항공대 전산시스템 해킹 사건. 해킹을 주도했던 이는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내 해킹관련 연구 동아리였던 쿠스(KUS)의 회장 노정석(30)씨였다.

최고의 보안수준을 자랑하던 포항공대 전산시스템도 상상을 뛰어넘는 '노씨 일당'의 해킹 수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천재 해커, 그가 벤처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돼서 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태터툴즈'라는 블로그 설치 프로그램을 제작·운용하는 '태터앤컴퍼니'를 차린 것이다. 블로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던 노 사장이 태터툴즈의 개발자 정재훈씨와 의기투합한 지 8개월여 만이었다.

사실 창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킹 사건으로 유치장 신세까지 졌던 노 사장은 97년 보안업체인 '인젠' 창업에 참여했다. 해킹 전공을 살려 해커를 잡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인젠은 코스닥에 등록되고 잘 나갔지만 2002년 그는 회사를 떠났다.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였다.

"내가 직접 해킹을 하는 것은 모르겠는데 해커들 꽁무니 쫓아다니면서 잡는 것은 재미가 없더라구요."

"해커 잡는 일은 별로 재미 없더라"

이후 컨설팅 회사에서도 근무하고 사업하느라 못마친 학교도 졸업하고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에도 잠시 근무를 하다가 이번엔 블로그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학교 다닐 때도 학내 게시판(BBS)을 처음으로 웹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니까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해킹의 이면에 내가 원하는 일이 이런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터앤컴퍼니를 차린 것도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수익까지 낼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회사의 슬로건도 '브랜드 유어셀프(Brand yourself)'다.

"블로거 개인이 모두 하나의 웹2.0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차별화인데 이러기 위해서는 블로그 자체도 남들과 달라야 하고 도메인도 자기만의 것을 붙일 수 있어야 합니다. 태터툴즈는 개인에게 이러한 완벽한 자유를 드릴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태터툴즈는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일반 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형 일반 블로그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태터툴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블로그

ⓒ 오마이뉴스 조경국
일반 블로그는 일정한 형태의 공간을 제공받아 배경 이미지를 바꾼다든지 메뉴 정도만 바꿀 수 있지만 태터툴즈는 무료로 다운받아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다. 틀로 찍어낸 것처럼 같은 모양의 '붕어빵' 블로그가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차별화된 블로그 생성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블로그를 설치해 사용하는 블로그 매니아 사이에서는 '한국 블로그의 자존심'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올 1월에 열린 '대한민국 블로거들의 축제 라이브블로그2' 행사에서는 지난해 블로거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은 올해의 블로그 프로그램으로 뽑히기도 했다.

"포털이 정형화된 그릇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자신만의 그릇을 빚을 수 있는 찰흙을 드리는 것입니다.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블로그를 가지고 싶다면 태터툴즈를 이용하세요."

하지만 가입하면 블로그가 생기는 일반 블로그와는 달리 태터툴즈는 직접 설치하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다. 다른 설치형 블로그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쉽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노 사장의 고민은 대중화다. 이를 위해 노 사장은 현재 대형 포털 업체와의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태터툴즈가 지금은 우리만의 리그에서 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중이 좀더 손쉽게 진짜 블로그의 정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폐쇄적인 포털 블로그와는 달리 열린 공간에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도록 말이죠. 포털과 협력을 하게 된다 해도 '완벽한 자유'라는 기본 원칙은 강력하게 지켜 나갈 것입니다."

얼마전 노 사장은 태터툴즈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누구나 태터툴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해 새로운 블로그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도 있게 됐다. 말하자면 회사의 일급비밀을 스스로 공개해버린 것이다.

"요즘 트렌드는 개인의 힘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공급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 명의 기획자들이 서비스를 개발해 이용자들에게 던져주고 만약 외면을 받으면 그대로 사장되는 방식은 이제 통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전략적인 이유는 분명했다. 다만 이런 개방 전략이 국내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시키느냐가 문제다.

회사 일급비밀 공개... 태터툴즈 함께 만든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노 사장의 계산이 맞아떨어진다면 태터툴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머들은 자발적으로 개발에 참여할 것이고 협업을 통해 그만큼 다양성과 변화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게 된다. 또 참여자들이 많을수록 태터툴즈의 진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사용자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들을 잡으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결국 소스코드 공개가 태터툴즈를 선택받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라는 게 노 사장의 기대다.

"정보를 생산해 내는 개인들이 그 정보를 쌓아놓는 그릇으로 태터툴즈를 선택하는 것이 늘어날수록 콘텐츠는 풍성해질 것이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겠죠. 정보가 머물러 있으면 사장되지만 자유롭게 흘러다닐수록 가치는 높아질 것입니다. 태터툴즈를 통해 개인들이 콘텐츠를 생산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이올린(eolin.com)' 서비스도 선보인다. 태터툴즈 블로그에 글을 쓰면 자동으로 이곳에 글이 연결되고 직접 주제어(태그)를 달아 놓고 검색도 가능하다. 이올린에서는 이렇게 모인 정보들로 커뮤니티가 생기고 이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블로거도 개인 사업자로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사업초기지만 노 사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다. 한국에서 통한 서비스는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확신에서다. 특히 글을 올리는데 최적화된 외국 블로그들과는 달리 사진과 동영상까지 자유자재로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한국적 감성을 가진 블로그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차별성을 갖췄다고 노 사장은 판단하고 있다.

태터툴즈 "기존 언론권력 찢어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뜻"

마지막으로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태터툴즈는 어떤 의미일까. 노 사장에게 물어봤다. 그냥 영어 단어 설명하는데서 그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래 '태터'는 실로 뭔가를 짜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자인 정재훈씨가 블로그도 실로 짜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붙인 것이죠. 그런데 외국에서는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태팅한다'는 것이 가위로 갈기갈기 찢는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더군요.

그래서 처음 외국인들에게 태터툴즈를 소개했더니 재미있다고 웃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란 기존의 언론 권력을 갈기갈기 찢어(태팅해서) 개인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태터툴즈는 블로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이름이라고 할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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