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 CBS '아주 특별한 인터뷰' 코너 진행하는 소설가 공지영.
ⓒ 조성일
작가 이문열이 <선택>에서 "이혼의 경력을 무슨 훈장처럼 가슴에 걸고 남성들의 위선과 이기와 폭력성과 권위주의를 폭로하고 그들과 싸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고 비난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작가 공지영(43)이 시쳇말로 요즘 엄청 뜨고 있다.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47)와 함께 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에 랭크돼 있고, 또 다른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주제로 삼은 사형제 폐지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데다, CBS 라디오에서 '아주 특별한 인터뷰'의 진행자로 나선다.

그의 인기는 1993년에 나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와 1994년에 나온 <고등어>가 각각 80여만 부, 1998년에 나온 <봉순이 언니>가 150여만 부가 팔리는 등 검증된 '베스트셀러 제조기'이지만 그 인기가 시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 이같은 현상을 언론에서 '공지영 신드롬'이라고 표현한 것이 전혀 무리가 아니다.

이런 여세를 몰아 공지영은 세 차례 결혼을 통해 낳은 성씨가 다 다른 세 아이와 이룬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 <즐거운 나의 집>을 곧 한 월간 잡지에 연재한다.

10년 전에 나왔던 첫 산문집 <상처 없는 영혼> 개정판을 내고, 또 한 권의 산문집을 준비하고 있는 공지영의 이 같은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3월 8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찻집에서 공지영을 만나 인터뷰했다.

라디오 진행자 데뷔하는 준비된 인터뷰어

"이 프로 하면 만나보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사람에 대해서만은 예외입니다. 작품도 그렇고 이 일도 그렇고 결국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라 재미있을 것 같고…. 또 어떤 만남이 이루어질지 벌써 마음 설렙니다."

▲ "사랑에 이어 가족 이야기 써요"
ⓒ 조성일
<오마이뉴스> 인터뷰 직전 라디오 진행자로 나서는 일로 기자간담회를 막 했던 터여서인지 공지영과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라디오 진행자 얘기부터 시작했다.

공지영은 '라디오 진행'에 대해 자신감에 차 있었다. 모르는 것이 많아 질문할 것도 많다고 말하는 공지영은 너무 잘해 전문 진행자로 발탁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눙치는 모습에서 마이크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고등학교·대학 시절 학교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했고, 몇 년 전 한 잡지에서 10개월 동안 정치인들 인터뷰 코너를 맡아 진행한 적이 있다는 이력을 듣고 보니 공포감은커녕 맘껏 이 일을 즐길 준비가 된 인터뷰어처럼 보였다.

그가 라디오 진행자로 나서게 된 것은, CBS의 젊고 맹랑한(?) 정혜윤 프로듀서의 제안 때문이라고 했다. 정 PD가 전화를 걸어와 인터뷰 코너 진행을 제안하자 큰딸이 고3이고 해서 외국에 나가는 등 특별히 오랜 시간 비울 일이 없을 것 같고, 또 1주일에 한 번 정도 방송하는 거야 가볍겠다는 생각에서 그러자고 했단다.

그런데 이 프로는 매일 하는 것(표준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5시)이고, 또 방송국에서 봄 개편을 하면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것이란 점을 뒤늦게 알고 당황하였던 공지영은 당황함을 일단 수습하고 6개월만 해보자는 조건으로 응했다고 했다.

"첫 인터뷰이가 배우 안성기씨, 두 번째가 김근태 의원입니다.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도 만나고, 또 숨어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 만날 예정인데, 저는 인터뷰이와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앞으로 서로 얽힐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매우 냉정하게 물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강점을 바탕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서전이 되도록 인터뷰할 생각입니다."

진보하고 있는 사형제 폐지 분위기

공지영과 관련된 두 번째 관심사는 아무래도 최근 부쩍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사형제 폐지 문제를 꼽아야 할 것 같다.

▲ "죽인다고 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 조성일
국제 앰네스티가 지난해 말, 1997년 12월 이후 사형집행이 한 건도 없는 우리나라를 '사형폐지 집중 캠페인 대상국'으로 지정했고, 가톨릭에서 최근 추기경에 오른 정진석 대주교 등 현직 주교 22명 전원과 성직자, 신자 등 11만5861명이 서명한 사형제 폐지 청원서를 국회에 내기도 했다. 또 법무부도 사형제도 존폐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겠다며 공론화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성숙했다.

