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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데이 선물로 권유되고 있는 사탕들
ⓒ 김영조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이다. 화이트데이가 다가오자 제과업체와 유통업체는 온통 난리가 났다. 사탕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화이트데이는 매년 3월 14일로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날이라고 한다. 그런데 화이트데이는 어떻게 생겼고, 왜 흰색이 아닌 다양한 색깔의 사탕으로 선물로 줄까?

밸런타인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은 1958년으로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에서 '이날 하루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게 하자'는 캠페인을 하면서 교묘하게 초콜릿을 선물하도록 유도한 날이다.

1970년대 들어오면서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이 인기를 끌자 초콜릿 장사로 큰 소득을 올린 모리나가 제과는 비인기 품목이던 마시멜로(marshmallow : 초코파이 속에 들어 있는 크림을 단단하게 굳힌 것)를 팔려는 목적으로 "2월 14일에 초콜릿으로 받은 사랑을 3월 14일에 마시멜로로 보답하라"는 광고를 하면서 '마시멜로데이'를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바뀌어 화이트데이가 되었다.

그런데 마시멜로가 판매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마시멜로 대신 유통업체들이 사탕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 백화점들의 화이트데이 잔치(이벤트)들
ⓒ 김영조
이런 상술이 빚어낸 '데이'는 이제 1월의 '다이어리데이' 4월의 '블랙데이', 5월의 '로즈데이', 6월의 '키스데이', 7월의 '실버데이', 8월의 '그린데이', 9월의 '포토데이', 10월의 '와인데이', 11월의 '무비데이', 12월의 '허그데이'는 물론 삼겹살데이, 오이데이, 옐로우데이, 천사데이, 애플데이, 할로윈데이, 빼빼로데이, 오렌지데이, 머니데이까지 더하여 이젠 '데이'로 한해가 시작하고 끝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지난 3월 10일자 노컷뉴스를 보면 롯데백화점이 대구 상인점 여직원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화이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받고 싶은 선물로 사탕 말고는 명품이 30.1%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품목별로는 목걸이와 반지 등 액세서리가 21.1%, 백화점 상품권이 19.2%, 화장품과 향수가 12.1% 등이었다. 백화점 측은 화이트데이 선물이 첫 취지와는 달리 비싼 것으로 가는 추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에 즈음해서 팔리는 제과 매출액이 각각 수백억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이 돈은 계속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엔 점점 관심이 줄고 있다고 한다. 상술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더불어 사는 데는 인색해져 버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린 여기서 이런 세상을 그대로 놔둘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우리 겨레는 예전에 토종 연인의 날이 있었다. 예를 들면 정월대보름과 경칩, 칠월칠석이 그것이다.

정월대보름은 신라시대 때부터 처녀들이 한해 중 단 한번 공식적으로 외출을 허락받은 날이었다. 그 외출은 '탑돌이'를 위한 것이었는데 미혼의 젊은 남녀가 탑을 돌다가 눈이 맞아 마음이 통하면 사랑을 나누는 그런 날이다. 탑돌이 중 마음에 드는 남정네를 만났지만 이루어지지 못하여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채 울안에 갇혀 사는 처녀들의 상사병(相思病)을 '보름병'이라 했다고 전한다.

또 경칩엔 젊은 남녀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수 나무 암 나무를 도는 사랑놀이로 정을 다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칠월칠석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은하수의 양끝에 살고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은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는데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1년에 한 번 칠석 전날 밤에만 은하수에 놓인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었다. 칠석날에는 시집가는 날 신랑 신부가 같이 입을 댈 표주박을 심고, 짝떡이라 부르는 반달 모양의 흰 찰떡을 먹으며 마음 맞는 짝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칠월칠석 '토종 연인의 날 - 견우 직녀의 축제' 포스터
ⓒ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나는 몇 해 전부터 이런 날 중 하나를 골라 토종 연인의 날로 만들자고 호소해왔다. 그리고 몇 단체와 기업들이 토종 연인의 날 행사를 벌리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갈골 한과 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연인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한과만들기 체험행사를 열고, 벤처농업인들은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칠월칠석을 '견우와 직녀의 날'로 정하고 행사를 하며, 칠월칠석에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주최로 연인의 날, 떡의 날 '견우직녀의 축제'를 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돈으로 매수한다는 느낌의 상술과 함께하는 화이트데이 대신 이 세 가지 중에서 골라 우리 겨레의 철학인 '더불어 살기'와 함께 토종 연인의 날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연인의 날이 그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돕는 사람 냄새가 나는 하루로 만들어간다면 참 좋을 일이 아닐까?

[반론보도]

'희망지킴이 서울천사운동본부(http://www.hope1004.com)'에서는 기사 내용 중 '천사데이'가 일반 상술에 의한 '데이'와는 다른 좋은 의미의 날이라며, 반론보도를 요청해 왔습니다. 실제 10월 4일 '천사데이'는 '희망지킴이 천사운동본부'가 만든 것으로 한국 사회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과 봉사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희망지킴이 서울천사운동본부'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고통과 절망에 빠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잠시나마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사과 드립니다.

천사데이 외에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가 제안한 '사과데이'는 사과향기가 그윽한 10월에 '둘(2)이 사과(4)한다'는 의미로 만들었기에 '천사데이'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또 '오이데이' 등도 상술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들의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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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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