"많은 분이 사형시키지 말라는 말을 용서나 처벌하지 않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또 인권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요. 그건 아닙니다. 사형수는 당연히 진짜 나쁜 사람이죠. 그래서 당연히 사회와 격리되어야지요. 하지만 죽인다고 처벌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가 사형제에 관심 두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인간의 죄와 벌에 대해 생각하다 인간의 가장 큰 죄는 무엇인지, 사형이 결코 큰 벌인지, 그리고 정말 큰 벌은 '참회'라는 결론이 이르는 사유 과정을 겪고 있을 즈음인 1997년 12월 27일 27명의 사형수가 처형되었다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울컥하면서다.

그러나 공지영은 당시 임신 중이어서 이 얘기를 작품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가 <별들의 들판>을 끝내고 이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구치소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사형수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죽음, 사회, 범죄에 관한 것들뿐으로, 밥 대신 술만 찾게 만들었다고 그는 술회한다.

"지금 대부분 감형 없는 종신제를 대안으로 내놓고들 있는데, 사형수 중에는 감형할 사람, 못할 사람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조금은 숨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숨통이 꽉 막혀 절망만이 있다면 이는 또 하나의 교도소 골칫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러면서 공지영은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진보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고 했다. 인간은 역사에서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헤겔의 역사철학에 비추어 진보 뒤에 반드시 급격한 반동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란다.

'변했다'는 꼬리표 달고 사는 작가

작가 공지영을 만나면서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지 않을 수 없으리라. 문학에 대한 사형선고가 이미 내려진 시대에 유독 문학적 과실을 혼자 따먹는 것 같은 질투심에서 그에게 쏟아지는 시기심 또한 적지 않다. 그래서 그에게 당신의 문학적 힘이 무엇이냐고 다소 고상한 질문을 던져보았더니 "그걸 제 입으로 말하라하고요?"라고 반문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빌리는 센스를 보여준다.

▲ "지금 어느 때보다 행복해요"
ⓒ 조성일
"저보고 시대조류를 잘 짚어낸다고들 해요. 반쯤은 직관인 것 같고, 나머지는 현실적으로 살다 보니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러면서 공지영은 소설은 서사(이야기)와 인물(캐릭터)이라고 말한다. 햄릿이든 돈키호테이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가 씨줄이 되고, 그 캐릭터를 통해 그 시대에 일어나는 일들이 날줄이 되어 짜여야만 소설적 힘을 갖는다는 것. 그래서 시대를 읽어내려 갈 때 늘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공지영에게 덧씌워진 '페미니스트 작가'나 '운동권 출신 작가'에서 이젠 '사랑' 나아가 '가족'문제로 소재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음을 상기하면서 왜 그렇게 변하느냐고 물었다.

"혹시 자료를 찾아볼 수 있으시면 한번 찾아보세요. 공지영이 변했다는 얘기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있어온 비판입니다. 사실 '변했다'는 게 저의 꼬리표이죠. 사람은 살면서, 안 변하는 것도 있겠지만 누구나 변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런 점에서 변하는 제 일상의 삶이 작품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가 변한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에게 문학과 관련한 또 하나의 궁금증, 요즘 한류가 난리인데 유독 문학만은 왜 '역한류'(한국문학은 일본에서 재판 찍을 정도만 돼 난리인 반면 일본 문학은 한국에서 당당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다)인지, 한·일합동 소설을 썼던 작가이기에 물었더니, 글로벌 시대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느냐에 달렸지 않느냐고 했다.

행복을 뚝뚝 흘리며 사는 엄마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한용운의 시 '복종'에 나오는 복종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공지영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미지는 가톨릭 신자라는 점이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내면서 그가 신과 다시 만났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하여 이젠 진부해졌지만 진부해진 만큼 그의 신앙심이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신앙심은 이메일 주소를 세례명인 마리아를 넣어 'gsmaria'라고 쓰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혼 경력을 말할 때 주변 눈치를 봐야 하고, 아주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젠 스스럼없이 자신의 특이한(?)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이렇게 맘 편하게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다고 했다. 그전에는 심하게 맘고생을 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함께 살게 된 큰딸이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그걸 본 친구가 "실은 나도 그래"라고 다가오고, 서로 '이혼녀의 딸'이라는 그 '굴레'에서 해방되고, 이런 씻김의 과정을 통해 성이 모두 다른 그의 가족들(두 아들도 있음)은 지금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 셋 뭉쳐놓고 기르는 힘이 생겼다고 말하는 공지영은 결손 가정 아이가 불행해지는 이유는 바로 결손된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엄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혼해서 불행한 아이보다 이혼하지 않아 불행한 아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 공지영. 이제 자신을 긍정하면서 행복하게 산다고 말하는 그는 행복을 뚝뚝 흘리며 다음 약속을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푸른숲(2007)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